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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나는 살인자입니다

by 쭈쓰빵빵

나는 심리학을 전공하였고 몇 해 전 성폭력 범죄자들을 교육하는 일을 하였다.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은 프로그램 진행 또는 상담 사례를 이야기하며 서로 조언을 주고받는다.


3개월 정도 소요되는 긴 마라톤!

프로그램 막바지엔 자신의 사건에 대해 다루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편지를 써보는 시간을 갖는다.




동료 중 한 분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교육생의 고백


"저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살인자입니다.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싶지만 그 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피해자는 내 손에 개죽음을 당했으니까요.

저는 가치가 없어요 저도 죽어야 해요"


열정으로 100시간을 넘게 작업을 하며 얻은 결과가 고작 교육생의 좌절일 때! 어떻게 대처할지!

우리는 이야기를 나눴다


죄책감!

그의 앞을 가로막는 거대하고 무거운 그림자 앞에서


무슨 말을 할까.. 내가 피해자라면..

피해자의 가족이라면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그의 마음을 향해 나직이 말해본다.


돌아올 수 없는 피해자를 위해

오직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


힘든 삶이라 해도 기꺼이 살아내라.

그러다 어느 날

당신이 고된 삶을 살아가는 가운데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 줄 일이 있거든.

상대로부터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받거든

그 인사를 당신의 피해자께 돌려드려라.

개죽음이 아닌 당신의 고귀한 희생으로 내가 새사람이 되어 이렇게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당신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당신 몫까지 내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겠습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게..

그렇게 하루를 살아내라




나의 심정은 지금 이 살인자의 마음과 같다.


나는 1억 4천만 원이 넘는 돈을 단 10분 만에 잃어버렸고

월급 300만 원이 채 안 되는 난 앞으로 회복되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살 길은 단 하나임을 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적어도 나처럼 변기 옆에서 무릎 꿇는 일이 없기를.

부디 나의 실수담을 실컷 비웃고

내면의 상처에 슬퍼하고 분노하는 내 모습을 지켜보고 치유하고 성장하는 나의 여정에 동행해 주길 바란다.


그중 한 사람이라도 심리적 허기를 돈의 허기로 착각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돌보며 진짜 허기를 채울 수 있다면 됐다! 그걸로 됐다. 그깟 1억 4천이 뭐 대수겠냐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

더 큰 걸 얻었다.

그래

나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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