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문으로 뛰쳐나와 날 몰래 낳은 엄마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리고 내가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아빠는 양복점을 하셨다.
칠순을 두 해 전 넘기신 아빠는 지금도 키가 183cm이다. 그래서 양복점 이름이 거인양복점이다. 아빠는 지금도 키가 크고 멋있다! 배우 한진희를 닮았다.
우리 엄마도 배우를 닮았다. 그 배우는 고창석이다.
엄마는 키가 작고 뚱뚱하다.
나는 누구를 닮았을까?
확실한 건 내 언니는 아빠외모를 닮았다.
나는 위로 2살 터울의 언니와 아래로 5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다. 1남 2녀 중 둘째 딸!
내가 태어날 때 부모님은 양복점에 딸린 단칸방에 살았다. 엄마는 언니를 포대기에 엎고 나를 임신한 상태로 아빠 양복점 일을 거들었다.
만삭일 무렵. 부엌에서 저녁밥을 짓던 엄마는 갑자기 공포감을 느꼈다고 했다.
예정일을 2주 남짓 앞두고 양수가 터져버린 것이다.
큰일 났다! 또 딸이다!
엄마는 밥 하려고 집어 들었던 양푼을 내동댕이치고
그 길로 부엌 뒷문으로 뛰쳐나와 언니를 출산했던
근처 조산소로 달려갔다.
그리고 홀로 날 낳았다.
복부 초음파가 없었던 그 시절!
아들을 애타게 원하는 아빠! 엄마는 내가 딸일까 봐 임신한 10달 동안 마음을 졸였다고 했다.
예정일보다 빨리 나오면 딸일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엄마는 양수가 터지는 순간 직감했을 거다.
집안이 한바탕 풍비박산 날것을..
엄마의 출산을 알리려 옆집 아줌마가 아빠에게 달려왔다
"이 집 엄마 애 낳았어요!"
"무슨 말씀을! 지금 뒤에서 밥하고 있는데!"
"여보! 여보!"
아빠는 엄마를 다급히 불러보았지만
부엌 넘어 답을 하는 이는 없었다.
아빠는
엄마를
아니 나를 바로 보러 오지 않았다.
술에 잔뜩 취한 채 아빠는 엄마에게 왔다.
그리고 조산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대체 여기만 오면 왜 딸을 낳는 거야!"
그날 출산한 아이 7명 중 나만 딸!
나머지 6명은 아들이었다고 했다.
놀라운 일은 또 있다.
엄마는 아빠가 그 난리를 피우는 와중에
나를 옆에 두고 서러움에 복받쳐 눈물을 뚝뚝 흘렸고
그때 한솥 끓여 나온 미역국을 보고는 미역국에 눈물을 떨구며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고 한다.
엄마는 식욕이 좋다
지금도 여전히 좋다
아빠는 그 뒤로도 열흘동안 술만 드셨다고 한다.
양복점 셔터문도 열흘 째 꼭 닫은 채..
날 낳고 두 번 까무러친 엄마
한 번은 내가 딸이라
한 번은 내 배꼬래가 너무 커서..
그렇다! 나는
모태신앙이 아닌 모태비만이었다.
아마 나 스스로도 세상밖에 나오기 전부터 이미 감지한 듯하다.
하아~ 이거! 나가면 골치 아프겠는데.
어쨌든! 나는
엄마 뱃속부터 스트레스 살이 찌워진 채 그렇게 세상밖에 던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