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병묵 Jul 21. 2023

눈에 보이는 생각의 흐름, 기록

이 세상 최고의 회의록 양식!  ADI 회의록!

회의, 워크숍, 퍼실리테이션 등의 단어를 듣게 되면 우리는 대부분 포스트잇과 플립 차트, 마커를 들고 기록하는 퍼실리테이터를 연상하게 된다.  회의 퍼실리테이션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프로세스를 따라 토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특정 단계에서의 토론의 아웃풋은 다음 단계의 인풋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퍼실리테이터는 플립 차트나 화이트보드에 기록하는 활동은 토의의 내용을 보관하는 집단 기억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포스트잇과 플립 차트를 통한 기록 활동은 참가자들의 자발적이고 실질적인 참여를 이끄는 중요한 도구이다.  개인이 포스트잇에 기록하고 그것을 발표하고 차트에 붙이는 활동의 가장 큰 목적은 퍼실리테이터가 참석자들의 실질적 전원 참여를 지속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특정 안건에 대한 참석자들의 의견을 플립 차트에 기록하는 것 역시
 참석자들에게 본인의 의견에 사람들이 귀 기울이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토론의 오너십을 참석자들이 소유하게 하는 것이다. 
 


기록이 참석자들의 자유로운 토론을 촉진시키기 위해서 퍼실리테이터는 기록의 원칙을 마음속에 항상 지니고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퍼실리테이터가 판단하여 선택적으로 기록하지 말고 모든 참가자의 의견을 기록하여 참석자 전원에게 토론의 오너십을 유지시켜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 참석자의 의견을 듣고 기록하지 않는 경우 해당 참가자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참석자들도 퍼실리테이터가 생각하는 가이드라인에 들어가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또한 참석자가 이야기한 것을 안건에 대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요약하여 기록하되 참석자가 한 말을 사용하여 기록해야 한다.  


내용적으로 참석자보다 더 많이 알고, 식견이나 경험이 뛰어나 퍼실리테이터 본인의 해석을 가미하여 기록하게 되면 해당 의견에 대한 참석자의 오너십은 사라지고 다른 참석자들도 발언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  그렇다면 주제와 동 떨어진 의견이나 다른 이슈가 나왔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이 또한 기록해야 한다.  기존에 기록하고 있던 페이지가 아닌, 미리 준비되어 있는 별도의 오픈이슈 또는 이슈리스트(Open Issues or Issue List) 페이지에 추후 토론 또는 검토를 전제로 기록한다.  이 과정에서 퍼실리테이터는 별도의 이슈라는 것을 추가 질문을 통해서 재차 확인하고 오픈이슈 리스트에 기록하는 것에 대해 참석자의 동의를 구한다. 

 

회의나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기록 활동을 좀 더 쉽게 하기 위한 몇 가지 팁이 있다.  첫째,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듣고 나면, 무조건 먼저 쓰고 난 후에 질문하고 토론을 유도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퍼실리테이터는 참석자가 의견을 표출할 때 핵심 단어와 메시지를 캐치할 수 있어야 한다.  참석자가 발언한 내용을 기록하고 난 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질문을 통해서 명확히 하는 적극적 경청을 실천한다.  


둘째, 퍼실리테이터가 기록을 위해서 내용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재진술이 아닌 질문을 통해서 진행해야 한다.  퍼실리테이터가 본인의 재진술을 통해서 의견을 명확히 하는 것은 본인의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참석자들이 지나치게 퍼실리테이터에게 토론을 의지하면서 오히려 집단 토론의 에너지가 저하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참석자의 의견을 기록할 수 없을 정도로 이해하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까요? 제가 무엇이라고 기록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어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셋째, 기록의 대상은 결국 질문으로 표현된 안건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어, 제목을 질문으로 만들어 차트에 제목으로 써 놓고 시작하는 것이 퍼실리테이터나 참석자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기록하는데 도움이 된다.  넷째, 토의 초기에 참석자들로 하여금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토론에 임하기 위해서 ‘주어 동사 목적어 또는 주어 동사 보어'등 특정 형식을 제시하여 의견을 표출하게 하는 것도 토론에 임하는 참석자나 기록하는 퍼실리테이터에게 도움이 된다.  


다섯째, 워크숍의 가장 중요한 결과물은 모든 사람들의 토의 결과 그리고 동의로 만들어진 의사결정항목(Decision List)들과 실행항목(Action List)들이다.  이러한 항목들이 생기게 되면 기록한 후 특정 심벌이나 색상을 통해서 그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별도의 공간에 분리하여 기록할 수 있다.  여섯째, 기록하는 동안 생길 수 있는 어색한 침묵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록하면서 내용을 읽거나, 의견을 다시 한번 말해 달라고 부탁하던가, ‘Why’ 질문을 통해서 발언자에게 의견을 추가적으로 입증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안건에 대한 토의내용을 기록해 나가는 차트 이외에 Open Issue List를 별도의 공란 차트로 만들어 벽에 부착해 놓고, 회의 시작 시 용도에 대해 설명을 하면 모든 참석자들이 추후 토론이 필요한 영역으로서의 유용성을 인지하게 된다.  기록을 하고 보충 질문이 끝나면 좋은 의견 고맙다는 말도 잊지 말자!

 

기록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다.  보고서의 성격으로 토론의 결과물을 요약하는 경우는 동영상, 보고서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고, 회의 진행 중에도 기록만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나 기록을 보조하는 사람을 둘 수는 있다.  하지만 회의 진행 중 집단 기억장치로서 그리고 참석자들의 자발적 참석을 촉진하는 수단으로써의 기록은 퍼실리테이터가 참석자들과 교감하며 직접 실시간으로 수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생각을 기억하고 정리하는 집단 기억장치로서 기록에는 나열(Listing), 범주화(Categorising), 표 만들기(Charting), 인과/선후관계 다이아그램 등이 있다.  



나열은 참석자들의 의견을 단순히 순서에 따라 위에서 아래로 기록하는 가장 일반적이고 손쉬운 수단이다.  범주화는 기준에 따라 매트릭스(2*2, 2*3, 3*3 등)상에 의견들을 위치시키거나,  마인드 맵이나 피시본 차트 그리고 로직트리와 같이 정형화된 틀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범주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당연히 나누는 기준이 된다.  퍼실리테이터는 의견들이 개진되고 난 후 범주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 의견들을 포스트잇에 먼저 적게 하고 발표하여 공유시키고, 그 포스트잇을 동의된 기준에 따라 분류하면 효율적으로 토론을 이끌 수 있다.  


표 만들기는 상위에 기준을 정해놓고 하위에 기준에 따라 의견을 나열하는 형태로서 참석자나 퍼실리테이터가 의견을 개진하고 기록할 때 중요한 요소들을 빼놓지 않게 만든다.  인과관계는 화살표를 통해서 방향이 표현되고 (+)와 (-) 기호를 통해서 증가와 감소의 관계가 표현된다.  문제를 분석하는 단계에서 다양한 변수들의 복잡한 인과관계를 쉽게 표현하는 시스템다이내믹스의 인과관계 지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  선후관계나 프로세스는 화살표와 (Yes)와 (No) 기호 등을 통해서 쉽게 표현할 수 있다.  




아래에 예시된 회의록은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즉각 실행을 원칙으로 하는 액션리스트, 관련된 일을 수행함에 있어서 전략적 방향이나 문제발생 시 해결원칙 등을 명기한 디시션리스트, 추후 검토를 통해서 실행하거나 비교적 긴 시간을 가지고 논의해야 하는 항목을 기술한 이슈리스트로 기록하는 방식이다. 각각의 리스트에는 마지막에 괄호 속에 담당자와 완료기한을 명기하여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회의의 실행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회의 실행경과를 회의록을 기준으로 팔로우업 있다.  실행이 완료되면 중간줄을 그어 삭제하고, 미실행이나 지연이 발생하면 붉은색으로 사유를 기록하여 공유하면서 전체적인 진행경과를 확인할 있다.  


정기회의를 기록하고 팔로우 업하는 것에 가장 장점이 있고 워크숍이나 아이데이션 같은 1회성 회의에 대한 기록으로도 회의 후 실행경과를 모니터링하기에 매우 유용하다.  필자는 기록하는 사람(Minute Taker)을 별도로 두어 회의 중간에 실시간으로 회의록을 기록하고 회의 마지막 5분은 회의록을 리뷰하면서 회의에서 논의되었던 내용과 실행계획을 참석자들과 공유하였다.  회의 진행 후 팔로우업 경과를 회의록에 기록하여(실행완료는 중간줄로 삭제 또는 지연건은 붉은색으로 현황 및 사유 명기) 회의 참석자들과 주기적으로 이메일을 통해 공유할 수도 있고, 이어지는 팔로우업 회의가 있다면 회의록을 기준으로 진행경과를 모두 리뷰하면서 시작할 수 있다.     


회의록 예시


1. 회의개요

    가. 회의명칭(회의일시)

    나. 회의목적(결과물)

    다. 주요안건

    라. 참석자


2. 회의록

    1) Action List '1~2주 이내에 완료해야 하는 항목)

        1-1) 무엇을 확인하고 어떻게 하기로 한다.(담당자, 기한)

        1-2) 작업지시서(+3일-원물/원부자재/인력투입/생산목표수량 계획), 공정품질검사서, 

        공지/착안 사항 등을 8월 1일부터 전일 17시까지 작성, 업데이트하여 현관 게시판, 사무실, 

       위생전실과 탈의실 앞에 게시하도록 한다. 원물 및 원부자재 투입 요청은 작업지시서로 갈음한다. 

       (홍길동, ~8/1)

        1-3)

    2) Decision List '전략이나 방향, 대전제, 문제발생 시 의사결정 원칙'

        2-1) 온라인 매출분에 대한 택배 출고도 송장수령일로부터 3일이 경과하면 미출로 간주하며,

       행사진행 등으로 물량이 일일 작업량과 택배 출고캐파(일 7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 인력 

       추가배치, 대형 택배트럭 배차 등을 사전에 준비하여 미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2-2)

    3) Issue List '추후 논의되어야 할 사항이나 2주 이상의 시간이나 검토를 거친 후 실행할 내용'

        3-1) 고객사 Audit 및 의사결정자 공장 방문에 따른 절차, 자료, 준비물 등을 표준화한다. 

       (장길산, ~8월 말)

        3-2)


작가의 이전글 질문으로 경청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