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직원들은 왜 ‘알아서’ 못할까?

'알잘딱깔센' 프로 일잘러

by 조병묵

우리는 누구나 ‘인정’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사무실에서 업무에 허덕이며 사람에 치이기보다, ‘알잘딱깔센’하게 일하며 ‘프로 일잘러’라는 찬사를 듣고 싶어 한다. 당신이 경영자라면 우리 구성원들이 조금 더 능동적으로 움직여주길 바랄 것이다.


조직으로 모여 일하는 이유는 분업의 효율성과 협업의 집단지성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 한 가지 숙제가 생긴다. 어떻게 하면 여러 사람이 마치 한 사람처럼 자율적이면서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것인가 하는 문제다. 크고 중요한 이슈는 회의나 보고로 결정할 수 있지만, 평소 구성원 개개인이 원팀(One-team)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공유하는 가치와 명확한 기준'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필자가 경험한 운영 탁월성이 높은 회사들은 공동체의 가치, 전략, 규범, 그리고 일하는 방식을 모든 구성원이 명확히 공유하고 있었다. 가치와 전략은 주로 경영자가 수립하고 규범은 시스템이 받쳐주지만, 실질적인 '일하는 방식'은 결국 구성원 개인 간의 관계와 팀워크에 의존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알잘딱깔센’하게 일할 수 있을까?


첫째, ‘알아서’ 한다는 것은 자기 주도성을 의미한다. 수명자(업무를 받는 사람)가 이심전심으로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태도는 일 못 하는 관리자의 전형이다. 제대로 '알아서' 움직이게 하려면 업무의 목적을 명확히 이해시켜야 한다. 전체 일에서 지금 하는 일이 어떤 부분인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일의 전략적 의도와 수량적 목표를 구체적으로 수명자와 공유해야 한다. "이번 가격 할인 프로모션은 경쟁사의 다음 주 행사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니, 구성과 가격을 유사하게 맞춰 판매량 1,000개를 달성해 봅시다"라고 지시할 때, 직원은 비로소 '알아서' 경쟁사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둘째, 일을 ‘잘’한다는 것은 결과물의 전문성을 뜻한다. 결과물의 퀄리티는 기획이나 문제 해결 과정에서 얼마나 다양한 옵션을 비교 분석했느냐에 달려 있다. 일 잘하는 사람은 당장 정답 하나를 찾기보다, '확산적 사고'를 통해 다양한 사례와 아이디어를 확장한다. 이후 중간보고를 통해 업무 범위와 수준을 조율(Fine-tuning)하고, '수렴적 사고'로 전환해 2~3가지 최적 안을 깊이 있게 개발한다. 신제품 론칭 보고 시, 단일 안만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른 A안(공격형)과 B안(안정형)을 비교 분석해 상급자의 의사결정을 돕는 것이 진짜 일을 '잘'하는 모습이다.


셋째, 일을 ‘딱’한다는 것은 기대 수준에 정확히 맞추는 것이다. 재작업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시자와 수명자의 기대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시자는 결과물의 품질, 예산, 마감 기한이라는 QCD(Quality, Cost, Delivery) 조건을 수명자와 명확히 합의해야 한다. "최대한 빨리 서류 정리 좀 해줘"라는 모호한 지시 대신, "내일 오전 10시 회의용이니, 핵심 수치 위주로 요약해서 3페이지 내외로 출력해 줘"라고 말할 때 서로 '딱' 맞는 결과물이 나온다.


넷째, 일을 ‘깔끔하게’한다는 것은 정리와 전달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결과물도 보고서 작성이나 구두 보고 역량이 부족하면 가치가 훼손된다. 확산과 수렴의 과정을 거쳐 만든 정수를 군더더기 없이 전달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수십 페이지의 데이터를 나열하는 대신, 한 장의 요약 대시보드와 함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 공정률은 90%이며, 잔여 이슈는 두 가지입니다"라고 보고하는 것이 깔끔한 일 처리다.


다섯째, 일을 ‘센스 있게’한다는 것은 유연한 대처 능력을 뜻한다. 업무 중 예상치 못한 변수는 늘 발생한다. 프로 일잘러는 사전에 변수를 예측하여 '플랜 B'를 준비한다. 상황이 터졌을 때 당황하지 않고 미리 준비한 비상 계획(Emergency Plan)을 가동하는 유연성이 바로 센스다. 야외 행사를 기획할 때 "비가 오면 인근 강당으로 장소를 변경하고 안내 문자를 즉시 발송하겠습니다"라는 대비책을 미리 세워두는 직원을 우리는 '센스 있다'라고 평한다.


결국 '알잘딱깔센'은 지시하는 사람과 수행하는 사람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일종의 '팀워크 시스템'이다. 일을 알아서 딱 하기 위해선 목적과 기대 수준이 명확히 공유되어야 하고, 깔끔하고 센스 있게 잘하는 능력은 멘토링과 현장 실행을 통해 개개인이 주도적으로 익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 잘하는 사람은 사실 '잘 배우는 사람'이기도 하다.


한정된 인력으로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9980 경영자들에게 '알잘딱깔센' 구성원은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이들을 단순히 보상하는 데 그치지 말고, 이런 문화가 조직 전체로 전파되도록 독려해야 한다. 경영자부터 일의 지시와 관리 과정에서 '알잘딱깔센'의 모범을 보여야 하며, 학습을 촉발하기 위해 자유롭게 질문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질문은 '너와 나의 생각'을 '우리의 생각'으로 동기화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AI와 대화하며 질문 능력을 키우고, 회의실에서 과감히 질문하는 용기가 모일 때 비로소 우리 조직은 불필요한 감정 소비 없는 '프로 일잘러들의 집합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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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관점의 질문


이 조직은 ‘사람 의존형’인가, ‘시스템 구동형’인가? 이 회사는 특정 몇 명의 ‘에이스’에 의존하고 있는가? 구성원 평균 수준이 올라가고 있는가, 아니면 소수 인재에만 성과가 집중되는가? 조직이 리더의 직접 개입 없이도 굴러가는 구조인가?

구성원들이 전략과 목표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가? 보고서가 반복 수정되는 빈도는 얼마나 되는가? QCD(Quality·Cost·Delivery) 기준이 합의되어 있는가?

실패 사례가 공유되는가, 숨겨지는가? 중간보고 문화가 있는가? 질문이 많은 조직인가, 추측이 많은 조직인가?

이 조직은 규모가 커져도 ‘알잘딱깔센’ 문화가 유지될 수 있는가? 인당 매출, 인당 영업이익은 개선되고 있는가? 채용 후 온보딩 기간은 단축되고 있는가?


경영자 관점의 질문


왜 우리 직원은 ‘알아서’ 못한다고 느끼는가? 나는 직원이 ‘알아서’ 못한다고 말하기 전에, 내가 ‘제대로’ 설명했는가? 우리 조직에서 질문은 환영받는가? 회의에서 반대 의견은 얼마나 나오는가? 내가 불편해하는 질문의 유형은 무엇인가?


(알아서) 나는 업무 목적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가? 전략적 의도를 구체적으로 수치화해 전달하는가? 지시 대신 암시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잘) 나는 결과물의 기대 수준을 사전에 정의하는가? 다양한 옵션을 가져오도록 독려하는가?

중간보고에서 방향을 조율하는가?

(딱) QCD 조건을 명확히 합의하는가? “빨리”, “적당히”, “잘 정리해” 같은 모호한 표현을 쓰고 있지 않은가? 재작업의 가장 큰 원인은 누구에게 있는가?

(깔끔하게 센스 있게) 보고 체계가 표준화되어 있는가? 비상 계획(Plan B)을 사전에 요구하는가? 변수 관리가 개인 역량에만 의존하고 있지는 않은가? 멘토링과 일을 통한 훈련이 제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가?


팀장 관점의 질문


나는 상사의 의도를 추측하는가, 기준을 이해하는가? 이번 업무의 전략적 목적은 무엇인가? 왜 지금 이 일을 해야 하는가? 성공 기준은 무엇인가?

단일안만 가져가고 있지는 않은가? 상황별 대안(A·B안)을 준비하는가? 상사의 의사결정을 돕는 구조로 보고하는가?

QCD 조건을 확인했는가? 마감 전 중간 점검을 요청했는가? 재작업이 발생하는 이유를 분석해 보았는가?

결론부터 말하는가? 한 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가? 데이터는 정제되어 있는가?

예상 리스크를 사전에 정리했는가? Plan B를 준비했는가? 변수 발생 시 보고와 실행 중 무엇을 먼저 하는가?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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