전반전은 버렸다... 박막례, 이제 후반 시작!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by 내일도무사히

●70세에 포기했던 인생, 1년 뒤 뒤집어지다


“70세가 되던 해에 막례는 인생을 포기해버렸다. 그냥 관 뚜껑 덮을 때까지 일하다 갈 팔자려니 했다. 그런데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 했던가. 71세가 되던 해, 박막례 인생이 달라졌다. 아니, 완전히 뒤집어져버렸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는 쓰는 것”,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 “인생은 60부터”... 또 뭐가 있을까요? 이제는 너무 많이 들어서 식상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런 삶의 경구들.


그리고 여기에 대한, 제 나름 설득력 있는 반박들도 있습니다. 누가 그걸 몰라요? 인생은 실전, 세상사가 그렇게 쉽지 않다고요. ‘열정만렙’으로 뛰어들기엔 경쟁도 치열하고. 결국 ‘금수저’한테나 유리한 세상이잖아요!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은 그냥 ‘노오오오력’이 부족하다, 그거 아니에요?


20대를 지나 30대를 건너고 나니 ‘세상은 그렇지 뭐’ 하고 어깨 축 쳐져 있을 때가 사실 좀 많습니다. 그러다 정말 우연히 열어본 유튜브 영상에서 ‘짠’ 하고 나타난 그녀. 트와이스의 사나짱도 아니고 그 ‘Korean Granma’! “염병하네~”를 입에 달고 등장해 한국땅은 좁다 하고 종횡무진 세계를 누빈 구글 CEO까지 만나고 다니는 그 유튜버!! 그분의 일대기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오늘 함께 읽고 싶은 책은 박막례-김유라가 함께 쓴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입니다.


●70 넘어서 깨달은 “할 일은 많고 인생은 길다”


유튜브 즐겨보시는 분들에게 ‘코리안 그랜드마’ 박막례는 이미 유명인사였겠으나, 저는 최근까지도 유튜브를 즐겨보지도 않았고 또 가끔 찾아볼 때도 ‘할머니 영상은 뭐...’ 하면서 넘겨버리기 일쑤였습니다. 박막례의 인생은 70 전후로 갈립니다. ‘대기만성’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건 참 꽤 긴 인생의 전반전을 보낸 셈입니다. 딸도 아니고 손녀 김유라 씨가 채근해 함께 떠났던 호주 여행, 그리고 그 기간 내내 유라 씨가 촬영한 영상을 기록과 기념용으로 편집해 유튜브에 업로드했더니 말 그대로 ‘대박’이 났습니다. 그로부터 2년, 그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이 됐습니다. 인생 후반전입니다.


아직도 그 영상이 유튜브 박막례 채널에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영상을 찾아 다시 찬찬히 봤습니다. 처음 접하는 외국, 새로운 문물과 기이한 풍경, 그리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천진한 아이 같은, 막내 같은 박막례와, 70년 한국에서 학교도 못 다니고 내내 고생시키던 남편 만나 힘들게 살아와 치매 전조 증상까지 나타난 할머니 박막례가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짐작할 수 있듯이 인생 후반전은 다시 태어난 듯한 유튜버 박막례의 세상이 됐습니다.


“나이가 많으니 세상에 무뎌졌을 거라는 내 생각은 틀렸다. 손끝은 무뎌졌을지 몰라도 할머니의 감각은 초롱초롱 빛났다. 모든 것에 반응하고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했다.... 할머니보다 훨씬 적게 살았으면서 나는 뭐가 그리 익숙했을까. 뭘 다 안다는 듯이 살았을까.”


● 막례의 인생, 전반전 덕분에 돋보인 반전!


유튜버 박막례가 돋보이는 건, 사실은 70 이전, 인생 전반전의 박막례 할머니 덕분이기도 합니다. 그때의 ‘박막례’는 집안의 막내딸이라서 ‘막례’라는 이름을 얻었고 있는 집 자식이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공부할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집안일만 해야 했습니다. 남편 복도 없어서 50년 죽어라 일만 해야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박막례 할머니는 제 주변에, 우리 주위에서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는 필남필부 같은 할머니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전반전을 마쳤는데, 전반전과 다르지 않은 후반전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죠. 3대 0, 역전의 기회가 없을 줄 알았는데 후반 시작하자마자 3골을 몰아넣어 동점을 만들었다고 할까요?


저에게 사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다름 아닌 유튜버 박막례의 생년이었습니다. 1947년. 45년생인 제 아버지보다 조금 어리고 48년생인 제 어머니보다 1살 연상인 그런 분. 다들 일흔을 넘겼으니 할아버지, 할머니 하는 게 별다른 건 아니죠. 치매 전조 증상이라고 하지만, 해가 갈수록 건망증이 더해가는 건 저의 어머니도 마찬가진 걸요. 그런데 저의 엄마와 달리, 박막례 할머니는 유튜버로 거듭나 펄펄 날아다니고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그러다 생각이 저한테로 미쳤습니다. 나는 뭘 하고 있나, 내 인생 전반전은 끝났을까, 진행 중일까. 그런 생각.


“구글 사장님을 만나고 돌아오면서 나, 새로운 결심을 한 거야. 인생 얼마 안 남은 거 알지만 지금보다 더 열정적으로 살아보겠다고! 늙은이가 재밌게 사는 모습 보고 세계 대기업 CEO가 영감을 받는다는디 내가 더 즐겁게 살아줘야지 않겄어? 느그들 좋은 기술 많이많이 만들라고 내가 더 열심히 즐기고 살아볼게!”


이 글의 맨 처음 썼던 경구들을 다시 불러옵니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는 쓰는 것”,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 “인생은 60부터”... 이런 말들이 힘을 얻는 건, 유투버 박막례 같은 ‘희망의 증거’를 드물지만 그래도 어쩌다 한 번씩 볼 수 있기 때문 아닐까요.


‘이번 생은 틀렸어...’ 하고 혹시 은밀히 생각하고 있다면 박막례와 함께 해남전 후반에 모든 걸 걸었던 서태웅까지 떠올려보세요! 인생, 어디로 튈지 모르니 가끔 재밌잖아요~


<함께 읽으면 좋은 책>

‘괜찮아, 안 죽어’, 김시영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 주문하듯 죽음과 사투를 벌였던 응급의학 전문의가 시골 마을 동네의원에서 10년 지내면서 겪고 느꼈던 단상을 모은 에세이. 웬만한 증상에는 “괜찮아, 안 죽어”라는 시니컬한 말이 입에 붙어 있던 저자에게 “사람은 죽어”라고 더욱 쿨시크하게 내뱉는 할매의 말이 압권. 한국엔 박막례 말고 저런 할매들도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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