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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을 디자인하는 생존의 언어, 가격

이익과 가격책정에 대한 이해

by 조병묵

가격을 이해하려면 이익 구조부터 이해해야 한다. 프라이싱의 본질은 이익 구조의 설계다. 매출이 많아도 손익구조가 나쁘면 이익은 남지 않는다. 이익 구조는 세 단계로 나뉜다 — 롤마진, 공헌이익, 그리고 영업이익이다. 고객, 경쟁자, 판매채널의 상황에 따라, 그리고 산업의 특성에 따라 아래 세 가지 이익개념을 염두에 두고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원재료 비중이 높은 산업이라면 판가 인상에 주력하고, 공헌이익 제로 가격이 핫딜가이며, 할인을 하려면 영업이익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롤마진(Raw Margin)은 제품 판매가에서 순수 원재료비를 뺀 금액이다. 판매가에서 원재료 비용의 비중이 높은 임가공 제조업 등에서 가장 먼저 봐야 할 지표다. 예를 들어, 판매가 1,000원짜리 제품의 원재료가 700원이라면 롤마진은 300원이다. 이 300원으로 포장비, 인건비, 물류비, 관리비, 광고비 등 제조경비와 판매관리비를 모두 감당하고 남은 부분이 이익이다. 롤마진율이 낮을수록 원재료비의 하락이나(공급가격 하락) 임가공비 인상 시(판매가격 인상) 이익의 규모가 커지게 된다.


공헌이익(Contribution Margin)은 제품 판매가에서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중 물류비, 수수료 등 제품 판매가 늘어날 때 비례적으로 증가하는 변동비를 뺀 금액이다. 우리 제품을 팔아도 손해가 나지 않는 최저가, 일시적 폭발 수요를 만드는 자극적 가격인 핫딜가(Hot Deal Price)는 결국 공헌이익이 제로가 되는 가격을 구하면 된다. 즉, 공헌이익 제로 상태의 가격은 매출은 극대화하면서 영업이익은 변화가 없는 가격이다.


영업이익(Operating Profit)은 공헌이익이 고정비성 판매관리비를 충당하고 남은 금액이다. ‘회사가 실제로 번 돈’이다. 영업이익률이 10%인 기업에서 고객의 요청대로 “10%만 깎자”주면, 즉 판매가 10% 인하는 영업이익을 100% 없애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공헌이익이 플러스이면서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매출을 증대하면 고정비를 충당하는 효과가 발생하여 영업이익은 증가한다. 프라이싱은 숫자가 아니라 생존의 언어다.


이익 구조를 이해했다면 이제 가격 책정의 방식들에 대해서 알아보자. 가격은 세 가지 관점에서 결정된다. 하나는 원가 중심(Cost-Based), 다른 하나는 경쟁 중심(Competition-Based), 그리고 마지막은 수요 중심(Demand-Based)이다.


원가 중심 프라이싱은 원가에 마진을 더하는 가장 단순하고 안정적인 방식이다. “만드는데 7,000원이 들었으니 이윤 3,000원을 붙여 10,000원에 팔자.” 하지만 이 방식은 고객의 인식이나 지불 의사를 고려하지 않는다. 한 OEM 업체는 제품 단가에 일정 마진을 붙이는 관행을 유지하다가 소비자 가격 민감도를 고려하지 못해 재고가 누적되었다. 원가 기반은 내부 논리에는 완벽하지만 시장 논리에는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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