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출 수 없는 비밀

이제 나는 용감해질까?

by 전작가

나에게는 감출 수 없는 커다란 비밀이 하나 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예고도 없이

얼굴이 확 빨개질 때가 있다.

부끄러움도, 화도 아닌데

내 의식보다 내 몸이 그렇게 먼저 달려가 버린다는 것이다.


어떤 날은 말을 하기도 전에

신호등이 번쩍 켜지듯 얼굴빛이 변한다.

순식간에 열이 올랐다가

또 금세 사라진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열도, 붉은 기도 흔적 없이 사라진다.

꼭 골탕 먹이려고 작정한 것처럼...


그 짧은 몇 초 동안

내 안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지나간다.

‘봤을까? ’

‘이제 괜찮나?’

나는 내가 하려던 말을 잊고,

내 얼굴만 의식하느라 어떤 집중도 할 수가 없다.


사람들은 대체로 갑자기 빨갛게 달아오른 내 얼굴을 보고도 아무 말 안 하지만, 갑자기 변한 그들의 갸우뚱하는 표정, 한가득 물음표로 바뀐 표정을 보면 나는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가끔 누군가 ’근데 얼굴은 왜 빨개졌어?‘라고 물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땅이라도 꺼졌으면 좋겠다.

사실 나도 내가 빨개졌는지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이건 민망한 건 마찬가지다.


예전의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고,

모임 자리에서도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재밌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얼굴이 갑자기 붉어진다는 사실을 자각한 뒤부터는 달라졌다. 점점 말수가 줄었고, 모임도 피했다.

결국 스스로 고립된 시간을 선택하며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런 순간마다

내가 나를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저 창피하고 화가 났다.


언젠가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었다.

’ 숨기고 싶은 약점일수록 오히려 드러내 보라. 막상 드러내 보면 그것은 생각보다 대단한 문제가 아니며 나를 지배하지도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 이 글을 통해 나의 단점을 만천하에 드러낸 나는,

조금은 더 용감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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