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나로 존재하는 나의 탄생일
학창 시절에는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싶어서
방학에 생일인 게 너무 싫었었는데
교사가 되고 나서는
방학에 생일인 것이 좋아졌다.
예전엔 생일에 많은 친구들을 만나서
축하받고 싶어서
친구들이 거의 국왕이냐고 할 정도로
일주일 내내 생일파티만 하던 시절도 있었다.
최근 들어 이상하게도
생일날에는 혼자 있고 싶어졌다.
운이 좋게도
친구가 많은 삶을 살아왔던 나는
가만히 있어도 계속 카톡이나 전화가 울리고
사람들이 만나자고 하고
직장에서도 학생들과 교사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면
생일이면 유독 더 혼자 있고 싶어진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묻곤 한다.
" 혼자 살면 외롭지 않아? " 혹은 "혼자 있으면 외롭지 않아?"
나는 그 사람들에게 묻는다.
" 외롭다는 감정은 어떤 감정이야?"
외롭다는 감정의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할까?
심심한 감정? 공허함? 우울?
나는 셋다 아니다.
심심한 감정이 들 때도 있지만
심심하면 바로 할 수 있는 많은 취미들이 있고
공허한 감정이 들 때도 있지만
오히려 혼자 있으면 공허함보다 '충만함'이 차오른다.
우울할 때도 물론 있지만 나 혼자 있어서 우울하다기보다는 사람들과 부대낄 때 더 버겁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나의 생일은
오롯이 나로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나 혼자 가고 싶은 곳을 가고,
여행을 가기도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먹으면서
금전적인 것을 생각하지 않고 나의 취향을 듬뿍 때려 넣는 날이다.
이번 생일엔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파주를 다녀왔다.
열화당이라는 고서가 가득한 책방을 다녀왔다.
월수금이 도슨트가 있다고 하는데 내가 간 날은 도슨트가 없어서 아쉬웠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 가득한 공간.
오래된 책 냄새들이 너무 좋았다.
어릴 때 이렇게 책이 가득한 서재를 꾸미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이사랑도 통역이 될까요?처럼 책이 가득한 공간이어서 그 드라마가 떠올랐다.
열화당 옆에 있는 지혜의 숲도 다녀왔다.
그리고 추운 몸을 녹일 겸 커피숍에서 따뜻한 밤라테도 한잔 했다.
꽁꽁 언 강물을 보면서 스케이트도 탈 수 있을 것 같다는 어이없는 생각을 하면서
꽁꽁 언 몸을 녹였다.
그러고 나서는 하트시그널에서 보고 나서 너무 가보고 싶었던
콩치노 콘크리트라는 콘서트 홀에 갔다.
창가에 앉아서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기도 하고 멍 때리기도 했다.
사람들은 일몰에 대해 해가 진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내일의 해가 떠오르기 위해 잠시 휴식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노을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해가 산속으로 숨는 것을 바라보았다.
멍하니 노을을 바라보다가
감정이 마구 넘쳐흘러서
시도 한편 썼다.
멍 때리며
해가 지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 순간이 평온이고
행복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누군가는 혼자이면 공허함이 들고 외롭다는 데
나는 오히려 충만하게 차오르는 느낌이 든다.
나와서 보는 일몰도 너무 예뻤다.
어떻게 하늘이 저런 색으로 변할까
몇 시간이나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풍경을 즐겼더니
배가 고파져 왔다.
그래서 근처 한정식집에 갔다.
혼자면 어떠한가
2인상을 시켰다.
도토리국수, 들깨수제비, 새싹 비빔밥, 보쌈 너무 맛있었다.
배부르게 먹고 행복했다.
올해의 생일도
오롯이 나로서
충만하고 행복하게 보냈다.
이어진 삼척 여행을 마치고 왔더니
가득 온 선물에
또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 취향인 것들을
고르고 선물 받았다.
감사히 먹고
감사히 쓰고
또 받은 만큼
베풀면서 살아야겠다고 느끼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