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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L Mar 07. 2022

작은 먼지덩어리


가끔

아주 가끔

아니, 실은 아주 자주


 당장 내 눈 앞에 떨어진 먼지덩어리 하나 줍기 싫을 정도의 무기력함이 밀려오곤 한다.


 

 푹신한 침대에 앉아 바닥에 닿은 발바닥, 그리고 엄지발가락을 따라 30cm 정도 떨어진 위치에 뭉쳐있는 먼지덩어리 하나.


 옷에서 떨어진 실과 머리카락들, 알게 모르게 흘린 부스러기들이 한데 뭉친 작은 먼지 한 조각을 멀거니 바라보다가 입으로 바람을 불어보기도 하고 허공에 발을 휘저어 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내 몸뚱이와 조금 더 멀리 밀어내고 있다.



 아주 잠깐 허리를 숙여

 몸을 앞으로 굽혀

 팔을 조금만 뻗으면

 금방 주울 그 작은 거슬림을


 끝끝내 살짝 이동시키고는 발라당 다시 드러눕는 날이 있다.






 그런다고 연기마냥 사라질 것도

 얼음마냥 녹아 없어질 것도 아닌데


 알면서도 줍지 않는 이유에 대한 답은 없다.



 그냥 귀찮은 날이 있고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날이 있는데

 어쩌면 우린 ‘그냥’ 이라는 말에 너무 많은 답을 찾으려 하는 건 아닐까.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 아니니

 얼음처럼 녹아 없어질 것이 아니니

 그저 한 숨 자고 일어나 햇살이 비치는 내일 아침 문득 주워도 된다.



 그저 무기력한 몸뚱이를 억지로 일으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젖은 머리를 털며 주워도 된다.


 여즉 켜져있는 작은 방의 불빛이 사그라들기 전,

 으차, 하는 요상한 기합과 함께 엉금엉금 기어 스위치를 누르기 전 주워도 된다.




 열심히 살아왔다면, 그것에 한치 부끄럼 없다면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 작은 먼지 덩어리 하나 내일 주워도 괜찮다는 숨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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