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저궤도인간
자아성찰? 이라기엔 너무 거창하고
자아비판? 이라기엔 너무 가슴 아픈(?)
요즘 즐겨보는 웹툰.
네이버 웹툰에 연재되는 작품인데
솔직히 내가 마주한 현실을 잊고 싶어
과거 순정만화 덕후의 갬성을 살려
로맨스 판타지물을 즐겨보는 편이지만
신작 웹툰 탭을 잘못 눌러보게 된….
초리얼리즘 웹툰(궁금하면 찾아보세요)
보다 보면 너무 뼈 때리는 현실 묘사에 어질어질하다.
한국 대학의 현실
아직도 못 벗어나고 있는 밑바닥 지식노동자인 내 현실
이게 무슨 자기 고문인가 싶어서 그만 볼까 하다가도
뒷 내용이 궁금해져 보고 있다…
강사 생활을 해보니 참 천태만상이다.
자격 없는 사람들 천지인건 맞고
그렇다고 아예 자격 없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고.
한 가지 확실한 건
문과나 이과나 대체 한국의 ‘연구’라는 건 뭘 향해있나
그래도 과거엔 소위 먹히는 연구만을 추종하는 현상에 대한 비판, sci나 ssci의 기준에 대한 의문이 존재했고
스스로 좋은 논문을 만들고, 새로운 이론을 창조하자는 논문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러한 비판도 옛날이야기다.
어차피 ai와 4차 산업혁명 어쩌고가 판치는 세상에서
문과가 이야기하는 주장이란 힘이 없고
그러니 결국 목숨 거는 건 수치화되는 외부 기준뿐이고
현재 아카데미에 복무하는 신임교수들은
그런 포트폴리오를 비판 없이 잘 수용해서
거기까지 올라온 사람들이라
학문의 미래 정도까지 생각하기보다
당장 내 앞 목숨, 밥벌이를 생각하는 게 맞다는 사람이
아카데미의 대부분이다.
나같이 그런 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놈이야
그 시류를 못 올라타고 뒤에서 욕이나 하는
루저의 신세한탄일 뿐.
나에게 커리어를 위해 이런 논문을 쓰고
일천한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꾸며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선배들은 그나마 고마운 분들이다.
다른 이들은 그냥 애엄마에 기혼인 내가
거기다 국내학위를 가진 나의 미래에 대해
입을 다물곤 한다.
남편 있잖아, 애 잘 키우는 게 디게 중요해…
이런 말 하는 사람들은…증말 서운하다 생각하면서도
그냥 아무런 욕심 없는 사람처럼 웃어 보이곤 한다.
그쵸 뭐 제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습니까.
전 뭐 이 정도도 감사해요…. 하면서ㅎㅎ
물론 감사하다.
이 자리도 얻지 못한 수많은 학위자들이 있고
나쁘게 생각해 봐야 나한테 좋을 게 없다는 게
인생의 진리니까… 긍정적으로 말하려고 노력하지만
천성이 염세적이라 그런지
가끔 나는 마치 경로이탈한 사람처럼 대하는 이들도
마치 자기가 미국에서 박사 받은 게 인생 최대 업적인양
미국인이 되어서 누구 교수 어쩌고 저쩌고 아는 체 하는 사람들
거기다 미국사회에서 살면서 한국 사회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머리만 검은, 그러면서 한국사회를 대상으로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사람들. 솔직히 분석한 거 보면 진짜 현실 모르네 하는 생각뿐인데 뭐 어쩌나 해외에서 인정하는 것들은 이들 논문인데.
결국 다 못하는 놈의 질투 어린 시선으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그래서 저 웹툰을 보면 괴롭고 동시에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이 든다. 주인공의 선택이 도덕적으로 잘못되었음을 알지만 누구보다 나도 그처럼 했을 거 같아서…
남들의 평가에 초연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평가를 제대로 받기도 어려운
나도 그렇게 저궤도를 돌고 있네ㅎㅎ
가장 마음이 아팠던 말.
“좋아하기만 할 걸.
잘하려고 하지는 말 걸.“
학문의 길을 선택한 내 끝은 어찌될 것인가.
나는 이 궤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