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칙연산

여름을 꺼내보다 - 2

구슬땀 진땀 다 빼도 웃을 수 있었던 그때.

by 렛츠쏠


낯선 잠자리이기에 한 시간마다 깨며 뒤척이고 배낭 때문에 어깨가 욱신욱신 그럼에도 잘도 일어났다. 일찍 잠든 홍양은 많이 노곤했는지 더 누워있다 후다닥 준비 완료.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다시 길을 나섰다. 시내로 나가서 아침으로 맥도널드에서 맥모닝 세트를 든든히 먹어두고 시내버스를 타고 한려수도 케이블카 탑승장에 도착! 올라가는 길이 여행 중 더위 best 3 위중 1위.

생각보다 대기시간이 길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1인당 왕복 만원, 표를 끊고 가족여행 온 분들과 함께 같은 곳에 탑승했다. 올라가서는 통영 8경 중 하나인 미륵산에서 바라본 한려수도를 담고 왔다.


캡처.JPG 눈부심을 이기고 찍은 사진. 다행히 안개가 걷히고 구름이 나왔다.

안개가 껴서 아쉬웠지만 시원하게 트여있는 광활함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그러고 보니 왕복 모두 가족여행객들과 탔다. 특히 내려갈 때의 가족은 얼마나 화기애애한지 보기 좋았다. 여행은 낯선 곳으로 가는 것이지만 그곳은 또한 사람 사는 곳이기에 익숙하기도 한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그곳이 낯선 다른 사람들에게서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말이다. 낯선 곳에서 많이도 마주했다. 특히나 익숙한 것들 맥도널드, 롯데리아, 배스킨라빈스 ;;도 물론!

케이블카를 오르내리며 함께 탄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의 가족애, 동피랑 함께 두려운 두려운 이야기 나누며 같은 추억을 만들어가는 친구와 연인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내리락 하는 동안 땀도 내리락했지만, 이상하게도 시원했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보니 많은 것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운동하는 사람, 반대편 케이블카 속 사람들, 청명한 하늘, 푸른 바다, 그 위를 두둥실 떠다니는 배들까지.

자체 파노라마 처리. 전경으로 자연을 접하니 고민거리를 정리하고 덜어낼 건 덜어내고 생각을 바로 세우고 오겠어하는 부담감을 가지고 이 곳에 온 내가 한심했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 앞에서 내 고민은 고민이 아니었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 는. 걸 못했던 요즘이었는데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내리던 그 짧은 시간 동안에는 정말로 아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내렸을 때는 몸뿐만 아니라 머릿속도 가벼워졌다. 이 순간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니 답을 얻은 건 그때였던 듯하다.



이 날은 마산에 서두름 없이 마음 편히 일찍 가기로 한 날. 첫 째날 보다 컨디션도 좋고, 그 새 익숙해졌는지 마음이 편했다.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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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남부터미널에 도착하니 기차 시간 까지 몇 시간이 남아 아쉬워 마산 시립박물관에 들리기로 했다. 관람료는 무료. 무형문화재 특별전 '궁중의 멋, 전통매듭' 전시를 관람했는데 전통매듭의 맵시에 매료되었다. 천연염료를 사용하여 염색한 끈의 선명함과 견고한 매듭 그리고 영롱한 호박과 옥까지 더해져 눈이 호강한 시간이었다. 매듭의 종류는 또 얼마나 다양한지 운동화 끈 매듭밖에 몰랐던 나에게 꽤 충격이었다. 소박한 재료로 이토록 화려하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무형문화재 장인의 손길이 닿았으니 당연하지만.

상설전시에서는 마산의 역사와 문화유산, 해양문화가 발달한 창원지역의 어업 및 그 생업문화에 대해 익혔다. 같은 공간에만 있다 다른 곳에 오니 또 이렇게 잔뜩 배워간다.


마산역 앞 커피집에서 갈증과 허기를 달래고 기차를 탔다. 친구는 조치원으로, 나는 중간에 할머니 집으로 가기로 하여 함께 2시간을 나누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다시 바빠진 친구와 처음으로 타지에서 1박 2일을 함께했다. 짜증을 부려 미안할 때도 있었다. 첫째 날 친구가 잠든 틈을 타, 간단히 쪽지를 적어 맨 앞 가방에 넣어두었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긴엔 작은 공간이지만 마음이 전해졌기를 바라며.


무던하지 못한 이라는 것을 앎에도 동행을 권한 홍양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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