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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킴 Apr 30. 2021

안녕. 내 아이돌.

서른 중반의 덕질 feat. izone

요즘은 애엄마들도 덕질이 한창이라지만

솔직히 여덕은 만나본 일이 별로 없다.

너무 어린 여자 아이돌을 좋아할 계기가 딱히 없기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영상은 단체곡이었던 ‘내꺼야’무대

https://youtu.be/UOmolLOQ7Rs


남편이랑 아이돌 오디션 또 한다며 욕하려 들어왔다가 오히려 더 빠져버렸고. ‘내꺼야’의 마지막 씬에서 사쿠라의 미소는 가히 충격적으로 예뻐서, 그 이후로는 쟤가 어디까지 올라갈까 하는 마음으로 보게 된 것 같다.


프로듀스 2는 cj에서 한일 합작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프로젝트였다. 한국과 일본의 아이돌 지망생들의 실력차가 꽤 났었지만, 그걸 극복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나름 재밌었고. 다른 국적의 사람들끼리 같은 꿈을 향해 뭉치는 모습도 독특했다. 말도 잘 안 통하면서 마음으로 소통하고,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이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들보다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무슨 마음인진 모르겠지만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 소녀들이 정말 잘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다 아이즈원의 팬이 되었다. 십 대 때처럼 팬클럽에 가입하거나 공연장을 쫓아다닐 순 없었지만 앨범을 사고, 음악도 듣고, 방송도 종종 보는 그런 소소한 팬이 되었다. 아이즈원의 노래가 잘 되고, 아이돌이 기뻐하고, 해외 공연을 나가고 승승장구할 때는 나도 기분이 좋았고, 나도 뭔갈 간절히 원한다면 그녀들처럼 잘 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했다.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건 그런 에너지를 얻는 일이었다!


하지만 프로듀스 프로그램 순위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그런 즐거움이 많이 사라졌다. 아이즈원을 좋아한다고 하면 그 이야기부터 나왔고ㅠ온갖 욕은 소속사나 cj보다는 선정된 멤버들이 다 먹기도 했고. 그래서 정규 1집은 다 만들어놓고도 활동을 못하고 미뤄졌다. 다음엔 코로나가 터지면서 대면활동도 막히고, 일본 활동도 못했고. 계약기간이 있으니 앨범은 내고 활동을 이어갔지만 그들이 낸 성과에 비해 마지막 무대는 정말 초라했다. 그게 그들이 겪어야만 하는 책임이었다면 이제 정말 충분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4월 29일. 다사다난했던 그들의 2년 반의 공식활동이 끝났다.


시작할 때처럼 박수와 환호 없이, 얼굴도 마주하지 못한 채로 이렇게 끝나버린 게 팬으로서 정말 아쉽다. 무대에선 멋지지만, 자기들끼리는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고, 정신없이 깨방정 떨 때는 영락없는 어린애들이었는데. 이제 그 아이돌을 더 이상 완전체로 볼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프다.


그동안 고마웠어. 아이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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