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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킴 Sep 23. 2021

조리원 천국?

조리원 천국은 수유 전과 후로 나뉜다.

출산한 병원에서 몇 가지 이슈 때문에 심신이  지쳐서 조리원에 그닥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착하니 웬걸.

아기와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고, 도착과 동시에 나는 모든 짐으로부터 해방!!

컨디션이 정말 좋지 않았는데 거기에 맞춰서 온갖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뭐든지 말만 해도 쉬세요~산모님, 하지 마세요 산모님~

조리원 첫날 동안 나는 동남아 리조트에  것처럼    있었다.


이래서 천국이구나!!


하지만 천국의 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다.


조리원에 들어와서 하루가 지나자 갑자기 젖이 돌면서 가슴이 땡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남들이 젖몸살, 젖몸살 했을  무슨 소리인지,

젖이 돌면 아프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찌릿! 하는 느낌이 가슴으로부터 들면서  열이 오르는 기분. 가슴에 불덩이를 얹은 듯한 느낌. 먹다가도, 자다가도 찌릿한 그 느낌은 계속되었다. 젖몸살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조리원의 일상은 변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부터 부랴부랴 가슴 마사지 시작.

땡땡한 가슴을 조물조물 눌러주는데 ! 소리가  정도로 너무 아팠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으나... 창피해서 참았다...) 그렇다고 젖이 바로 돌지는 않아서  이걸 통곡 마사지로 부르는지를   있었다.


젖이 도니까 수유도 시작했는데.

뭣도 모르는 나는 아이가 나오면 엄마젖을 바로 무는 것인 줄만 알았으나... 신생아는 입을 벌리고 빠는 힘이 부족해, 1-2 정도 하면 지쳐서 잠이 든다. 그러면  그걸 워서 물려야 하는데, 도와주시는 분이 깨우면  일어나다가도 내가 깨우면  일어나고 자는 아기. 나는 애가  빠는지  빠는지를 보느라고 목이 거북목이 되고. 그렇게 씨름을 하다 보면 아이가 올라오는 시간을 피하고 싶을 정도. 게다가 아직 회음부도 아물지 않아서  앉지도 못하는데  젖을 먹이겠다고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기운이 쪽쪽 빠진다.


거기다 유축까지. 유축기도 처음에는 어떻게 하는지 몰라 헤매다가 해봤는데. 유축을 한다고 갑자기 젖양이 느는 것도 아니어서 진짜  방울 나오는걸 겨우 모아서 신생아실에 가져다주는 민망한 상황도 며칠 반복되었다.


근데 중요한 건 모유수유를 시작하면서 호르몬이 폭발해서는... 우울함이 밀려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컨디션이 너무  좋았는데. 젖까지 아프고. 그런데 아이는 자꾸 올라오고.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하고 있는데, 열심히 해도 뭔가 나아지는 것도 없고. 잠깐 누우려고 하면  나오고. 마사지 타임이 다가오고. 잠자려 하면 아이가 올라오고.  돌고도는 스케줄이 정신없고 힘이 들었다.


중요한  아무도  상태를 묻지 않고 궁금해하지도 않아. 가족들도, 남편도 아기가 나와서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데. 왜 나는 안 그렇지. 오로지 아이를 낳은 기쁨과 환희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느끼고 있는  았다.


거기다 아기는 낳기만 하면 예뻐서 죽을 줄만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도 당황스러웠다. 막상 낳고 보니 너무 남편 쪽 얼굴만  닮았고,  모습은 온데간데없고(이게 왜 이렇게 서러운지! 시아버지가 누워있는 거 같아서 내심 놀람. 아들은 엄마 닮는다며!!). 내 아기는 울기도  울고.  먹진 않고. 얼굴엔 황달이 올라 시뻘겋기도 하고 노랗기도 하고.


임신했을  온전히 나랑만 연결되어 있던 나의 아기.  소리듣고,  소리에 반응하던 아이가. 갑자기 내가 어떻게   없는 조절 불가능한 생물이 되어 누워있는 게. 나에게 너무 낯설고 힘들었다.


나는 엄마가 되었는데 왜 이 아기가 예뻐서 미치고 그러질 않는 것일까. 아기 옆에서 떠날 줄 모르는 남편과 달리, 나는 얼른 자고 싶은 마음만 가득한데. 이런 내가 과연 엄마가 되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그런 기분에 사로잡히니, 너무 서럽고 슬퍼서 가만히 있다가도 눈물이 줄줄 나서 방에서 엉엉 소리를 내며 오열하기도 하고, 내가 괜찮은지 걱정하는 친정엄마의 전화만 받아도 목이 메어서 전화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천국인지 지옥인지 모를 조리원에서 일주일이 바쁘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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