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視詩)하다
이제 점자를 배워야 할까 봐
오마니 담담하게 말씀하시네
낼모레면 떠날 아들
밥을 넣다가 숨이 막히네
점점이 내리다 뭉쳐버린 눈 뭉치들
꾸역꾸역 모여들고
밥알들도 뭉쳐서 줄지었다 꼬부라지네
점자를 만들려고 도무지 내려갈 생각이 없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하시네
그 보이는 걸 손에 의지하면
보고 싶은 걸 볼 수 있을까
안 보이는 것들이 보이려나
아들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는
오마니 눈이 점점 흐려지네
밥알들은 ‘ㅇ’, ‘ㅓ’ 그리고 ㅁ’을 만들었네
보이는 것들은 안 보이는 것들과
안 보이는 것들은 그들끼리
엄마와 아들은 단둘이
그렇게 서로를 보다
눈(目)을 돌리니
눈(雪)이 다시 오고
눈끼리 뭉쳐서 세상이 환해지면
안 보여도 볼 수 있을 그날이.
밥알들이 ‘ㅁ’ 그리고 ‘ㅏ’를 만들었네
아들 얼굴을 감싼 오마니 손을 타고
눈이 하염없이 내리네
내리면서 뭉치네
뭉치면서 그리네
'ㅅ' 'ㅏ' 'ㄹ' 'ㅏ' 'ㅇ'
낼모레면 캐나다로 떠날 아들 얼굴 위로.
(초고 2019년 2월 3일)
(수정 2023년 8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