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경단녀, 브런치 작가로 제2의 인생 조지는 중!

텅장 극복은 기본, 비싼 노트북이 데뷔시킨 믿기지 않는 실화!(ㅋㅋ)

by 전작가



끈기 없는 내가 유일하게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해온 건 일기 쓰기였다.

내가 감정 표현을 솔직하게 꺼내놓지 못하게 된 건, (내 성격 탓도 있겠지만) 짜증이나 부끄러웠던 순간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톡톡히 해준 일기장 덕분일 거라고 생각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유일하게 붙잡고 있던 일기 쓰기.

이 긴 시간의 기록이 단순한 습관을 넘어 무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글쓰기로 이어졌다.

특별한 경력도 기술도 없는 불혹의 주부를 필요로 하는 곳도 없고,

이렇게 오랫동안 경력단절 된 사람은

사회로 덜컥 나갈 용기도 내지 못할 만큼 세상이 무섭고 겁나는 법이다.


서점에서 만난 ‘일기도 에세이가 될 수 있다’는 책들을 한 권, 두 권 읽어가며 ‘평범한 내 이야기도 글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안고 혼자 글쓰기를 시작했다. 글 쓰는 직업 자체를 생각해 본 적도, 내가 발을 디딜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던 터라 그저 최근 시작한 SNS에 짧게 내 감정을 꺼내놓는 연습을 해보자며 가볍게 시작했다.


에세이를 읽으며 나도 이 정도는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직접 글을 써 보니 이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

글 써보겠다고 책도 사고 문구류도 사고 거금 들여 노트북까지 힘들게 구입하고 텅장 된 뒤라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뭐든 시작 전에 장비부터 구비하는 게 순서 아니겠나.... 하하하 ^^;;)


글쓰기를 하면서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됐다. 브런치 작가로 등록되어야만 글을 쓸 수 있는 곳이라니!!

그런데 그 글들을 읽을수록 ‘나는 안될 거야 ‘하는 패배감만 스멀스멀 올라왔다.

동기부여나 자극 대신 열패감만 맛봤달까..? 쩝...


‘뭐.. 부딪쳐나 보자.’

객기 가득한 근자감으로 일기 쓰듯 그저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첫 글을 써서 브런치 작가 신청 버튼을 눌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무엇을 쓰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부실하고 엉망이었는지도 자각하지 못한 채 혹시나 내가 덜컥 붙기라도 하면 어쩌나 쓸데없는 걱정에 하루하루가 초조했다.


그렇게 3일 만에 ‘죄송하다’는 메일을 받았다. 당연한 결과였는데 허탈함과 실망감, 자괴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뒤엉키며 자신감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누구에게도 말을 안 했기에 망정이지 설레발쳤다가 민망한 일 생길 뻔...


우울함에 허덕거리다가 갑자기 오기가 생겼다.

‘뭔데 다 되는 거 나는 안된다는 거지??’


정신 차리고 다시 준비하기 시작했다. 검색으로 브런치 작가 신청 팁도 찾아보고, 합격과 실패 후기도 읽어보면서 다시 여러 편의 글을 써봤다.


예전엔 두리뭉실하게 감정을 에둘러 표현한 글이었다면 이번엔 더 깊고 꼼꼼하게 감정과 생각을 들여다보고 솔직하게 쓰기 시작했다. 솔직한 표현이 어색했던 나는 처음에 불편하기도 했고 어디까지 오픈을 해야 하나 몰라서 고민이 많았는데 몰랐기에 더 과감할 수 있었다.


나는 그냥 다 쓰기로 했다.


’ 어디까지, 어떻게 ‘를 모르니 이것저것 재다가 떨어지는 것보다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고 떨어지면 속이 좀 덜 아프지 않을까...


첫 신청 탈락 후 한 달쯤 됐을 때, 덤덤한 마음으로 다시 도전했다. 꾸밈없이 솔직하게 썼고 그 순간을 다 담았으니 혹시나 떨어진대도 미련이 없을 것 같았다. 덤덤하게 신청서를 냈지만, 사실 봤던 후기를 또다시 찾아 읽어가며 세상 불안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다음 날 오후 3시 40분, 메시지가 왔다.

‘광탈인가?’ 순간 불안했는데,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


점심 먹고 이 닦고 있던 나는 입안 가득 머금고 있던 치약거품이 사방으로 튀는 것도 모르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좁아터진 집구석을 구석구석 꼼꼼히도 뛰어다녔다. 심장은 튀어나올 것처럼 쿵쾅거렸고 머리는 하얘졌다.

”내가 합격이라고? 내가 이제 작가라고?? “


믿을 수가 없었다. 알바 신청서를 아무리 접수해도 면접의 기회조차 단 한 번도 주어지지 않았던 내가 난데없이 작가라니...!!!

나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콩이를 껴안고 한동안 엉엉 울었다.

그동안 존재감 잃고 살아가던 나에게 쏟아진 벅찬 감동이었다.

”콩아 내가 작가래. 나 이제 작가래... ㅠㅠ“


캄캄했던 밤, 오로지 좌절만이 가득했던 공간에 한 줄기 빛이 스며들듯 합격의 소식이 찾아왔다. 그 빛은 나에게

‘넌 충분히 빛날 자격이 있어’라고 속삭여주는 듯했다.


이제는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선택한 ‘글쓰기’라는 길 위에서 오롯이 나다운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다.

어쩌면 이 길 위에서 만날 모든 실패는 다음 장을 위한 멋진 서문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서.


벅차오르는 감동에 취해있던 나는 문득 현실을 깨달았다.


‘일단 지르고 본 ‘ 행동이 결국 사고(?)를 치는 날이 오다니.

엉엉 울었으니 후련한데...


이제는 슬슬 이 비싼 노트북과 텅장 사태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할 때인가 싶다.

’ 알바면접 싹 다 광탈한 과거의 나‘는 잊고 비싼 노트북 값을 하러 가보자.

앞으로 작가님 소리 들으며 세상만사 내 맘대로 마음껏 다 써재끼겠다!


독자들이여! 내 글에 빠져보시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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