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호주를 거쳐 왜 도쿄에 정착했는가
일본 와서 수백 번 들은 질문 중 하나가
영국, 호주를 경험하고도 내가 왜 그 많은 나라 중 일본을 선택했는지였다.
일본 이직을 결심했을 때, 오사카나 후쿠오카 등 다른 지역 헤드헌팅도 많이 받았지만,
나는 도쿄 이외에는 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정확히 말해서 내 목표는 '일본 이직'이라기보다는 '도쿄 이직'이었다.
도쿄라는 도시는 정말 매력적이다.
전세계 메트로폴리탄이 갖고 있는 특징인 빌딩숲의 풍경이 대부분이면서도
바다, 산 등 자연이 매우 가까이 인접해 있다 (특히 바다는 그냥 빌딩숲 옆이라 함께 있다고 해도 무방)
이렇게 현대적인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으면서 언제든지 자연을 볼 수 있다는 특성이
자연은 좋아하면서도 불편한 건 싫어하는 나에게 딱이었다 (그래서 공기 좋고 풍경 예쁘다고 해도 시골에선 못 살아)
이 특성은 내가 살았던 시드니를 포함한 서양 국가 도시들이 많이들 갖고 있는 특성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그 많은 곳들 중 도쿄를 선택했는가?
이유는 크게 세 가지.
1.현지인처럼 융화되어 살 수 있음
2.아시아의 경제적 중심(내 기준)
3.영어 통용에서 오는 인터내셔널한 분위기
1.
해외 생활 경험이 있기에 인종 차별에 있어 어느 정도 익숙해진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서양권 국가에서는 그 문제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 차별이 부당한 대우 등 실질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해도
다른 생김새로 인해 길 가다가 사람들이 쳐다보는 등의 무의식적인 차별도 너무 싫었다. (특히 영국에 살 때는 소도시였기 때문에 아시아인 자체가 거의 없어서 외계인급으로 쳐다봄..)
일본은 진짜 자국민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보수적이라고 하고 실제로도 느끼지만,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외관적으로 비슷하게 생긴 점은 확실히 살아가는 데 메리트가 있다.
2.
한국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싱가포르 등 다른 의미의 경제적인 대도시도 있지만
나에게는 도쿄가 아시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큰 도시였다.
미국, 영국 등 전세계 경제 중심의 브랜드가 아시아에 테스트 진출을 할 때, 역시 첫 타겟은 도쿄가 된다.
도쿄에서 반응을 보고 서울, 상하이, 방콕.. 등으로 퍼져 나간다.
전세계 트렌드의 중심이 주목하는 아시아 트렌드의 중심에서 살고 싶었다.
3.
아직도 영어가 일본어보다 편하기도 하고, 워낙 영어를 좋아하기 때문에 영어를 쓸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었다.
도쿄 전반적으로 봤을 때 서울과 비교하여 일반인들의 영어 통용률은 현저히 낫지만
가게마다 영어 메뉴가 구비되어 있고, 여러 행정 절차도 영어로 진행할 수 있기에 영어권 국가에서 사는 느낌이 있다.
실제로 여기서 사귄 네덜란드 친구는 일본어를 아예 한 마디도 못 하는데 3년 넘게 살고 있다.
영어가 통용되니 외국인이 많이 살고, 여러 국가에서 온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으니
내가 너무 좋아하는 인터내셔널한 분위기가 엄청 느껴진다
이번주에 평일 연차를 쓸 기회가 있어 볼 일을 마치고 시간이 좀 남아서
오랜만에 관광객 모드로 도쿄를 돌아다녔다.
도쿄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오다이바, 긴자!
날씨도 어찌나 좋았는지 혼자 감성 터져서 이런저런 생각에 빠졌다.
도쿄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살기 시작하기 전부터도 10번은 여행으로 와 본 경험이 있는데,
다시 한국에 돌아가야 할 때마다 아, 여기서 살고 싶다.. 좀만 더 있고 싶다.. 하는 아쉬운 기분으로 나리타공항행 버스를 타곤 했다.
이 날은 새삼스럽게
아, 내가 제일 살고 싶어하던 도시 도쿄에서 살고 있구나..
생각하며 오다이바 자유의 여신상과 붉은 노을을 보며 감사함을 느꼈다.
평일 연차라 세상 만물에 감사함을 느끼게 됐는지도 모르겠다..ㅎ
세상은 넓고, 기회가 있다면 한 곳에서만 살기는 너무 아쉽다.
그리고 그 기회는 내가 만드는 것이다.
내가 지금 도쿄에서 살고 있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