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많은 사람들의 사랑으로 내가 되었다.

감사하니 겸허해지고 행복해졌다.

by 쏘담쏘담

도저히 수업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아

후배선생님이 진행하는 수업 프로젝트에서
빠진다고 거절하고 나서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더더욱 분명해졌다.

물론, 나의 가치관과 방향에 맞지 않아

거절했지만 그 선생님을 응원해 줬다.

그러다가 예전 학교에서 하신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선배교사가 돼서 후배교사가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할 때 낡은 선입관과 걱정으로 조언하지 말고 응원해 줘라.
네가 틀릴 수도 있다. 그들의 기를 꺾지 마라.

나의 기우와 낡은 조바심으로 그들의 열정을 꺾지 않고 박수쳐주고 응원해 줬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나는 그들의 사랑을 먹고 이렇게 자라났구나.

신규교사로서 좌충우돌할 때
나를 믿고 응원해 준 사람들 덕분에
지금처럼 기가 꺾이지 않고
자신감 넘치게 내 역할을 하는 나로 자라났구나.


신규일 때도 단호하고 분명했던 내게,

코로나를 겪으며 우왕좌왕하던 내게,

큰 사건을 마주하고 주저앉고 싶었던 내게,

응원해 줬던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말들이 떠올랐다.

감사한 오늘이다.
날 사랑해 주고 응원해 준 그들에게
그리고 원하지 않는 걸 분명히 알고 거절할 수 있는 내게


올해 1월에 있었던 일이다.

갑자기 학교가 임용고사장이 되었다고 해서
방학 중 수업 계획서 바꾸고 난리가 났었는데
막상 해보니 힘들지만 따스했다.

첫날, 임용고시 3일 치 수당을 한 번에 받았다가
잃어버려서 찾고 있었는데
어떤 선생님이 쓰레기통에서 찾아주셨다.

근데 감동이었던 건
선생님들이 내가 수당 못 찾으면

모든 선생님들이 3만 원씩 걷어주시려고 했다는 것이었다.


" 제가 잃어버렸다는게 거짓말이면 어떡해요?"


" 선생님, 그럴분 아니시잖아요."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 마음이 따뜻했다.

임용고시 준비로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다들
김밥과 컵라면을 먹는데 김밥 한 줄 컵라면 하나 다 먹었다고 젊어서 그렇다고 잘 먹는다고 박수쳐주시던 선생님들.

이제 어디 가서 젊은 나이 아닌데
나이 먹고 선생님들이 젊은이 취급해 주니까 좋았다.

잘 먹기만 해도 좋아해 주는
고양이 같은 찰나가
지난 1월의 따뜻함이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애정과 관심과 사랑으로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니

겸허해지고 행복해졌다.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새 학기, 새로운 사람들, 힘든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았던 마음에 연고가 덧발라진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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