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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묵 Jul 21. 2023

질문으로 경청하기

질문으로 듣기의 질을 높이고 팀 다이내믹스 이끌어내기

회의를 주관하는 퍼실리테이터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적극적 경청(Active Listening or Proactive Listening)이다.  사전적 의미로 Active는 ‘활발하고 활동적으로’의 의미로 듣는 것의 양적인 측면이 많아지는 것을 이야기하고, Proactive는 ‘상황을 앞서서 주도하는, 사전 대책을 강구하는’과 같이 듣는 것을 정리하고 질문, 요약, 프레임 전환 등을 통해서 이끌어 가는 듣기의 질적인 측면을 더욱 강조하는 말이다.  단순히 집중을 통해 듣기의 양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프로세스와 흐름에 따라 듣기와 질문 등을 통해 목적을 향해 가는 Proactive Listening을 적극적 경청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퍼실리테이터는 적극적 경청을 위해서 참석자에 대한 3가지 기본 전제를 항상 명심해야 한다.  


첫째, 참석자들은 다양한 인식 하에 값진 의견을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둘째, 참석자들은 성향이나 태도, 의견이나 의사결정에 있어서
 옳고 그름이 있는 것이 아니고 다름이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자발성을 가지고 있다.  

퍼실리테이터가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자발적으로 토론에 참여한다.  이러한 기본 전제를 명심하고 적극적 경청을 하면 퍼실리테이터가 참석자를 대하는 태도는 자연스럽게 ‘인정과 존중’이 된다.  이러한 인정과 존중의 태도는 참석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만들어 내고, 선순환을 이루어 그룹 다이내믹스와 집단지성을 창출하게 된다.

 

회의를 진행하면서 퍼실리테이터가 참석자를 대하는 태도, 말하기, 질문하기, 기록하기, 게임활동 등은 모두 참석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고, 참석자들 간 커뮤니케이션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첫째, 퍼실리테이터가 참석자들의 말을 경청하고, 신뢰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참석자들이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러한 존중의 태도는 참석자들로 하여금 퍼실리테이터를 믿고 따를 수 있게 만들고, 다른 참석자들에 대한 배려의 태도를 각인시키게 되어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고 수용성을 높이는 에너지로 작용하게 된다.  


둘째, 퍼실리테이터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보다 참석자의 말을 요약해서 말하고, 바꾸어 말하고, 리프레이밍해서 말하면서 다른 참석자들로 하여금 이해를 돕고 새로운 토론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준다.  또한 퍼실리테이터는 자신의 주장보다는 호기심과 공감에 기초한 질문을 통해 집단 학습을 지원하고, 상대방과 교감하고, 상대방이 대화를 주도하게 만들어 준다.  

퍼실리테이션의 공식언어는 질문이다.  

셋째, 기록하기 역시 논의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요약하여 개별 참석자의 커뮤니케이션 수용성을 높여주고 집단 기억을 높이기 위한 활동이다.  마지막으로, 퍼실리테이션에서는 아이스브레이킹이나 참석자 간 관계형성 등을 위해 다양한 게임활동을 진행할 수도 있는데, 이 역시 궁극적으로 참석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게임활동은  참석자 간의 관계를 형성시키고, 사고의 틀을 깨 주고, 앉아 있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움직이며 참여하는 능동적 자세로 참석자들을 이끌어 커뮤니케이션에 능동적인 참여를 간접적으로 유도한다.

 

집단지성을 자극하는 언어, 질문

 

퍼실리테이터는 내용적인 측면에서 중립을 유지하면서 프로세스 측면에서 참석자들 간의 다양한 의견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토론을 주도한다.  퍼실리테이터는 의견을 진술하는 것이 아니고 질문을 통해 참석자들이 대화를 주도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다.  구조적인 프로세스도 토론의 범위와 순서 그리고 시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며, 전문적인 스킬도 결국은 참석자들의 협업을 증진시키기 위한 활동이다.  퍼실리테이션 자체가 참석자들이 결과물을 만들어내게 하는 과정인 것이다.  퍼실리테이터는 깊은 공감과 호기심 어린 질문을 통해 참석자들이 자유스럽게 서로 의견을 개진하고, 더 좋은 답변을 이끌어 내고, 서로 학습하면서 개인의 한계를 뛰어넘는 집단 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  


질문은 일상적인 업무 활동에서도 매니저들의 생산성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업무를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을 때도 질문을 통해서 과제의 목적과 실행방향에 대해서 핵심적인 사항들을 자연스럽게 실무직원들과 공유하게 된다.  또한 경영진에게 업무 지시를 받을 때도 질문을 통해서 과제의 목적과 범위를 명확히 하면서 결과물에 대한 기대 수준을 맞출 수 있다.  보고를 할 때에도 경영진들이 관심을 가지고 질문할 영역에 대해 먼저 예상하고 그 답을 중심으로 보고가 이루어져야 한다.  필자가 매니저의 개인적 업무역량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이 질문하는 능력이다.  매니저들이 던지는 질문을 통해서 논리적 사고 능력, 문제에 대한 재정의 능력, 그리고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

 

퍼실리테이션에서 중요한 질문은 시작 질문, 반응형 질문, 그리고 인식전환형 질문의 3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자유로운 생각으로 참석자들의 사고를 확장시키면서도 답변의 명확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시작 질문이다.  효과적인 시작 질문은 참석자들의 토론을 촉발하게 되는데 현재의 상황이나 문제들을 이미지로 설명하고, 그 이미지를 질문과 연결시키고, 직접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질문의 3가지 단계로 나뉜다.  아기 기저귀 제품 자체의 본원적 품질 이외의 고객 불만 요소를 찾고 해결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토론이 시작된다.  퍼실리테이터로서 어떻게 시작 질문을 하면 좋을까?  


(1단계 - 배경 이미지 빌딩),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과정을 다 같이 상상해 보겠습니다.  한 어머니가 아이가 잠든 사이 인터넷에서 제품과 제품평에 대한 검색을 합니다.  꼼꼼히 평을 읽고 가격이 비싸지만 흡수력이 좋고 천연소재를 사용한 우리 제품을 선택합니다.  부피가 커서 평상시 이용하던 온라인 몰 A에서 사이즈나 색상 등의 옵션을 선택하고 주문을 하고 신용카드로 대금을 결제합니다.  3일 후 박스에 포장된 제품이 택배회사를 통해 배달됩니다.  아이에게 사용해 보니 기존에 쓰던 제품보다 소재가 부드럽고 흡수력도 좋다고 느낍니다.  사용한 제품을 돌돌 말아 쓰레기봉투에 버립니다.”  (2단계 - 이미지와 질문 연결) “제품본연의 품질 이외에도 고객의 구매 및 사용과정에서 품질을 좌우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이 있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3단계 - 질문) 어떤 부분에서 고객 불만이 제기될 수 있을까요?  그 불만을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고객만족을 높이는 길일까요?                  

 

둘째, 참석자들이 의견을 개진했을 때 반응을 통해 그것을 명확히 하거나 관련된 토론으로 유도하는 질문들이다.  이러한 반응형 질문은 회의 참석자 입장에서 궁금해하는 사항을 퍼실리테이터가 대신해서 묻음으로써 토론을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것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와  같이 의견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드릴다운형 질문과 지금까지의 의견들을 정리하면서 다른 참석자들의 추가적인 의견을 묻는 요약하기형 질문, 다른 관점의 의견을 묻는 균형잡기형 질문, 주제와의 연관성을 탐색하는 연결하기형 질문 등이 있다.  


셋째, 질문을 통해 관점, 시점, 이해관심사를 전환시켜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색하는 인식전환형 질문이다.  인식전환형 질문은 내용전문가로서 매니저가 할 수 있는 가장 통찰력 있는 질문이다.  퍼실리테이터는 인식전환형 질문을 통해 참석자들에게 새로운 관점으로 안내하고 참석자들은 기존의 원칙이나 관점을 배제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나 해결방안을 바라볼 수 있는 탐색적 사고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모든 생각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청중에게 던져진 질문은 개인의 분석적 사고와 참석자들의 토론을 촉발한다.  매니저는 질문의 중요성을 항상 명심하고 일상 업무와 커뮤니케이션에서 자신의 질문 능력에 대해서 항상 자문하고 평가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질문 유형과 질문 예시  


순서 잡기: 말씀하실 분들은 손을 들어주십시오!  에릭(김 과장의 애칭)이 먼저 해 주시고요!  다음은 데이브(조대리).  그리고 앨런(박 차장)과 조셉(박주임) 순서로 하겠습니다. (에릭이 끝내자) 두 번째가 누구시죠!   아, 데이브 씨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모두 끝난 후) 혹시 추가로 말씀하시고 싶은 분이 계신가요?

바꾸어 말하기: 말씀하신 내용이 이런(요약) 의미인가요?

드릴다운:  그 점에 대해서 좀 더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왜 그 점이 중요한가요?  그래서요, 그리고요, 이유는요?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공감하기: 제 생각에는 그 당시 당신은 화가 많이 났을 것 같습니다.  믿었던 사람이 그런 행동을 했으니 얼마나 화가 나셨겠어요!  말씀하신 취지를 이해하겠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조치하였나요? 


장려하기: 또 누가 의견을 가지고 계신가요?  혹시 이 주제에 대해 말씀하지 않으신 분 중에서 설명해 주실 분 계신가요?  우리는 지금 이것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토의 목적 재확인) 누가 추가해 주시겠습니까? 


균형 잡기: 좋습니다!  이 제안의 장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혹시 다른 입장이나 의견을 가진 분이 있나요?  이번엔 다른 의견을 들어볼까요!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요약하기: (질문 재진술) 지금까지 여러분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범주화 및 요약) 제 생각에는 이러한 A, B, C 3가지 방향이 제시된 것 같습니다.  (연결질문)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신 것 같습니다.  다음 주제로 넘어가기 전에 추가하실 의견이 있으신가요? 


다름을 인정: 두 분 모두 훌륭한 의견을 밝혀 주셨습니다.  서로 반대편의 결론을 향해 가고 있지만 두 분의 의견 모두 일리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이에 대해 다른 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공통분모 찾기: 여러분들이 말씀하신 내용을 요약해 보면 많은 부분 의견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점에서 약간의 공통점도 찾을 수 있군요!  그런가요? 


연결하기: 당신께서 말씀하신 내용이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주제와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요?  연결점을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른 분 중에서 설명해 주실 분 계신가요? 


인식전환(Reframing): (관점전환) 지금까지 공공서비스의 수요자 입장에서 의견들을 주셨는데 공급자 입장에선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시점전환) 지금까지 우리 고객관리 시스템의 문제점들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10년 후 우리 회사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입장에서 이해관심사로 전환) 지금까지 고객들의 통화품질 관련한 불만사항들을 유형별로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시죠!  고객들의 진정한 이해관심사는 무엇일까요?  (문제제기에서 해결책으로) 지금까지 영업본부의 문제들을 열거해 주셨는데요!  당신이 본부장이라면 어떤 조치들을 취하시겠습니까?  (판단에서 관찰중심으로)  이번 계획에 대한 향후 벌어질 수 있는 잠재적인 문제점들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실재 우리가 경험하거나 관찰하고 있는 문제점들이 있습니까?   

 



퍼실리테이션을 진행하면서 복잡한 문제에 대해 동의를 이끌어 낼 수는 없지만 참석자들을 단시간 내에 깊은 대화로 이끄는 질문법, ORID(Objective, Reflective, Interpretive, Decision) 질문법이 있다.  우리 뇌가 특정 사실이나 현상을 인식하고, 그 데이터에 대해 내적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그것의 의미나 시사점을 찾고, 그에 따라 의견이나 행동을 결정하는 4단계 과정을 따라 질문을 이끌어 가는 것이다.  


첫 번째 단계는 인식 단계로서 특정 사실이나 데이터를 인식하기 위한 질문, 즉 객관적인(Objective) 사실이나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한 ‘What’ 형의 질문을 한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어떤 사실을 확인하셨습니까?  어떤 장면이 기억나십니까?  사실이나 데이터에 대한 확인이 끝나면 두 번째 단계로 외부에서 인식한 사실이나 데이터에 대한 참석자들의 감정, 느낌 등 내적 감정적 반응(Reflective)을 확인하는 질문을 한다.  그 상황에서 어떤 느낌이나 감정이 들었나요?  재미있는 부분은 어떤 것 들이였나요?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웠나요?  그 상황에서 그룹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땠나요?  


세 번째 단계는 그래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와 같이 시사점(Interpretive)을 묻는 ‘So What’ 형 질문이다.  그때 그것과 관련해서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그래서 가장 의미 있는 시사점은 무엇입니까?  이 경험을 통해서 무엇을 배우셨나요?  우리가 하는 일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요?  마지막 단계로 해결안이나 결론 등에 대해서 묻는 ‘Now What’ 형 질문이다.  그곳에 없었던 사람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겠습니까?  그 경험의 결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할까요?

 

Objective 단계에서는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진행하여 참석자 전원이 경험으로부터 관찰가능한 다양한 사실과 데이터를 공유하여 연관관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Reflective 단계는 개인의 내적 감정이나 느낌을 표현하는 단계이므로 라운드 로빈보다는 희망하는 사람에 한해 발언을 진행하게 한다.  Interpretive 단계는 퍼실리테이터와 참석자가 대화 형태로 주고받으며 의미, 가치, 중요성에 대해서 자유로운 의견을 나누도록 한다.  ORID는 뇌의 정보처리 과정에 따라 공유와 학습을 통해 밀도 있게 진행되는 것으로 특정 단계를 생략하게 되면 깊은 토론에 들어가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다만 토론의 목적에 따라 ORID의 네 단계 중 특정 단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도 있다.  


ORID 질문법은 자칫하면 무시되기 쉬운 참석자들의 감정적이고 직관적인 반응을 의사결정에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장점이 있고, 팀 활동의 결과를 평가하는 디브리핑 세션에서도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프로세스나 경험에 대해서 같이 회상하고, 다양한 인식을 공유하면서, 개별 참석자들의 관점을 넓혀주어 참석자 모두를 공통의 기반 위로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매니저는 일상업무에서도 일방적 지시보다는 ORID 질문법을 통해  실무직원들과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과 Common Ground에 올라설 수 있다.  회의, 워크숍, 일상 대화에서도 단시간 내에 문제를 공유하고 공통의 결론 기반에 다다르고 싶다면 ORID 질문법을 적극 활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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