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러 가는 길
높은 도덕성! 자기 검열!
그에 미치지 못하는 나약한 현실!
스스로에 대한 비난. 자기혐오를 이기지 못하고
내가 마시는 공기! 내뿜는 이산화탄소!
그조차 민폐꾼! 죄스럽단 생각에 휩싸여 나 같은 인간은 숨을 쉴 자격조차 없다 싶어 자릴 박차고 집을 뛰쳐나왔다!
눈물이 앞을 가려 핸드폰 액정도 제대로 볼 수 없는 그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주말엔 전화하지 않는 친구가 어쩐 일로 전화를 했다.
"잠시 통화돼?"
나는 눈물을 훔치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대답했다.
"응 괜찮아! 얘기해"
사춘기 두 아들을 키우는 친구가 속상한 이야기를 내비친다.
주말엔 서로 전화를 잘하지 않는데.. 어쩐 일인가 싶어
각성이 돼서 친구 이야기를 듣는다.
경청해서 듣고 위로하고..
그러면서 한편으론 내 신세한탄에 몰래 눈물을 훔친다.
친구가 운다.
맘을 헤아려주니 속이 좀 풀린 건지
아님 내 꼬락서니를 눈치챈 건지
나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자식 탓! 남편 탓! 남의 탓을 하는 내 마음도 이렇게 힘든데 너는 남도 아닌 너 자신을 그렇게 탓하느라 얼마나 힘들겠냐..
너를 좀 따듯하게 봐줘라"
그리고 또 말했다
신이 되려 하지 말라고..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말했다.
"신이 되려는 것이 아니야
내가 짐승만도 못한 인간인 것 같아 괴로울 뿐..."
친구가 반갑게 얘기한다.
"그럼 너는 인생 진짜 잘 살고 있는 거야. 어차피 우리 인간은 다 동물이야! 짐승이라고! "
맞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
교만에 빠져 본분을 망각하고 내가 동물임을 인정하지 못해 괴로워 한 나를 잠시 반성한다.
아무튼
오늘은 날이 아니다.
거지 같은 팔자라도
친구를 위로한 오늘은 내가 덜 쓰레기 같다.
나에게 눈치가 덜 보인다.
또 내가 갚을게 많은 친구라서..
오늘 죽으면 안 된다.
아무리 내가 죽일년이라도
먹튀 하는 년은 되지 말아야지!
친구가 힘들 때
나는 전화를 받아야 해서
공기를 처마시는 민폐꾼으로라도 나는 살아 있어야 한다.
짐승인 나를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숙제를 떠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