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내전'이라는 책이 출간됐다는 소식을 어디선가 봤다. 지방시와 대리사회의 김민섭 작가가 추천사를 썼다는 걸 알게 됐으나(믿고 보는 추천사라 생각하게 됨) 검사가 썼다는 게 싫었다. '생활형 검사' 운운한다는 걸 보니, 우병우 같이 한때 잘 나갔던 정치검사는 아니겠으나 그냥 이 직업이 졸라 중요한 일 하는 거 알지, 대우도 받지만 우리도 나름 고충이 있어.. 뭐 그런 류의 책이 아닐까 하고 제쳐뒀다.
설 연휴 전 잠시 서점에 들렀다가 이 책을 목격하고는 그래도 뭔지 잠깐 볼까.. 했는데 서문에 꽂혔다.
"... 어느 날엔가 나는 무척 화가 나 있었다. 내가 검찰에 들어온 뒤 이 조직은 늘 추문과 사고에 휩싸였다. 그때마다 뼈를 깎는 각오로 일신하겠다는 발표를 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더 이상 깎을 뼈도 없는 연체동물이 된 것 같았다. 그런 상황을 접할 때마다 늘 죄인처럼 지냈지만, 추문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대부분의 검사들이 왜 싸잡아서 욕을 먹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선배는...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은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여객선의 작은 나사못이라는 것이었다...."
실은 나도 무척 화가 나 있다. 내가 언론에 들어온 뒤 이 조직은 늘 추문과 사고에 휩싸였다. 나름의 발버둥을 쳤으나 그런 추문과 사고는 점점 커진다. 늘 죄인처럼 지내고 화를 누르고 있지만 기레기와 기발놈이 때로는 억울하지만 때때로 들어도 싸다 싶은 일들이 거듭된다.
그래서 공감했냐 하면 그건 아니다. 검찰과는 다르다. 저자인 검사의 선배 검사는 대뜸 자신들을 대한민국(의 나사못이라 해도)에 빗댄다. 눈꼴 시더라도 이를 어느 정도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검사는 그만큼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다. 검사가 온갖 문제 있는 짓들을 했다 해도 검레기 라는 말은 감히 나오지 못한다. 시민들은 개별 검사만을 욕할 뿐... 그들은 살아있는 권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궁금해졌다. 그렇게 화가 나 있던 저자는 어떻게 했다는 걸까. 언론과 기자가 욕먹는 건 주의하면서 잘 하자 말고는 답이 없다. 노력하는 상황에서도 사고는 터지고 욕은 먹는다. 이런 상황에서 지치지 않기는 쉽지 않다. 지치지 않기 위해 영감을 얻고 싶다는 마음과 독서욕이 결합했다.
그렇게 서문의 일부에 자극받았다. 이럴 땐 읽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