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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킴 Apr 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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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주, 안정기 입성! 임신 중기 때 해야 할 일들

16주.

2차 기형아 검사를 하러 산부인과로 향했다.

하혈을 하고 지난 4주 동안 혹시나 중간에 잘못되어 산부인과에 올까 봐 누구보다 마음을 졸였다.

한 달 동안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가만히 누워만 있었다.


"다행히 피고임은 없고, 경부 길이도 기네요. 안정기입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이 서바이벌 대회에서 합격자에게 주어진 목걸이 같았다. 초음파로 움직이는 아이를 보는데, 활발하게 꼬물거리는 아기의 모습이 한층 더 건강해 보였다. 예전엔 걸을 때도 뭔가 불안 불안했는데, 안정기라는 말을 듣고 나서 그런가 아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내 몸에 딱 붙어있는 것 같이 편하게 느껴졌다.


와 안정기다!! 만세!!



이제 더 이상 누워만 있지 않아도 된다. 이제 나도 봄을 느끼며 꽃도 보고, 산책도 할 수 있겠구나!!




임신 중기는 12주-28주 사이의 기간으로 흔히 안정기라 부르는 기간이다. 하지만 안정기도 산모마다 다르기 때문에 대체적인 시기가 이렇게 나눠진다는 것이지, 무엇이든 확실한 것은 없다.


흔히 16주 매직이라고 불리는데, 16주부터는 입덧 증상도 거의 없어지고 출혈이나 여타의 다른 증상들도 확연히 사라진다. 중기가 시작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수면의 질인데 14주부터 밤새 화장실을 덜 가게 되면서 잠을 좀 더 잘 수 있었다. 책을 찾아보니, 초기에는 자궁이 커지면서 방광을 눌렀던 게 중기부터는 자궁의 위치가 조금씩 올라가 방광을 누르는 게 덜해지기 때문이라 한다(하지만 또 후기로 진입하면 점점 더 커지는 자궁 탓에 잠을 더 못 잔다고 하니.... 무엇을 할 수 있을 때 당장 하는 게 임신 중에는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확실히 중기가 되니, 야한 꿈도 좀 덜 꾸게 되고ㅋ, 감정 기복도 확실히 덜해졌다. 임신 중기 만세!!  


하지만 중기에는 초기와는 다른 새로운 챕터가 열린다. 중기에 태아가 폭발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그에 따라 영양소도 적절하기 보급해줘야 하고, 슬슬 태교도 본격적으로 해줘야 한다. 그동안 위험해서 미뤄왔던 일들(운동 or 여행, 치과치료)도 할 수 있는 시기기도 하다. 이 기간을 얼마나 알차게 보내느냐에 따라 임산부의 향후 회복과 정신건강에 좋다고 하니, 초기보다는 조금 더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하는 기간인 것이다. 또한 16주부터는 배도 본격적으로 나오고, 신체도 많이 변화하기 때문에 임산부를 위한 용품들을 본격적으로 사야 하는 시기다.  


나는 16주가 시작된 뒤 본격적으로 태교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하나? 그게 고민이었다.


책도 찾아보고, 인터넷도 뒤져보고, 유튜브도 여러  시청을 해봤다.  하나  나오는  없었고, -하면 좋다더라는 -카더라의 정보들만 넘쳐났다. 어떤 블로그에서는 태교를 5주부터 시작을 한다고 하는데, 아이가 아직 태교를 받아들일  있을 만큼 발달하지도 않았는데 그때부터 태교를 하는  과연 맞을까 싶기도 했다. 또한 방법은  얼마나 많은지! 음악태교, 바느질, 인형 만들기, 수학 문제 풀기  다양한 방법이 있었지만 똥손에 수포자인 나로서는 이런 태교가  스트레스받는 일인  같아 보였다.


그래서 내가 하나 결심한 건 식단!

아토피가 심했던 남편 때문에 걱정이 되기도 하고,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게 음식인 것 같아 보여서다. 임신 초기에는 입덧 때문에 먹고 싶어도 잘 못 먹는 음식이 있었고, 몸을 안정시키는 게 최우선이어서 식단이고 뭐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귀찮아서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기도 하고, 입덧하느라 입맛이 없어서 먹고 싶지 않은데도 요상하게 집 밖의 음식을 얼마나 잘 먹히던지... 다시 생각해보니 후회가 되네. 매 끼니마다 정성 들여 요리할 순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건강한 음식을 먹기 위해서 외식을 줄이고, 반찬이 적더라도 집밥을 먹기로 했다.


하지만!  

건강한 음식을 먹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번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그다음엔 치킨, 감튀, 케잌, 과자 등 덜 건강한 음식이 생각나고, 참을 수 없어서 그걸 먹고 죄책감이 들면, 다음날 다시 건강한 음식을 시도하자마자 또 패스트푸드를 먹는 것의 반복. 그렇다. 건강한 음식만 먹기란 대단한 의지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골고루 먹는 게 중요하다고 하니, 그동안 먹기 싫어서 잘 안 먹었던 콩, 멸치, 호두, 나물 등을 하루에 한 번이라도 먹는 게 어디냐 하고 위안을 해본다.


음악태교는 틈이 날 때마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으로 대체하였다. 나는 어차피 집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클래식을 하루 종일 들어야 하는지, 아님 조금만 들어도 되는지가 궁금했는데. 찾아보니 계속 소리에 노출시키는 것보다는 하루에 2-30분 정도만 들어도 충분하다고 한다. 나중에 태동을 느끼게 되면 동요나 빠른 음악을 들려줘도 좋다고 하니, 점점 다양한 노래를 들려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될 것 같다. 나는 주로 모차르트나 브람스, 그 외에 밝은 교향곡 위주로 들었는데, 원래는 빠른 음악이 취향이라 예전에는 웅장하거나 빠른 피아노곡만 들었지만 그런 곡들은 뭔가 아기가 정신없을까 봐 덜 듣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태담. 16주부터는 배도 나오고, 나중엔 태동도 느끼게 된다고 하니 초기보다 아이와의 교감이 더 잘되는 때인 것 같다. 다만 원래 조용한 사람이 갑자기 중얼중얼 태담을 하는 건 쉽지 않아서 16주부터 차근차근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태담을 시작해보았다. 남편도 갑자기 아내의 배에 대고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아서, 이때부터 같이 대화하는 연습을 시키는 게 좋은 것 같다. 할 말이 딱히 없다면 태교동화를 사는 것도 방법이다. 처음엔 로봇처럼 동화를 읽어대던 남편이 차츰차츰 연기력이 느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해야 할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지는 임신 중기지만. 아이가 무사히 건강하게 쑥쑥 자라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기운이 난다. 무엇을 많이 하진 못하지만, 할 수 있는 걸 해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임신생활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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