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視詩)하다
한 때는 매일 꿈을 꿨다.
빤쓰만 입고 악당을 쳐부수는.....
악당은 매일 나타나고
나 말고는 악당들을 때려잡을 놈은 이 세상에 없었다.
세월이 지나자 악당들이 사라졌다.
나와 싸우는 게 시시해진 거다.
피 떡이 되어 넘어지고 엎어지는 역이
뭐가 그리 재미있다고 매일 하겠는가?
출연료라도 제대로 주면 모를까
악당들이 꿈속을 떠나서 속세로 나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나는
옷을 주섬주섬 입고 그들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피 떡이 뭔지 알게 되었다.
다시 꿈속으로 도망갔다.
빤쓰만 입은 채로 악당들을 기다렸다.
먼지만 풀풀 거리는 OK목장에서 악당들이 떼거지로 나타나길 기다렸다.
개들만 돌아다니는 걸 지루하게 보다가
깨어났다.
속세는 여전히 악당들이 설레발치고 있다.
사하라 특공대와 게리슨 유격대가 사라진 그 자리에,
람보와 코만도가 설쳐대고 있었던 그 자리에,
빤쓰가 없어진 그 자리에,
이제 빤쓰를 다 내리고
똥을 싸는 꿈을 꾼다.
차라리
복날 개처럼 피 떡이 되도록 얻어맞고 다니던
그때
꿈꿀 시간조차 없이 골아떨어지던
그때
꿈을 꾸지 않고 꿈을 지니고 다니던
그때
..............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여기는 캐나다
들리십니까?
개가 남자보다 높다고 합니다.
남성 여러분!
다 같이 개꿈이나 꿀까요?
<주> 뭐라고 할까..
이 시는 일반적인 의미의 시라기 보다 해학적 혹은 그냥 잡시(雜詩)라고 불려도 좋은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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