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 증말 힘들어
엄마들이 많이 보는 대표적인 책 ‘삐뽀삐뽀 119 소아과’의 하정훈 선생님은 모유수유의 중요성을 어필하며 1년은 꼭 먹여야 한다고 강조의 강조를 하고 계신다. 모유수유 관련한 페이지만 장장 30페이지.
소아 전문가 입장에서 아기 건강에 좋은 모유수유를 장려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강한 어조를 쓰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쫌 꼰대같은 시어머니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니 대체! 자기가 젖은 짜 보시고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건지?!! 먹이고 싶어도 못 먹이는 사람은?! 그보다 모유수유는 내 선택이 될 순 없는 걸까?
모유수유 절대 쉽지 않다.
아기가 태어나기 이전엔 나도 모유수유가 쉬운 건 줄만 알았다. 엄마라면 응당 해야 하는 것, 여자라면 다 나오는 것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었더랬다. 나는 완모를 하겠다!! 는 엄청난 의지까지는 없었지만 그래도 아기 몸에 좋다는데 6개월 정도는 먹여봐야지 하는 안일한 마음을 가졌다.
조리원에 들어가서 하루가 지나자 젖몸살을 앓게 되었다. 찌릿하면서 가슴이 돌덩이처럼 단단해지는데 자면서도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아팠다. 안 그래도 몸이 성치 않아서 잘 때마다 땀을 한 바가지 흘리는데 가슴도 불덩이라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젖은 돈다고 금방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아프니까 뭐라도 나오면 좋으련만… 가슴이 꽉 막힌 것 같은 답답함… 그래서 불타는 가슴을 부여잡고 가슴 마사지란 걸 받았다.
가슴 마사지는 새롭고 진기한 경험이었다.
먼저 내 가슴에 대한 평판이 시작됐다, 그 전엔 내 가슴크기, 즉 내 사이즈가 몇 컵인가 정도로 평가됐다면 이제는 내 유두가 짧은지 긴지, 유방이 치밀한지 아닌지, 젖 양이 많을 것인지 적을 것인지에 대한 평이 이루어졌다. 나는 치밀 유방에 유두가 짧은 편이라는 판정을 받았는데 그러한 판정과 함께 내 유두를 쭉쭉 잡아당기시며 모양을 만들어주셨다. 생판 처음 보는 남이 이렇게 내 가슴을 다루는 것이 처음이라 당황스러운 기분이었다. 그 이후에는 정성스러운 마사지로 내 가슴을 조물조물 주물러 주시는데 그렇게 아팠던 곳이 뚫리는 기분이 들면서 젖이 한두방울 퐁퐁 나오는….시원하고, 참으로 요상한 경험이었다.
가슴 마사지를 두어 번 받자 젖이 조금씩 흐르기 시작했다. 한두 방울 정도로 양은 많지 않았지만 이제부터 아기에게 조금씩 물려보라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갓 태어난 송아지를 본 적이 있는가? 강아지는?
어린 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어미의 젖을 본능적으로 빤다. 아주 힘차게. 그것도 다른 여러 마리 새끼들과 경쟁하면서.
그래서 나는 아기가 젖을 빠는 행위도 본능이자 저절로 잘하도록 태어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기는 동물들과 달리 쉽게 젖을 물지 못했다. 젖을 물리기 위해 나, 남편, 조리원 이모님 세 명이서 달려들어 진땀을 뺐지만 아기는 내 젖을 입에 물다가 이내 잠이 들거나 고개를 돌리곤 했다. 알고 보니 갓 태어난 아기가 젖을 빨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한다. 그래서 오랜 시간 젖을 빨지 못하고 좀 더 커야 자연스럽게 젖을 잘 빨게 된다고 했다.
“엄마 유두가 좀 짧네. 쉴 때마다 이렇게 늘려서 모양을 만들어야 돼요.”
생전 처음 들어본 짧은 유두ㅠㅠ아기한테 젖을 잘 못 물리는 게 내 탓인 것만 같은 말을 많이 들었다. 이런! 나도 몰랐는데 내 유두가 짧다니!!!ㅜㅠㅠ 모자동실 시간마다, 이모님이 올라와서 젖을 물리는 것을 도와주며 애를 쓸 때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제가 유두가 좀 짧아서 죄송해요…’라는 말을 해야만 했다.
젖을 물리는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막상 아이가 빨았을 때의 기분도 엄청 기쁘진 않았다. 아기의 빠는 힘은 의외로 너무 쎘다. 아기는 내 젖을 힘차게 빨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너무 아파서 윽!!! 소리를 질렀다. 어느 때는 잘못 빨아서 유두에서 피가 나기도 했다. 상처 - 연고 - 수유 - 상처 - 연고 - 수유의 패턴이 매일 이어졌다.
모유수유엔 장점도 있다. 다이어트도 되고, 출산 후 자궁수축에도 좋고. 무엇보다 아기한테 좋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확실히 아기가 젖을 빨 때마다 배 아래에서 피가 울컥울컥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생리하는 느낌이어서 아주 좋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나쁜 피가 나가고 회복이 된다고 생각하니 아기가 젖을 빨아줘서 고맙기도 했다. 내 경우엔 다이어트는 잘 되진 않았다ㅠㅠ이상하게 수유를 하고 나면 극도로 피곤하고 배가 고파졌다. 그래서 수유 직후 정리도 못하고 가슴을 내놓고 곯아떨어진 적도 많았고 조리원에서 주는 밥과 간식을 허겁지겁 먹곤 했다. 아기가 젖을 빨 때마다 내 에너지도 같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조리원에서 나오는 맛있는 밥과 간식이 나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모유를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나오는 미끼 같았다. 안 먹으면 기운이 안 나고 젖도 잘 안 나오는 것 같아 다 챙겨 먹었는데…그래서 다이어트고 뭐고 살이 더 안 찌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게 나는 모유수유를 할 때마다 슬픈 기분이 들었다. 안 그래도 잘 나오지 않는 젖인데 아기는 내 마음은 몰라주고 잘 빨지도 않고, 어쩌다 물면 가슴이 너무 아프고, 또다시 상처가 생기고. 그런데 젖양은 정말 적었다. 언제는 조리원 원장님이 와서 손으로 젖을 짜주었다. 정말 너무너무 아파서 눈물이 왈칵 솟는 것을 참았다. 인간 젖소가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절망적인 10 미리…. 그날은 너무 우울해져서 침대에서 엉엉 울었다.
하지만 이런 모유수유의 괴로움과 나의 고군분투에 대해선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다들 어찌나 내 젖에 관심이 많은지! 그놈의 젖 젖 젖!!!
심지어 아빠도, 조용하시던 시아버지까지도! 젖은 잘 나오냐고 묻거나, 아직 양이 많지 않아서 혼합을 한다고 하면 금세 ‘아기한테는 모유가 제일 좋다던데…’하는 우려섞인 말을 서슴없이 하였다. 시어머니께서는 격려를 한답시고 ‘힘들어도 모유수유가 좋다니까, 넌 이제 엄마니까 참고 해라.’라고 말씀하셨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잘 못 먹이는 나에 대한 실망과 함께…나의 고통엔 관심이 없은 모든 이들에게 반감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모유수유를 시작하고 나선 우울감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매끼 사육당하는 것처럼 먹는 것도, 수유를 하고 나면 급피곤해져서 기절하듯 쓰러져 자버려서 산후조리고 뭐고 신경을 쓸 수 없는 것도, 매일 상처 난 유두에 연고를 바르며 쓰라림을 견디는 것도 다 모유수유가 원인이라 생각하자 아기가 내 젖을 먹는 것이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아기가 젖을 빨 때마다 슬픔에 휩싸여서 눈물이 줄줄 흘렸다. 남편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이게 다 호르몬 탓이라고 했지만 난 생각했다.
이건 모유수유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