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덕후의 시베리아 기차여행

by 내일도무사히

철도기관사이자, 한두 번 인터뷰하면서 만난 인연도 있는 박흥수씨가 또 철도에 관한 책을 펴냈다.


2015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베를린까지 기차 여행한 여행기를 한겨레21에 연재했는데 그걸 모아 정리한 책이다. 그러고 보니 수년 전에 - 아마 한겨레21 기사였던 것 같은데- 박흥수씨의 철도 여행담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페이스북에 공유했던 기억이 난다. 그게 아마 연재물 중 하나였던 것 같다.(그런데 책으로 읽으니 그게 어떤 대목이었는지 찾을 수가 없다. 윤색된 기억인지...)


지금이야 러시아가 조금 더 가까운 나라가 됐는지 모르겠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정도가 아닐지... (올림픽 때문에 이름은 알려졌으되 가볼 일이 드문 소치를 4년 전 다녀오긴 했다.) 저 드넓은, 그러나 북한으로 가로막히고 못지않게 심리적 거리도 머나먼 혹한의 땅 시베리아는 여전히 낯설다. 그런 시베리아를 열차를 타고 횡단한다니.


10년쯤 전에, 독일 뒤셀도르프에선가 기차 타고 런던까지 가는데 하룻밤은 기차에서 자는 여정이었다. 좁은 2층 침대에 둘이 누워서 덜컹대는 가운데 환담하며 가는 재미란... (2주 3주씩 한다면 어떨까 싶지만). 시베리아를 횡단하다니!! 에다가 기차를 타고 가다니!! 그리 관심을 갖지 못했으나 만주와 소련 등지로 이주해야 했던 고려인들이나, 일제 때 독립운동했던 한인들의 흔적을 더듬어가 보는 여정 또한 알차게 재미지다. 북한 노동자들과 함께 열차에서 보내는 시간 또한 흥미진진.


인천에서 출발해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비행기로... 그다음부터 기차로 기차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베를린까지 온 뒤엔 다시 비행기로 인천행. 집에서 계속 멀어지는 여행이었으나 시간의 개념으로 보면 점점 집에 가까워지는 여행... 끄덕끄덕하면서... 사실 집으로 돌아가도록 예정한 모든 여행이 그러하겠지. 하루든 열흘이든, 1년이든 집으로 돌아간다면 집이 가까워지는 여행이니. 매일 살아가는 걸 하루하루 죽어간다 표현하는 것과 비슷하다.


갖은 여행기를 읽었으나 여정이 독특하고 관점이 남달라 특별한 여행기. 철도 덕후로서의 면모는 이 책엔 크게 부각되진 않은 듯 약간 아쉽. 시베리아 여행, 언제고 가고 싶구나... 경의선이 열려 블라디보스토크까지도 기차로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시베리아 시간여행.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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