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단다 09
진성고 신입생 학부모는 당황했다
사람이 너무 당황하면 아무 생각을 못 하는 법이었다. 아이의 교복을 맞추다 알게 된 사실에 놀랐지만, 처음에는 그냥 그렇구나 했다. 광명시 고등학생 수가 정말 많이 줄었나 보다 싶었다. 그래도 광명이면 수도권이라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먼 지방도 아닌 광명에서 이렇게 빨리 인구 절벽이 발생하다니 큰일이라고 생각했다. 수도권에 있는 학교 신입생이 90명 밖에 안 되면 앞으로 우리나라 어떡하냐, 이러다 우리나라 없어지는 거 아닌가 하는 염려를 했더랬다. 지금 생각하면 참 쓸데없는 나라 걱정이었다. 당장 내 아이의 한 달 뒤가, 3년 뒤가 걱정스러운 마당에.
타 고등학교 신입생 학부모는 믿지 않았다
두 아이들과 함께 긴 방학을 보내며 할 일을 하다 보면 어느덧 지나있는 하루하루였다. 아이들과 북적이는 하루를 보내다 보면 다른데 신경 쓸 여력은 없었으니까.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친 타 학교 신입생 학부모에게 소식을 전했다. 이번 진성고 신입생은 90명이라고. 아닐 거라고 했다. 가정통신문에서 진성고 배정 인원은 225명인 것으로 봤다고 말이다. 게다가 지원서 쓰기 전에 두 번이나 고등학교 선호도 조사하지 않았냐고. 90명은 절대 아닐 거라고 했다. 다시 확인해 보라고.
광명 시민은 거짓 뉴스라고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성고 신입생 90명'이라는 소식이 광명시 지역 카페에 올라왔다. 주변에서 이야기를 듣고도 설마설마하며 고개를 젓기만 하던 이들은 카페 글을 통해 사실을 확인한 뒤 깜짝 놀랐다. 소문일 거라고, 거짓 뉴스일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90명은 말이 안 되는 숫자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신입생 배정은 주관적인 판단이 필요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온전히 숫자만 사용해 파악하고 처리하는 일이었다. 객관적인 지표만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누가 하든 감정이 개입되어 일을 그르칠 여지가 전혀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진성고 신입생 90명'이라는 결과를 보고, 경악하고 있는 것이다. 대체 왜?
광명시교육지원청은 민원으로 처리했다
진성고 신입생 학부모도 타 학교 신입생 학부모도, 광명 시민도 '진성고 신입생 90명'이라는 결과를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숫자가 나올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고 이유를 찾아보았다. 도저히 이유를 찾을 수 없으니, 진성고 신입생 학부모들은 도저히 이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물어볼 곳은 광명시에서 고등학교 신입생 배정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광명교육지원청 밖에 없었다. '300, 292, 297, 237, 306, 294, 270, 90, 222' 이 결과를 설명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설명도, 시정도, 해결도, 사과도 없었다.
경기도교육청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수십 명의 진성고 신입생 학부모들은 전화를 돌렸다. 학교로, 광명교육지원청으로, 경기도교육청으로. 광명시 고등학교의 신입생 배정을 최종 결정하는 곳은 경기도교육청이었다. 배정에 관한 모든 공문은 경기도교육청 직인이 찍혀있었으니까. 경기도교육청은 수원에 위치한 남부청사와 의정부에 위치한 북부청사, 이렇게 두 곳으로 나뉘어있었고, 광명시는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담당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에 전화해도 학부모들은 담당자와 제대로 된 통화를 할 수 없었다. 받을 때마다 담당부서와 담당자는 계속 바뀌었고, 원칙대로 규정대로 처리했다고만 했다. 시스템 오류는 없었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사람들은 이게 가능한 일이냐고 되물었다
누가 봐도 너무 이상한 일이라, 당연히 쉽게 해결이 될 줄 알았다. 최소한 적어도 인정과 사과는 쉽게 받을 줄 알았다. 학부모들의 요구가 그대로 반영되지 않더라도, 학부모들이 납득할 수 있고 수용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제시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가 너무 순진했구나 싶었다. 사과하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는 것이 되고, 인정하지 않으면 잘못한 것이 없는 것이 되고, 잘못한 것이 없으니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내가 당사자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판단을 못하는 것인가 싶어, 타지역 사람들에게도 물어보았다. 내가 물어본 사람들은 모두 경기도교육청이 신입생 배정을 잘못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