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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킴 Sep 16. 2021

나의 출산기

예정일이 가까워지면서 다른 사람의 출산 후기를 자주 찾아봤었는데 어찌나 공포스럽던지!


안 그래도 쫄보라... 얼마나 아플지 상상하기만 해도 무서웠다. 그래서 어느 날은 후기 하나 읽고 남편을 붙잡고 울고,  어느 날은 배뭉침에 잠이 확 깨서 혹시 이게 진통이 아닌가 하면서 잠을 설치기도 했다.


진진통이란 무엇일까. 그건 언제 오는 것일까. 아침에 일어나면 아기를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감보단, 오늘도 하루를 잘 넘겼구나 하는 시한부의 마인드로 막달을 보내고 있었다.


38주. 정기진료도 두 번 정도밖에 남지 않은 날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진료를 봤는데, 담당 선생님이


"아니, 배가 안 아팠어요? 엄마, 이미 지금 애기 다 내려왔는데, 4cm가 열렸어요. 이거 당장 입원해야 돼"


하는 게 아닌가.


아니. 이게 뭔 소리. 네? 벙찐 표정으로 의사를 올려다보았지만, 나와는 달리 간호사 선생님은 차분하게 어서 보호자를 부르라고 하였다.


그때부터 가슴이 막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부랴부랴 남편한테 전화를 했다. 코로나 때문에 정기진료도 보호자와 동행이 안되어서 병원에는 철저히 나 혼자 있었다.


"자 입원실로 올라오시고, 혈압 잴게요"


떨리는 나와는 달리 간호사는 굉장히 사무적인 표정으로 척척 혈압을 재고, 주삿바늘을 꽂았다. 주삿바늘도 굵어서 너무 아팠는데, 보호자는 주위에 없어서 하소연할 데도 없었고, 그 와중에 간호사는 돌아누우면 안 된다고 엄포를 놓고 나가버렸다.


몇 분이 지나자 그때부터 공포의 내진 시작!! 담당 선생님이 들어와서 손을 쑥 넣더니, "5cm 정도 됐네요, 근데 아직 양수가 안 터졌네. 엄마 괜찮아요? 제가 양수 좀 터트려 볼게요(ㄷㄷㄷ...)" 하더니 갑자기 뜨듯한 물이 엉덩이를 적셨다... 그때부터 고통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갑자기 입원해서 남편은 옆에 없고, 후 하, 후 하 유튜브에서 본 동영상을 떠올리며 혼자 호흡 시작.  

아니 다들 평온하게 숨을 들이켜고, 쉬세요 이렇게 말하던데.... 아니 이게 그렇게 평온하게 호흡이 되지 않던데!!! 유튜버들한테 배신당한 느낌! 하지만 너무 아파서 붕어마냥 필사적으로 숨을 들이켜고 뱉었다.


근데 5cm 무통 맞아도 되는  아닌가? 저도 무통.. 무통  놔주세요 하고 싶어도... 보호자는 없고, 간호사는 움직이지 말라고 하고서 들어오지도 않고. 진통은 시작되고,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났다.


 6cm 열리니까 간호사가 벌컥 들어오더니, "이제 분만실로 가실게요" 하고 분만실로 이동. 진통이 너무 심해서 몸이  베베 꼬이는데, 분만실로 걸어가라고 해서 가다가   잡고 진통... 남편은 그제야 도착해서 어쩔  몰라하고.


무통!! 무통은 언제 맞아요?!! 앵무새처럼 무통을 외쳐도 "굴욕 3대장 끝나고요"하는 간호사의 사무적인 답변.  


 .  내가 지금 얼마나 아픈  아냐!! 


간호사랑 한판 뜨고 싶었지만 진통이 와서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엄청 신기한  진통이 와서  ?  분간 겁나 아프다가  거짓말처럼  아파... 그럼 그때 화장실 가서 관장하고.... 화장실  잡고 으아... 진통하고 뒷정리하고.... 으악... 하면서 걸어 나오다가 침대에 오르지도 못하고 침대 붙잡고 진통....


다들 진통을 시작하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본성이 나온다고 하던데. 욕하는 사람, 소리 지르는 사람 등등. 나는 우는 사람인 듯. 침대를 붙잡고 진통을 하는데 서러움이 밀려와서 정말 엉엉 우는데. 울면 호흡이 잘 안 되고 그래서 꺽꺽하다가 다시 후~~ 숨을 쉬고 남편은 옆에서 죄인된 표정으로 눈물을 막 휴지로 닦아줬다.


7cm 열렸는데 그때부터 무통을 놔줬다. 하지만 이미 열린 자궁에 무통 빨은 들지 않고, 그때부터 헬게이트 시작!


와. 진짜. 세상에. 정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잦은 간격으로 몰려오는데.


유튜브에서 뭐? 호흡?!! 숨을 짧게 뱉으라고?!!


너무 고통스러워서 호흡은 생각도  나고, 해도 소용도 없고 진통이  때마다  몸은 엑소시스트의 소녀처럼 사지를 비틀면서 진통을 겪는데. 너무너무너무너무 아파서 호흡은커녕 으아아아아 소리밖에 낼 수가 없었다(소리를 안 낼 수가 없다 너무 아파서). 내가  자연분만을 한다고 했을까. 미쳤다고  고통을 겪겠다고 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진통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탔을  같은 기분인데, 울렁거리는  기분을 주기적으로 느끼는 거처럼 너무 아픈 진통이 주기적으로  찾아왔다. 가장 최악인   와중에 자꾸 응아가 마렵다는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너무 아픈데 지릴  같은 요상한 느낌?! 차라리 나왔으면 좋겠는데  나와. 근데 너무 괴롭게 아파.... 암튼 생전 처음 겪는 고통이었다!(이 괴로움은 진짜 겪지 않으면 설명할 수가 없음)


 와중에 남편 핸드폰 진동은 어찌나 울리던지!! 아니 양가 부모님한테는 낳고 나서 연락을 드리라고 했더니만 고새를  참고 애기 낳는다고 연락을 해놔가지고 부모님들한테 연락 크리아오 이걸 죽일까빨리 짐이나 챙겨서  것이지 전화는 언제 했대!! 진통 겪느라 몸이 뒤틀리는 와중에도 진동은 미친듯이 오고 그럼 남편은 그걸 받으려고 가고 앉아있음!! 야이씨!!! 받지마!! 받지마!!! 진통 중에도 짐승처럼 포효했다.

(부디 남편들은 애 다 낳고 연락 돌립시다. 아님 폰을 좀 꺼놓든가)


그러고 있는데 담당 선생님이 벌컥 들어오더니, "아파요?" 그래서 내가 막 "네 너무너무 너무 아파요!!!"하고 필사적으로 외쳤더니 무통을 좀 더 넣어주라고 했다.


이것도 더 넣어주는데만 20분 걸림... 간호사들이 다 분만실로 들어가서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두 번째 무통을 맞자, 그때부터 약간 진통이 무뎌지기 시작했다.


으아니! 이럴 거면 처음부터 용량 좀 팍팍 넣어주지!


하지만 그런 기쁨도 잠시!


무섭게 생긴 간호사들이 우당탕 들어오더니, "엄마 힘주기 연습할게요" 하고  다리를 강제 오픈! 이상하게 몸이 덜덜 떨리기도 하고, 무통을 늦게 맞았더니 다리에 힘도   들어가는데. "엄마! 그렇게 힘주면 아기  나와요!" 하면서 다그침.


아니  초산인데 어떻게 힘주는지를 내가 어떻게 아냐고요!!!

 

간호사들한테 매섭게 혼나고 있는데 담당 선생님이 들어와서 손을 또 쑥 넣더니 "이제 아기 낳읍시다" 함.


처음엔 나보고 혼자 힘을 주라고 했는데, 뭔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이제 우리가 도와드릴게요" 하더니 갑자기 무서운 간호사들이 양 옆으로 올라타기 시작. "자 같이 힘줍시다. 끙!" 하더니 옆에 간호사들이 내 배를 막 쥐어짰다. 힘을 주긴 줬는데 이게 내 힘인지 간호사들의 힘인지 모를 정도로. 그러더니 갑자기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기를 낳으면 다들 묵은 변을 본 거처럼 시원하다는데, 나는 간호사들이 누른 배가 너무 아플 뿐이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기다리던 아기를 만났다.


그런데...


엄청 조그맣고 까만 생물이 내 옆에서 꼼지락 거리는데... 내가 상상했던 내 아기의 모습이 아니어서 내가 마치 영화 <에일리언>의 시고니 위버가 된 기분이었다. 나랑 다른 외계 생물이 사실은 난 네 아기야... 하고 고백하는 느낌.


뭔가 아기를 보면 너무 감동스럽고 기쁠 거 같았는데... 사실은 너무 얼떨떨하고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막 주위 사람들이 기대하는 눈빛으로  "자 엄마, 아기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해서 난 억지로 웃으며 "안녕... 아가야..." 하며 어색하게 인사를 건넬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남편은 나와 아기를 보며 오열하고... 그래 너라도 감동했으니 다행이다...


후처치는 마지막에 맞은 무통의 영향으로 아프지는 않았는데, 당일 분만하는 산모가 너무 많아서 뭔가 빨리빨리 공장처럼 진행되는 내가 다닌 산부인과 병원의 시스템이 좀 불쾌하긴 했다. 요즘은 잘 안 그런다는데. 인력이 부족해서 초반부터 제대로 된 조치가 잘 안 이뤄진 것 같고, 분만도 나의 속도를 기다리기보단 빨리 처리하기 위해 너무 급하게 진행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 너무 급하게 아기를 짜내다(?) 보니 아랫부분이 좀 더 찢어진 게 아닐까.


아무튼 병원에 대한 불쾌감 + 아기에 대한 충격 + 갑자기 확 안 좋아진 몸 상태(낳았다고 끝이 아니더군요) 때문에 다양한 감정이 느껴졌던 출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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