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한 하루에서 건져 올린 일상의 소중함
일요일 점심, 오랜만의 외식이었다.
일주일 내내 ‘남이 해주는 밥‘을 먹을 수 있는 이 순간만 기다렸는데 식당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자마자 금세 무너졌다. 아쉽지만 더 늦기 전에 발걸음을 다른 식당으로 돌렸다.
운 좋게 마지막 자리를 차지했을 때만 해도 안도의 숨이 나왔다. 이제야 기다림의 끝을 맛보려나 싶었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우리 옆 복도에 흰머리 어르신 세 분이 줄을 섰다.
다른 쪽에서 기다려도 됐을 텐데 굳이 식사하는 바로 곁에 떡하니 버티고 섰어야 했을까...ㅠㅠ
그 순간부터 숟가락은 정신 못 차리고 허겁지겁 움직였다.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조차 모를 만큼 급히 삼켰다.
그들의 기척과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기다림의 대가로 얻은 건 즐거운 포만감이 아니라 체기와 소화제였다.
돌아보면 별일 아닌 해프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의 불편함은 오래 남았다.
우리는 살아가며 늘 크고 작은 기대와 현실의 충돌을 마주한다. 어떤 순간은 기대보다 더 큰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어떤 순간은 이처럼 허무하게 끝나기도 한다.
나는 그날 깨달았다.
편안히 앉아 눈치 보지 않고 밥을 먹는 일이, 사실은 얼마나 큰 행운인지.
익숙해져서 소중함을 잊고 있던 ’평범한 한 끼‘의 가치가 불편함 속에서 더 또렷해졌다.
삶이란 언제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긋남 속에서도 배우는 게 있다.
집에서 남편과 콩과 함께 먹는 평범한 밥상이야말로 그 어떤 기대보다도 든든하고 소중한 현실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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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내가 원래 이렇게 눈치를 보면서 살았나......ㅠㅠ
그래도 일주일에 달랑 한 번 있는 외식은 절대 포기하지 않겠어어어어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