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서 맹신자가 밤형 인간으로 환생한 썰
수년간 자기 계발서를 즐겨 읽었지만, 나는 내가 세운 작은 계획조차 지키지 못하고 매번 실패하는 한심한 인간이었다. 매일 30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도 못하는 나를 끝없이 비난하며, 스스로를 구제불능이라 여겼다.
나도 책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성공’이란 걸 해보고 싶었다. 자기 계발서대로 열심히 읽고 따라만 하면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이라는 것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 대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아침 운동, 독서를 하고 자신이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정해서 측정 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계획을 잘게 쪼개 매일 하나씩, 조금씩 나아가는 것.
‘성공이란 게 별거 없구나...‘
미라클 모닝을 시작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아침 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5킬로 러닝을 3달 넘게 했다. 아침잠 많은 내가 아침 루틴을 3달이나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고 기특했다. 왠지 진짜로 내가 성공으로 가는 길을 걷는 것 같아서 벅찼다.
여느 때와 같이 오전 루틴을 끝내고 소파에 앉아 잠깐(?) 눈 붙이고 오후 5시(!)에 겨우 일어난 어느 날, 미라클 모닝을 시작한 후로 오전 4~5시간 말고는 내내 잠에 취해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하루를 5시간 밖에 살고 있지 않았다.
플래너를 꼼꼼하게 계획하고 기록한 적도 있다.
시간 단위로 계획을 세워 하루기록에도 빈틈없이 채웠다. 그런데 기록을 하면 할수록 계획은 더 치밀해졌고 10분도 허투루 쓰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에 사로잡혀 숨이 막혀왔고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졌다.
내가 시간을 관리하는 건지 시간이 나를 관리하는 건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성공하려면 이렇게 자신을 끝까지 몰아세워야만 하는 걸까?
이토록 괴로운 과정 끝에 오는 성공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은 회의감마저 들었다.
결국 나는 포기를 선택했다.
자신감보다는 성공할 깜냥이 안 되는 사람임을 재확인 한 시간 들일뿐이었다.
그 후로 오랜 시간을 나는 안 되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뭘 해도 안될 텐데 굳이?’라는 생각에 나를 가둬두고 살던 어느 날,
우연히 새벽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렇게 늘어져 있어 게으르기만 한 줄 알았던 내가, 고요하고 컴컴한 밤에 오히려 초롱초롱한 눈으로 진득하게 글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낮에 글을 써보려고 온갖 노력을 했을 때는 햇빛 알레르기라도 있는 듯 침묵하다, 밤만 되면 환골탈태하는 뇌가 그저 신기하고 당황스러웠다. 분명 성공한 사람들은 하루를 남들보다 일찍 시작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이 새벽에 말똥말똥한 나는... 뭐지???
책에서 말하는 성공하는 법이 뭔지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지금의 내 생활패턴은 정확히 그 공식을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 행동이 그들이 말하는 성공하는 법은 아닐지는 몰라도, 나를 움직이게 하는 방법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밤이든 낮이든, 남들이 보기에 어설프고 기이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남들이 정해놓은 ‘성공의 공식’을 무작정 따르기보다, 내가 원하는 걸 내 방식대로 꾸준히 해나가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철저하게 계획하고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보다 그때그때 내 컨디션과 기분에 맞게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은 만큼 할 때가 더 몰입이 쉬웠고 결과도 만족스러웠다. 가장 중요한 건, 스트레스 없이 즐거웠다는 것.
이제 나는 안다. 빡빡한 계획표 속에서 숨 막혀하는 나보다, 야심한 새벽 고요히 키보드를 두드리는 내가 훨씬 더 행복하고 생산적이라는 것을.
수년간 자기 계발서의 노예였고, 매일 30분도 못 지킨다며 스스로를 구제불능이라 여겼던 과거의 나에게 이제는 말해줄 수 있다.
“괜찮아. 네 게으름 때문이 아니었어. 그저 네 리듬을 찾지 못했을 뿐이야.”
성공하는 사람들의 패턴을 따라가지 못해 괴로워했던 날들을 뒤로하고, 나는 이제 나의 밤 나의 컨디션이 이끄는 대로 즐겁게 흘러갈 것이다.
자기 계발서가 강요하던 질서나 남들이 가는 길 대신, 나만의 속도, 나만의 리듬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나에게 진정한 ‘성공’이니까.
혹시 당신도 ‘정답’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가두고 있지는 않은지.
부디 당신만의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칠 반짝이는 새벽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진짜 당신을 만나길.
제가 늘 기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