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 천국은 수유 전과 후로 나뉜다.
출산한 병원에서 몇 가지 이슈 때문에 심신이 꽤 지쳐서 조리원에 그닥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착하니 웬걸.
아기와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고, 도착과 동시에 나는 모든 짐으로부터 해방!!
컨디션이 정말 좋지 않았는데 거기에 맞춰서 온갖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뭐든지 말만 해도 쉬세요~산모님, 하지 마세요 산모님~
조리원 첫날 동안 나는 동남아의 리조트에 온 것처럼 푹 쉴 수 있었다.
이래서 천국이구나!!
하지만 천국의 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다.
조리원에 들어와서 하루가 지나자 갑자기 젖이 돌면서 가슴이 땡땡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남들이 젖몸살, 젖몸살 했을 때 무슨 소리인지,
젖이 돌면 아프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찌릿! 하는 느낌이 가슴으로부터 들면서 막 열이 오르는 기분. 가슴에 불덩이를 얹은 듯한 느낌. 먹다가도, 자다가도 찌릿한 그 느낌은 계속되었다. 젖몸살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조리원의 일상은 변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부터 부랴부랴 가슴 마사지 시작.
땡땡한 가슴을 조물조물 눌러주는데 윽! 소리가 날 정도로 너무 아팠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으나... 창피해서 참았다...) 그렇다고 젖이 바로 돌지는 않아서 왜 이걸 통곡 마사지로 부르는지를 알 수 있었다.
젖이 도니까 수유도 시작했는데.
뭣도 모르는 나는 아이가 나오면 엄마젖을 바로 무는 것인 줄만 알았으나... 신생아는 입을 벌리고 빠는 힘이 부족해, 1-2분 정도 하면 지쳐서 잠이 든다. 그러면 막 그걸 깨워서 물려야 하는데, 도와주시는 분이 깨우면 잘 일어나다가도 내가 깨우면 안 일어나고 자는 아기. 나는 애가 잘 빠는지 안 빠는지를 보느라고 목이 거북목이 되고. 그렇게 씨름을 하다 보면 아이가 올라오는 시간을 피하고 싶을 정도. 게다가 아직 회음부도 아물지 않아서 잘 앉지도 못하는데 애 젖을 먹이겠다고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기운이 쪽쪽 빠진다.
거기다 유축까지. 유축기도 처음에는 어떻게 하는지 몰라 헤매다가 해봤는데. 유축을 한다고 갑자기 젖양이 느는 것도 아니어서 진짜 몇 방울 나오는걸 겨우 모아서 신생아실에 가져다주는 민망한 상황도 며칠 반복되었다.
근데 중요한 건 모유수유를 시작하면서 호르몬이 폭발해서는... 우울함이 밀려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는데. 젖까지 아프고. 그런데 아이는 자꾸 올라오고.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하고 있는데, 열심히 해도 뭔가 나아지는 것도 없고. 잠깐 누우려고 하면 밥 나오고. 마사지 타임이 다가오고. 잠자려 하면 아이가 올라오고. 이 돌고도는 스케줄이 정신없고 힘이 들었다.
중요한 건 아무도 내 상태를 묻지 않고 궁금해하지도 않아. 가족들도, 남편도 아기가 나와서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데. 왜 나는 안 그렇지. 오로지 아이를 낳은 기쁨과 환희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거기다 아기는 낳기만 하면 예뻐서 죽을 줄만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도 당황스러웠다. 막상 낳고 보니 너무 남편 쪽 얼굴만 다 닮았고, 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이게 왜 이렇게 서러운지! 시아버지가 누워있는 거 같아서 내심 놀람. 아들은 엄마 닮는다며!!). 내 아기는 울기도 잘 울고. 잘 먹진 않고. 얼굴엔 황달이 올라 시뻘겋기도 하고 노랗기도 하고.
임신했을 땐 온전히 나랑만 연결되어 있던 나의 아기. 내 소리만 듣고, 내 소리에 반응하던 아이가. 갑자기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조절 불가능한 생물이 되어 누워있는 게. 나에게 너무 낯설고 힘들었다.
나는 엄마가 되었는데 왜 이 아기가 예뻐서 미치고 그러질 않는 것일까. 아기 옆에서 떠날 줄 모르는 남편과 달리, 나는 얼른 자고 싶은 마음만 가득한데. 이런 내가 과연 엄마가 되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그런 기분에 사로잡히니, 너무 서럽고 슬퍼서 가만히 있다가도 눈물이 줄줄 나서 방에서 엉엉 소리를 내며 오열하기도 하고, 내가 괜찮은지 걱정하는 친정엄마의 전화만 받아도 목이 메어서 전화를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천국인지 지옥인지 모를 조리원에서 일주일이 바쁘게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