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회사가 돈을 버는 방식은 오랫동안 단순하고 강력했습니다.
독자(시청자)를 모은다 → 광고주에게 지면이나 방송 시간을 판다 → 그 돈으로 콘텐츠를 만든다.
수십 년간 이 삼각형은 미디어 비즈니스의 탄탄한 기본 구조였습니다. 미디어는 독자를 '정보 소비자'로 대했고, 실제 수익은 그들을 '노출 대상'으로 삼아 광고주에게서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 삼각형의 한 축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무너지는 게 아니라, 더 복잡한 방식으로요.
*광고 시장에 무슨 일이 생겼나
레거시 미디어의 광고 매출 하락 추이는 이제 뉴스가 아니죠. 그렇게 된 지도 제법 됐습니다. 그런데 "디지털로 돈이 몰렸다"거나 "구글과 메타가 다 가져갔다"라고 단순화하기엔, 실제로 벌어진 일은 훨씬 복잡합니다.
광고주들의 요구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가'보다 '누구에게, 얼마나 정확하게 보여주는가'가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검색어, 클릭 패턴, 관심사, 구매 이력... 그걸 다 가진 플랫폼 앞에서 미디어의 광고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시에 디지털 광고 단가는 낮아졌고, 효과 측정은 여전히 불투명했습니다. 기업들은 전통적인 광고 집행 대신 브랜디드 콘텐츠, 인플루언서 마케팅, 직접 커머스 등으로 마케팅 예산을 분산했습니다. 미디어의 광고 슬롯과 지면은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로 밀려났습니다.
방송사들이 그 충격을 버텨온 데는 콘텐츠 판매 수익의 역할이 있습니다. IPTV에 재전송료를 받고, 해외에 포맷을 수출하고, OTT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면서 새로운 수익원이 생겼습니다. 광고에만 의존하던 구조에서 콘텐츠 자체가 상품이 되는 구조로, 조금씩 이동한 겁니다. 다만 그것만으로 구조 전체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수익 모델의 실험들
미디어는 이제, 독자에게 직접 묻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콘텐츠가 당신에게 가치 있습니까?"
가장 많이 거론됐던 건 구독입니다. 뉴욕타임스가 디지털 유료 구독자 1000만을 넘겼고, 국내에서도 최초로 유료 멤버십을 도입한 중앙일보를 비롯해 한국경제, 매일경제, 조선일보 등 여러 신문들이 구독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방송사 중에서는 SBS가 '스브스프리미엄'이라는 무료 구독모델을 시작했었죠.
이벤트와 커머스로 눈을 돌리는 곳들도 있습니다. 컨퍼런스를 열고 티켓을 판매합니다. 큐레이션한 미디어 상품을 팔기도 합니다. 독자와의 관계를 콘텐츠 소비 너머로 확장하는 겁니다.
데이터와 리서치를 파는 모델도 있습니다. 특정 분야에 깊은 미디어라면, 그 분야의 분석 리포트가 기업들에게 값어치가 있습니다. 블룸버그가 터미널을 파는 게 딱 떨어지는 사례입니다.
*공통점이 있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을 찾으면 이렇게 정리될 듯합니다. 독자와의 관계를 '광고를 보여주는 매개'에서 '직접 가치를 주고받는 관계'로 바꾸려 한다는 것.
오랫동안 미디어는 독자를 잘 몰라도 됐습니다. 광고주만 보면 됐으니까요.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독자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왜 이 미디어를 선택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돈을 직접 내는 상대가 독자가 됐으니까요.
돈줄이 바뀐다는 건 결국 미디어가 누구를 향해 서 있는지가 바뀐다는 뜻입니다. 이게 생각보다 훨씬 근본적인 변화입니다.
*제미나이로 만든, 뭔가 고민하는 미디어 종사자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