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형량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VS. "호기심 때문에 그랬다"
앞은 불법촬영 판결문 분석에 앞서 세웠던 가설이다.(원래 처음엔 이렇게 단순하다.) 이렇게 세운 이유는 단순했다. 불법촬영 범죄가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불법촬영(카메라등이용촬영) 범죄는 2009년 834건에서 2018년 6085건, 7배 넘게 늘었다. 2015년 7730건까지 치솟았던 데 비하면 조금 줄었으나 여전히 1년에 6천 건 이상이다. 드러난 것만 그렇다. 최근 발생한 사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엄연한 범죄인데 왜 이렇게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을까.
뒤는 팀의 후배 기자가 경찰과 동행 취재하면서 만난 현행범의 말이다. '호기심'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다? 굉장히 호기심이 강하거나, 아니면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나. 전자일 수도 있겠으나 당시 경찰의 말은 "붙잡힌 사람 열이면 열이 호기심 때문에 그랬다고 한다"였다. 그렇다면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도, 정말 불법이 아니라고 여기거나 불법이라 해도 안 걸릴 거라고 보거나 그깟 처벌받으나 마나 라고 보거나. 그것도 아마 후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런 게 불법촬영에 대한 인식 수준이었고 이는 432건 판결문 분석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 불법촬영 범죄만의 특성, 판결문을 보니 드러났다
불법촬영 범죄는 여타 범죄와 좀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첫째는 범행 횟수. 살인이나 강도, 절도, 폭력 같은 다른 강력범죄는 범행 횟수가 대체로 명확하다. 1회, 2회, 10회 이런 식. 다른 성폭력 범죄도 그렇다. 강간, 준강간, 강제추행 등도 몇 차례 범행했는지가 드러난다.
그런데 불법촬영은 좀 다르다. 판결문 중에 가장 흔한 범행 유형이었던, 지하철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여러 차례 촬영한 경우를 보자. 여러 날에 걸친 범행도 있지만 단 하루, 그것도 몇 분 사이에 이뤄진 것도 많은데 그렇게 세 장을 찍었다면 이 자의 범행은 1회인가, 3회인가. 또 여성 1명을 3회 불법촬영한 것과 여성 3명을 1회씩 불법촬영한 것은 범행 횟수가 3회씩으로 같을까 다를까. 사진 1장씩을 3회 불법촬영한 것과 1분짜리 동영상을 1회 불법촬영한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 판결문도 죄다 제각각이었다. 기준이 판사 맘대로였다.
또 다른 불법촬영 범죄의 특성, 특정할 수 없는 피해자가 많다는 것. '묻지 마 살인' 같은 범행은 범인이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고 범행했다는 것이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런데 '묻지 마 불법촬영' 같은 경우엔 현행범으로 체포했을 때 직전에 불법촬영한 피해자 정도만 드러날 뿐 다른 피해자는 알 수가 없다. 보통 범인의 휴대전화나 카메라 저장장치에 다른 불법촬영 결과물이 들어있는 게 대부분인데 그 피해자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적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에서 수년 전에 범행한 것까지 카메라를 통해 드러나는데 여성의 치마 속이든 다리든 특정 부위를 불법촬영한 경우가 대다수라 피해자를 일일이 확인한다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피해자가 분명히 있는데 특정할 수 있는 피해자가 없거나 적은 경우가 나오는 범행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초범'인데 '초범'이 아닌 경우가 많다. 불법촬영으로 체포된 것은 처음, 처벌받는 것도 처음이라 '초범'으로 분류할 수 있으나 잡고 나면 과거 범행이 우수수 드러난다. 즉 불법촬영의 초범은 여타 범죄의 초범과는 다르게 봐야 하는 것이다. 다른 범죄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그럴 수 있다. 잡고 보니 연쇄 살인범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불법촬영은 가능성이 아니라 명백한 증거가 나온다, 그의 카메라에서.
그러면 이쯤에서 드는 생각은 불법촬영은 다른 범죄, 특히 다른 성폭력 범죄와 다른 기준으로 처벌해야 하겠구나,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고 있었을까.
● 이전보다 처벌이 무거워지긴 했다
2018년 불법촬영 판결문 432건의 선고, 벌금형이 46.8%로 가장 많았다. 징역형의 집행유예는 40.7%, 실형은 10%였다. 이전 연구와 비교해보면 나아진 것이긴 했다. 2011~2016엔 벌금형 72%, 실형 5.3%, 2017년은 벌금형 54.1%, 실형 11.1%였다. 벌금형은 조금 줄었고 실형은 비슷한 수준.
평균 형량은 어떨까. 2018년 평균 벌금액수는 392만 원, 집행유예는 징역 7.3월에 22.2월 집행유예, 실형은 9.8월이 평균 선고 형량이었다. 전보다 조금씩 무거워졌다. 이렇게만 보면 개선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적절한 처벌인지 아닌지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무거운 처벌이 아니라는 건 공감할 만하지 않나 싶었다.
이렇게 분석 결과는 어느 정도 나왔는데 공감의 포인트는 어떻게 만들어갈까는... 너무 길어지는 감이 있지만 다음 편에서.
*아래는 판결문들을 정리해나갔던 액셀 시트의 한 부분. 저렇게 구분해놓고 입력한 뒤에 또 추가하고 또 추가하고 등등등의 반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