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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트의 주절주절-캘거리 스탬피드

캘거리 추억

by 가제트

작년에 팬데믹이 끝나고 3년 만에 다시 시작된 캘거리 스탬피드가 올해는 더 풍성해질 것 같다.

보통 7월 초에 시작하는데 올해 일정을 보니 7월 7일부터 16일까지 예정되어 있으며 작년보다 더 시끌뻑적지근하게 상을 차리는 것 같은데 나 같은 동양 촌놈은 여전히 별 관심이 없다.

이민 온 첫 해에 서부시대를 재현한다느니 말 타고 소타고 하는 걸 본다느니 해서 가보긴 했는데

거리 여기저기에 싸질러 놓은 말똥만 잔뜩 구경하고 다른 건 별로 기억이 없는 나에겐 카우보이 모자 쓰고 돌아다니는 게 별로 신나지 않았다.


하긴 말 타는 재미를 모르니 그러기도 하겠다.

그런데 기마에 대한 기억이 DNA에서 이미 사라진 한국인에게 말 타고 소타는 게 뭐 재미있겠는가?

어린 시절에 소꿉놀이와 제기, 딱지치기를 하며 동네 어귀에서 올망졸망 놀던 기억과

벗어나봐야 산 하나 넘는 이웃 동네가 고작인 조선의 아이들에게

말 타고 논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소란 동물은 잔등에 타고 누가 누가 오래 타고 있나를 내기하는 그런 동물이 아니라

재산 목록 1호인 동물인지라 애지 중지하며 친구 때로는 종으로 부려먹기 좋은 착한 식구인데

그런 동물의 모가지를 비틀어 빨리 넘어트려야 상금을 받는 그런 경기가 매일 열리는

스탬피드 축제가 가슴에 와닿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스탬피드란 경기가 어쩌면 짝짓기를 위한 축제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100년 전의 캘거리를 생각해 보면 춥고 척박한 땅에 눌러 않은 남정네들이 숫자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처녀들에게 공개적으로 날 좀 보소 하며 힘 자랑하는 경기가 아니었겠는가?

그 경기에서 이긴 카우보이는 상금과 더불어 마을에서 제일 이쁜 처녀에게 공개 구혼을 했다던가 눈짓을 줬다던가 라는 그럴듯한 썰도 풀어본다.


남자들끼리 누가 누가 소 잘 타고 말 잘 타나 하면서 힘자랑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뻘짓일테고

힘과 재주를 과시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처녀에게 눈짓을 주는 장을 마련했다고 보는 게 아마 좀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그러던 축제가 인구도 많아지고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짝짓기가 가능해진 이상

스탬피드는 더 이상 원래의 목적을 버리고 돈이 되는 장사로 변했을 것이고

그러면서 이젠 처녀들이 소나 말 등에 올라타는 광경도 보게 된 것이 아닐까?


영화 벤허의 마차경기를 연상시키는 척왜건 경주는 스탬피드의 백미라고 한다.

가끔 TV를 통해서 보곤 했는데 경기장에 가서 보면 맛이 다르다는 얘기도 들었긴 하지만

입장료가 좀이 아니라 많이 비싸서 엄두를 못 내고 있긴 하다.


사실 가제트는 지구상의 모든 축제가 대체로 청춘남녀를 위한 짝짓기라고 보고 있다.

뭐 이론적이라고 할 순 없고 직관적으로 생각한 것인데 한국의 단오 축제가 그렇고(요건 뇨자가 남정네를 위한 작업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브라질의 삼바축제가 그럴 것이다.


어쨋던 짝짓기라는 고유의 목적을 숨긴 채 화려하게 장식해서 볼 것이 많아지긴 했지만

요즘도 경기장에 가는 남, 녀 청춘들의 옷차림을 보면

흠 ~~ 글쎄, 작업하러 혹은 작업을 당하러(?) 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긴 하다.


아무튼 말 타고 소타는 것을 보고 싶거나 서양 촌놈들이 어떻게 작업하는지 구경하고 싶다면

이 참에 스탬피드 경기장을 어슬렁 거리는 건 어떨까?


그냥 주절거려 본다...


calgary-52954_640.jpg Pixabay로부터 입수된 Brigitte Werner님의 이미지입니다.



커버 이미지는 Pixabay로부터 입수된 Brigitte Werner님의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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