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생긴 후 달라진 나
나는 아이가 참 싫었다.
심지어 내 아기조차도.
출산 후에 남편이 아기를 본 감동에 엉엉 울며 나와 내 아기를 봤을 때,
나는 무척이나 어안이 벙벙했다.
저게 내 아이라고? 저렇게 못생긴게?!
아기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우는 이유도 모르고 그 짜증과 화남을 모두 엄마라는 이름으로 감내해야한다는게 말이 안 되잖아. 나는 매일 아기에게 얻어맞고 있는거 같았다. 아기가 무엇을 해도 나는 반격할 수 없다. 그 아기는 너무 작고 아무것도 모르는 악마니까.
나의 이런 냉소적인 성격(물론 나의 많은 성격 중에 일부분이지만) 때문에 나는 내가 절대 좋은 엄마가 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남편을 만나지 않았다면.
조금 더 오픈된 사람을 만났다면
나는 주저없이 딩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저출산시대. 결혼하면 애를 꼭 낳아야 하고, 그것도 둘이상은 낳아야했던 시대는 갔다.
이제 4인가족이 정상가족이라는 인식은 일반적이지도 않다.
아기가 없는 많은 이들은 묻는다.
"아기를 꼭 낳아야 하나요? 아기를 낳으면 행복한가요?"
아니, 아기를 안 낳아도 된다.
아기를 낳으면 행복한 사람도 있겠지만 불행한 사람도 있다. 아니, 더 정확한 표현은 아기를 낳으면 힘들고 귀찮다.
그럼에도 아기가 너무 예쁘고 아기가 주는 행복을 온전히 느끼는 엄마와 나는 너무 다르니까
(나도 그런 엄마이고 싶다, 그럼 더 쉬웠을 수도ㅠㅠㅠㅠㅠ)
내가 생각하는 아기의 장점(?)이란 이런 것이다.
아기는 나 자신이 바뀔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서른 중반이 넘어가면 사실 내가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많은 일들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본다. 자기세계가 확립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내가 싫어하는게 뭔지, 내가 할 수 있고 없는게 뭔지 얼추 알게 된다(물론 그럼에도 새로운 세계로 도전하는 사람이 있고, 그건 그 자체로 리스펙할만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그런 퍼스트 펭귄은 아니니까.
일적으로만 그런가. 로맨스는? 식상한 이야기지만 30대 넘어서 막 나를 바꾸는 연애를 하기가 어디 쉽나. 아무런 조건과 계산없이 몰입할 수 있는 상대는 점점 없어진다. 사랑에도 이성이 생기는게 나이듦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기는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에 균열을 일으킨다. 아기의 패턴에 익숙해져야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나에게만 편했던 것들을 조정하고 바꿔야한다.
이기적인 사람이었다면 조금은 이타적으로 행동해야하고(아기를 위해), 게을렀던 사람은 조금은 부지런해져야한다(아기를 위해서).
아니 하물며 아기는 당신을 금연하게 만들고, 욕 대신 좋은 말을 하도록 노력하게 한다. 아기는 당신을 좀 더 나은 사람이고 싶게 만들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지금보다 더 나아져야 아기를 잘 키울 수 있다.
로맨스는 말할 것도 없다. 맨날 울고 보채긴 하지만 아기에게 부모는 우주다. 내가 없으면 그 아기는 살아갈 수가 없다. 무조건 나만 바라보는 존재, 그게 부담이 되긴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아무런 조건과 계산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도 없다. 내가 사랑을 주면 줄수록 아이는 달라지고, 그러한 나를 아낌없이 사랑해준다.
아기는 당신의 공감능력을 끌어 올려준다.
애를 낳기 전엔 세상에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사정들을 말로만 이해한다고 했지. 실제로 이해한 적이 별로 없다.
저사람은 왜저럴까.
나랑 다르면 다르니 이해가 가지 않아서.
아님 이쯤되면 이렇게 해야하는거 아닌가 싶어서.
이해할 수 없던 일들도 이제는 알겠는 엄청난 공감능력이 생긴다.
아이가 있으면 워낙 변수들이 많이 생기고 나조차도 이유를 모르겠는 나의 실수에 당황하는데. 그러다 보면 남의 상황도 내가 잘 모르더라도 저 사람도 나름 이유가 있겠지 하는 이해심도 생기고 다른 사람의 상황도 대충 짐작이 간다.(물론 거짓말하는 사람 제외하고)
그게 나이탓인지 아기탓인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아이가 있으면 분명 남에게 공감해주는 능력이 높아지는건 사실이다.
암튼 아이가 어른을 키운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좀 더 아이가 많아지는 세상이 왔음 좋겠다.
(나만 변할수 없지 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