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마치다
뉴욕이 좋은 점 하나- 한국에선 이미 흘려보낸 2020년을 아직 붙잡고 있다는 것.(지금 시간은 31일 오후 5시) 이 시차 속에 올해를 정리해본다.
○ 마부작침을 마치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싶을 만큼 이 팀에 관심과 애정을 쏟았다.(전심전력이라고 쓰려고 보니 거기선 조금 모자란 듯도.)
마부작침은 SBS 데이터저널리즘팀의 이름이다. 2016년 1월 만들어졌고 이제 5년 됐는데 그중 절반을 몸 담았다. 십수 년 기자 생활하면서 소속됐던 팀은 사건팀, 사건팀, 사건팀;;;, 교육복지팀, 국회팀, 시청팀, SDF팀, 유통팀, 노조팀;;;; 등 적지 않았다. 근데 왜 마부작침에 유독? 처음 팀장을 맡아서? 구성원이 모두 경력상 후배라서? 자율성이 꽤 보장돼서? 데이터저널리즘이라는 뭔가 새로운 걸 해서? 이들 모두가 영향을 준 듯싶다.
내 맘대로만 잘 되진 않았다.(그렇게만 돼도 안 되는 거였고.) 나름 개성이 강하고 특기가 다른 이들의 역량을 가능한 대로 한껏 발휘하게 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이뤄내기가 쉽지 않았다. 팀의 목표는 좋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 이를 누적해 가면서 팀 브랜드 가치를 향상하고 또 각자 팀원이 점차 성장해 가는 게 말 그대로 윈-윈이었을 것. 어느 정도 성취한 것 같고 어떤 면에선 잘 안 됐다. 소규모 팀이라 한 명 한 명의 비중이 꽤 컸는데 한 명이 제 몫을 소홀히 하거나 슬럼프에 빠지면 팀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면 내가 주로 '몸빵'을 했다, 즉 몸으로 때웠다. 길게 보니 그러지 말아야 했다는 생각도 든다. 조직 운영과 리더십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던 시간이었다.
데이터저널리즘은 언론의 미래일까? 그럴 리가 없다. 바닥이라고 하는 언론의 신뢰를 끌어올리기 위한 유용한 수단일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가능할 수는 없다. '데이터 분석 기반의 탐사보도' 정도의 정체성을 갖고 이 팀이 소속된 조직의 틀 내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해보려고 했다. 만족스러운 것들도, 불만인 것들도 있었다. 이런 시행착오와 경험들이 다음 시도에 보탬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온전히 팀 소속으로 같이 일했던 사람들은 취재기자 3명, 데이터기자 2명, 디자이너 3명, 개발자 1명, 인턴 7명까지 16명이었다. 적게는 5개월부터 길게는 2년 6개월을 함께 했다. 이 기간 나를 포함해 크고 작은 차이는 있겠으나 다들 성장했을 것이라고 본다. 역시 다소 간 차이는 있었겠으나 하나라도 애정을 주지 않은 이는 없었다. 팀 이름처럼 꾸준히 쌓아가면 자신에게 돌아오고 남는 게 반드시 있다. 이 팀을 거쳐간 이들... 물론 그 시간이 마부작침에서가 아니었어도 달라지는 게 있었겠으나 부디 유익한 성장의 시절이었기를. 나는 그랬다.
2018년에는 이런 걸 못 했는데 2019년과 2020년엔 각각 '올해의 마침'을 만들었다. 이걸로 마부작침 2기는 마침... 3기는 더 발전하리라 기대한다.
뉴스레터 '마부뉴스'도 50여 편 발행. 2021년에도 이어졌으면 좋겠다.
○ 북적북적은 여기서도
팟캐스트 <골라듣는뉴스룸>의 책 읽는 순간 '북적북적'에 참여한 지 5년이 다 돼 간다. 2020년은 마부작침에 더 주력해서였을까, 북적북적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 같다. 격주로 할 때보다 3주에 한 번씩 하다 보니 긴장감이 떨어졌다고 할지 그런 것도 있고.
암튼 내가 읽은 책만 놓고 보면 <침묵의 봄>, <일의 기쁨과 슬픔>,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애견무사와 고양이 눈>,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임계장 이야기>, <아무튼, 여름>, <아무튼, 하루키>, <오래 준비해온 대답>, <위반하는 글쓰기>, <죽은 자의 집 청소>, <천룡팔부>, <책, 이게 뭐라고>, <보건교사 안은영>, <먹는 인간>, <요한, 씨돌, 용현>, <긴즈버그의 말>. 이렇게 18권인데 아무튼 시리즈는 한 회에 두 권을 읽었으니 17회 참여했다. 순위를 가를 건 없지만 스스로도 재미나게 읽은 건 무협소설의 오랜 팬인 만큼 <천룡팔부>와 <애견무사와 고양이 눈>이었다. 이외에도 대개 재미난 책들을 골라 읽었다.
북적북적은 2016년 7월부터 참여했는데 계속 비슷한 방식으로 하고 있어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다. 연수라는 전환점을 맞아 어쩔까 고민하다 우선은 그대로 하기로 했다. 뉴욕에서는 종이책을 사 보기는 어려워 전부 e-book으로 읽게 될 텐 데 어떨는지. 기왕이면 더 재미있게 하고 싶다.
인스타는 여기에서.
https://www.instagram.com/bookjeokbkjk/
○ 저널리즘 특별위원회 3기(in 코로나)
방송기자연합회의 저널리즘 특별위원회 2기와 3기에 참여했다. 현재는 3기 진행 중. 1기 때는 재난보도분과 모임을 했으니 그러고 보면 1~3기에 전참이다. 1기엔 워낙 출중한 분들이 있었고 연구 및 성과를 많이 냈다. 2기는 좀 방황을 했고... 3기는 방향은 잡았으나 모두가 영향받은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 모임을 거의 못했다. 방송기자의 정체성과 미래를 위한 설문조사 실시까지만 지켜보고 나오게 됐다. 내가 끼어 있는 게 황송할 정도의 멤버였으니 더 나은 성과를 내리라 기대한다. 마지막 모임마저 줌으로 했던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아쉬웠다.
(3기 업데이트가 안됐음)
○ 2021년은...
운 좋게도, 혹은 운 나쁘게도 이 시기에 미국 뉴욕으로 연수를 왔다. 2019년 여름 처음 지원했을 때, 이후 연수를 준비할 때만 해도 아무도 코로나를 예상 못했을 때고 당연히 나도 그랬다.
지금 격리가 끝나더라도, 사람 만나는 것이나 어디 방문하는 것 같은, 예전엔 너무나 자연스럽고 수월했던 것부터가 다 제약이 크고 조심스럽다. 크게 욕심 내지 않고 이런 때에 미국 뉴욕에서 배워갈 수 있는 것들을 차근히 정리해서 해야겠다. 확찐자가 된 몸도 정비하고 머리로만 염두에 뒀던 것들을 풀어가보는 작업도 해봐야겠다.
아직 먼 이야기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뭘 할 수 있고 또 해야 할까. 그런 것도 천천히 정리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