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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걱정으로 부푼 밤에는 아무리 터트려보아도 잘 터지지 않는다. 빵빵하게 부풀면 터지기라도 할 텐데, 짜잘하게 조금씩 부푼 모양으로 수십 개가 떠다닌다.
괜히 책을 펴고, 텔레비전을 켜고, 불을 켜도 머리 속 부산스러움은 변함이 없다. 또 도돌이표를 찍고 있구나 하며 기운 빠진다.
그럴때마다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다. 손에 쥔 것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았는데, 입꼬리도 어깨도 쳐저있을때 바짝 올려주는 소중한 이들이 늘 있었다.
그 덕에 숨을 고르며 꿈틀 거리다 보니 씩씩하게 걷고 있었고, 힘차게 움직이까지 해보니 부풀었던 걱정들이 다 터져 쭈글쭈글해져 있었다.
그렇다가도
의욕 잃은 내 모습이 무서워서
물먹은 수세미처럼 언제 다시 빵빵해 질까 겁나서 쉼표가 필요하다.
물론, 힘들땐 주저앉고 싶다.
그런데, 정말 땅에 딱 붙어 앉아버리려 할 때 막상 아쉽다. 힘들게 걸어왔기에 열심히 뛰어왔기에 그렇다. 그럴 때마다 쉼표를 그려보는 거다. 따옴표도, 괄호도, 느낌표도 다 제쳐놓고 두툼하고 진하게!
그렇게 한 숨 돌리고 나면, 띄어쓰기해가며 다시 발을 디뎌볼 용기가 생긴다.
그래서 오늘은 지저분한 머릿속을 정리해 본다. 걱정해도 소용없는 칸,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칸, 아직은 안 열어도 되는 칸. 켜켜이 묵은 먼지들을 털고 보니 더 선명하게 보인다. 생각보다 금방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진짜 내 서랍은 연휴 때의 쓰레기장 같은 건 안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