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밑줄 긋기
전자책 목록을 죽 훑어보던 중 조금은 건방져 보이는 책 제목을 마주했다.
나처럼 읽어보아라?
어라!
어찌 보면 깜찍하지만 당돌한 제목에 끌렸다.
어차피 비주류의 책들을 즐겨 보아 왔던 터라 그래, 한 번 붙어보자.
1주일 동안 이 책만 읽었고 난 KO 되었다.
여성학자라는 분류가 무색하게 다방면에 걸친 그녀의 지식의 방대함에 일단 주눅이 들었다.
그녀가 쓴 글 송곳에 여러 군데 찔리기도 하였지만 그 상처는 오히려 힐링이 되었다.
지금까지 되도록 여성, 약자의 편에 섰다고 생각한 나였지만 아직 멀었다는 생각.
한 단락을 끝내고 나선 가제트의 생각을 적고 그 짓을 반복하느라 꽤 더디게 읽은 책 중 하나.
그중 몇 마디를 소개한다.
<좁은 편력>
책 속에 진리가 있다는 말은 역사 최대의 거짓말이다.
책 속엔 아무것도 없다. 저자의 노동이 있을 뿐이다.
저자의 입장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것보다 저자와 갈등적 태도를 취할 때
더 빨리, 더 쉽게,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55 page)
(가제트의 밑줄) 모든 책 속에 진리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도 때로 진리가 있다는 게 거짓말은 아니지.
그 속에 당신 책도 들어가는데 당신은 책을 왜 썼고 그 책을 읽는 난?
저자의 노동이 있다는 건 동의.
글을 좀 써 본 놈들은 알지. 졸라 힘들다는 거.
난 대체로 능동적 태도를 취하는데 당신 책은 한 번 갈등적 태도를 취해 봐?
《벌레 이야기》 _ 이청준
분노와 평화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뜻이 없다. 누구의 분노, 누구의 평화인가가 의미를 결정한다. 따라서 나는 용서가 저주보다 바람직한 가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해자의 권력은 자기 회개와 피해자의 용서를 같은 의무로 간주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65page)
이 작품에서 아이의 죽음보다 더 잔인한 사건은 피해자에게 요구되는 용서와 치유라는 당위다. 사람들, 심지어 남편조차 피해자가 조용히 하기를 원한다. 가해자와 사회는 자신이 져야 할 짐을 피해자의 어깨에 옮겨 놓고, 불가능을 감상한다. 평화가 할 일은 그 짐을 제자리로 옮기는 고된 노력이지, 평화 자체를 섬기는 것이 아니다 (66 page)
(가제트의 밑줄) 용서가 저주보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구라는 주체에 따라서. 음...
그래도 당신을 저주하기보다 사랑하겠소.
왜냐하면 가해자를 권력으로 봤기 때문이오. 그러나 가해자는 자기의 권력을 회개 따위로 쓰지 않소.
회개는 권력이 없어져야 가능하오. 그것도 반의 반 정도의 회개만.....
물론 피해자가 용서를 안 한다면 피해자가 아니라 죄인으로 취급하지.
그게 바로 권력이오.
《조울병,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 _ 케이 레드필드 재미슨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 공감, 수용받고 싶은 욕구는 생존에 필수적이다.
인간은 자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살하기도 하는 관계적 존재다. 소통을 위해 죽는 것이다.
(73 page)
(가제트의 밑줄) 조울병, 잘 모른다. 자살? 안 해봐서 모르지만 자살 충동은 있어봤다.
소통을 위해 죽을 수도 혹은, 소통을 더 이상 안 하려고 죽을 수도.....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