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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킴 Apr 01. 2021

#부부의 취미활동

feat. 귀멸의 칼날

남편은 취미가 게임이었다. 그 유명한 wow를 너무 좋아해서 대학시절 밤을 새워서 게임하는 게 일상이었다고 한다(대학 동기들이 남편보고 절대 결혼 안 하고 게임만 하고 살 줄 알았다고...). 나를 만난 이후에, 게임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는데. 가끔 내가 널 얼마나 사랑했었는지의 증거로 게임 끊은 이야기를 해주는데 난 게임을 전혀 안 하는 사람이어서. 처음 그 소릴 들었을 때. ‘그래... 고.. 고마워(어리둥절).’라고만 해줬다.


게임을 못해 생긴 취미는 원피스, 원펀맨 등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보는 건데. 피규어까지 모을 정도는 아니고, 연재되는 작품들을 찾아보는 정도다(자긴 절대 오타쿠는 아니라 하심, 소녀들 나오는 건 안 좋아한다고). 가끔 서재에서 혼자 정말 행복한 표정으로 만화를 보는데, 그럴 땐 마흔 가까운 아저씨가 아니라 열 살 먹은 꼬마 남자애 같다.


여기에 슬픈 사연이 있는데, 어릴 때 시아버지께서 공부는 안 하고 만화만 볼까 봐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 같은걸 금지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나 어릴 적에 유명했던 만화들 이야기하면 잘 모른다ㅠㅠ(쥐라기 월드컵 왜 몰라... 피구왕 통키는 아는 거지?). 만화책도 고등학교 가서야 처음 빌려서 읽어봤다고. 그러고 보면, 게임도, 만화도 다 어렸을 때 못하게 했던 게 좀 한이 되어서 지금이라도 이렇게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넷플을 신청하고 나서, 남편이 좋아하는 원펀맨이 있다는 소식을 알려주니 일 끝나고 오자마자 원펀맨을

봤다. 그때 그냥 놔둘걸..... 옆에서 저게 주인공이야? 저 사람은 뭐야? 하면서 맞장구를 쳐주니까 나한테 주인공의 능력이랑 주위 인물들을 신나게 소개해주는 것이었다.


남편이 누구한테 이렇게 신나게 무엇을 설명해주는 모습은 처음이라. 사실 그렇게 관심은 없었지만 잘 들어줬는데, 그 이후에 나도 원펀맨을 같이 보게 되고.... 한동안 원펀맨 이야기를 같이 했던 거 같다.


아무튼 요즘 ‘귀멸의 칼날’이 유행이라서, 또 같이 보게 됐는데. 보다 보니 재밌어서 넷플에 나온 시리즈를 주말 동안 끝장내 버리고. 극장판을 한다기에 따라가서 같이 보고 그랬더니 뒷 이야기도 궁금하고 더 보고 싶었나 보다. 만화책을 사면 어떨까, 하는 거였다.


“그래, 사~.”(사실 별생각 없었음)


말 떨어지지 마자, 서점 가서 만화책 전권을 다 집어오는데(인터넷에서 주문해... 좀 창피했다....), 표정이 세상을 다 가진 얼굴이었다. 이래서 엄마들이 애들 장난감을 사주나 보다.

집에 와서는 사진을 요리조리 찍더니, 명품 다루듯 비닐을 아주 소중히 제거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나중에 아기가 태어나도 만화 볼 시간은 줄게.


남편이 산 첫 만화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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