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단다 11
아이는 모른다. 돌아가는 상황을.
고등학교 배정을 받고, 교복을 맞추고 신입생 예비소집까지 다녀온 아이. 하지만 학교 배정 문제로 동네가 얼마나 떠들썩 한지는 모르는 눈치였다. 진성고만 신입생 배정이 심각하게 미달이 되었다는 사실이나 이 사태를 바로잡기 위해 진성고 신입생 학부모들이 다각도로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도. 상황을 바로잡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나 바로 잡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현재 이 상황이 유지되면, 추후 고등학교 생활이 얼마나 심각해지고 또 대입에 가서 얼마나 큰 불이익을 얻게 될지도.
SNS도 게임도 안 하고, PC방도 학원도 안 가는 아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주지 않았다. 식당을 가거나 외출을 하더라도, 스마트폰이 아닌 장난감이나 색연필, 찰흙 등 놀 거리를 가지고 놀게 했다. 그럼에도 학교에서 학습 보조도구로 스마트폰을 준비물로 사용하고, 코로나 시기 학교 수업조차 화상으로 진행하며 전자기기에 많이 노출시킬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때도 그랬지만 중학교에 가서도 스마트폰은 준비물 중 하나였지만, 다행히 SNS나 게임에 빠지지는 않았다. 다니던 학원을 하나둘 끊다 언제가부터 학원을 가지 않았고, 덕분에 집에서 혼자 공부를 하며 전자기기의 유혹에서 더 벗어날 수 있었다.
아이는 모른다. 부모의 고뇌를.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음에도,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이사, 전학 등 갖가지 생각이 마음을 어지럽혔지만, 아이 앞에서 내색할 수가 없었다. 답도 없는 일로 괜히 아이 마음을 흔들고 싶지 않았다. 공부만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었으니까. 다각도로 알아보며 고민해 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학교 규모만 보고 낯선 곳으로 전학을 가는 것도, 그렇다고 학교 규모가 처참한 수준인 진성고에 남는 것도. 심각한 상황이니 이슈만 된다면 오히려 쉽게 해결될 거라 여겼던 예상과 달리, 해결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상황의 심각성과 사태의 해결법을 아무리 제시한들, 이 모든 것의 키를 쥐고 있는 경기도 교육청이 움직일 생각을 안 했으니까.
고등학교 생활도 모르고, 입시 제도도 모르는 아이
아이에게 종종 이야기해 주기는 했지만, 고등학교는 중학교와 얼마나 다른지 모르는 듯했다. 어차피 모르는 고등학교 생활이기에 고교학점제나 5등급, 상대평가 등등 바뀐 대학 입시 제도에 대한 불안 역시 크게 느끼지 않는 듯했다. 아이에게는 아직은 막연하기만 한 고등학교 생활일 것이고,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는 대학 입시일 테니까. 이미 고등학교 생활과 대학 입시를 경험한 이들조차 앞으로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이니, 아이가 느끼는 막연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앞으로 수시에서든 정시에서든 내신과 생활기록부가 반영이 될 거라는 것이었다.
아이는 모른다. 입시의 현실을.
아이가 아는 것은 딱 두 가지였다. 아이가 지원하고 배정받은 진성고의 신입생 인원이 90명이라는 것과 같은 지역 내에 있는 타 학교에 비해 유달리 인원이 적다는 것. 아이에게 다른 상황은 말하지 않았다. 학교 정원이 적음으로 인해 발생되는 내신에서의 부담감이나 수업 선택의 불이익 등에 대해서는 말이다. 그렇기에 아이는 신입생이 적다는 것에 대해 왜 이렇게 많은 논란이 되고,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는지 잘 모르는 듯했다. '적으면 적은대로 장점도 있는데 왜 그러지?'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맞다'고 해주었다. 한 학년이 300명이 아니라 90명이면, 선생님들이 한 명, 한 명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아주실 수 있을테니까.
아이는 안다. 친구들이 적어진다는 것을.
부모는 잊었다. 학교는 또래 친구들과 만나는 곳이라는 것을.
진성고 신입생이 90명이라는 것도. 내신 등급이 치열해진다는 것도. 수업 선택의 수가 줄어든다는 것도. 속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지 어쩌겠나 싶었다. 하지만 아이의 순수한 질문에 마음이 무너지고 말았다. '근데, 그러면 체육대회는 어떻게 해요? 체육대회는 할 수 있어요?' 생각지도 못한 아이의 질문에. 그렇다. 학교는 공부만 하고, 성적만 내는 곳이 아니었다. 아이에게 학교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추억을 쌓는 곳이었다. 그 순간 경기도 교육청이 아이에게서 앗아간 것은 공평한 교육 환경과 입시 기회만이 아니라, 아이의 소중한 학창 시절의 추억까지도 앗아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