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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L Mar 10. 2022

지나온 자리는 온도가 묻어있다



 뭉근하게 이상한 감정이 차오를 때가 있다.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의 이정표가 어디를 향하는지 알지 못해 불안하기도 하고 그 불안이 넘실대며 밀려오는 하얀 파도처럼 온 몸을 감싸 하염없기도 할 때.



 불안과 기대.

 억울함과, 그럼에도 스스로에게 떳떳한 자신감.




 도무지 양립할 수 없는 상반된 두가지 감정을 꼭 끌어안은 채 견디는 나날들이 가져다 주는 것은,


 글쎄.

 그저 걸어온 길에 남긴 작은 발자국을 들여다보는 것이 전부다.

 그저 조금은 서글프기도 하고 때로는 벅차오르는 지난 시간의 한 조각이다.






 구름이 흐르며 꽃이 피고 지길 반복하는 나날마다 깊이를 더하는 미안함과 보고픔이 다시 짙어지기만 할 땐

 홀로 웅크려 이불 속에 파묻힌 아린 마음을 쓸어내린다.

 


 그리고 다시,

 그저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내가 남을 뿐이다.






 오랜만에 들이킨 작은 맥주 한 캔에

 애닳게 차오르는 두 볼의 발간 열기에 취해

 가장 가까운 책 한 권의 페이지를 열었다.



 

 뿌옇게 흐려진 눈으로 들여다 본 세상 속엔

 적적한 고요 속 아스라히 틀어놓은 바람을 닮은 노래와

 

 비틀거리면서도 묵묵히 걸어 온

 지난 발자국의 뭉근한 온도가 녹아있다.




 누구나 그렇듯

 후회하다가 돌아보고, 그럼에도 나아가는 ‘내 길’에

 때로는 뜨겁고 때로는 차가운 온도가 묻어있다는 말이 이토록 위로가 되는 밤이 어디 있을까.





 달이 지면 해가 뜨고

 해가 뜨면 달이 지듯

 인연이 지나가면 추억이 생기고

 추억이 생기면 그리움도 따라오듯


 

 늘 후회와 아쉬움으로 가득한 삶일지라도

 또한 늘 돌아가고 싶은 시간이 존재할지라도


 그 시간은 내가 가진 온 마음을 쏟아부은 선택이었으며 가장 다정한 손길로 먹먹한 마음을 매만진 순간이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그저,

 우리는 따스한 햇살 속 미소지으며

 나의 순간에 인사할 뿐이다.






 지나온 모든 자리마다

 때로는 뜨겁게 때로는 차갑게,

 그 때의 온도가 묻어있다.

 적어도 내게 있어선 가장 적당한 마음으로.

 - 이솜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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