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제트 Aug 22. 2023

로버트 판타노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중에서

죽음 앞의 유한한 모든 날들을 영원한 기록으로 잇는 나 자신과의 대화

로버트 판타노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중에서


살면서 어떤 순간이든 모든 것이 무너지거나 순간적으로 끝나버릴 수 있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물론 그 사실을 아는 것과 그 일을 직접 마주하는 것은 하늘과 땅처럼 다른 일이었다. 실은 그가 입을 열기 전부터 나쁜 소식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손의 미세한 떨림이라든가 담담한 척하는 얼굴 표정이 만들어낸 무거운 공기를, 같은 공간에 있던 나는 무의식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를 천천히 관찰하면서 나의 막연했던 느낌은 추상적인 직감의 영역에서 의식적인 확신의 영역으로 옮겨 갔다. 억지로 크게 뜬 그의 눈동자에서 나의 운명을 보았다. 내 생이 짧아지고 있었다.

(9 page)



65

죽는다는 건 그렇게까지 무서운 일도 몹쓸 일도 아니다. 살아 있을 때 죽음을 의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렇다.

우리의 몸과 머리는 단지 우주로부터 임대한 대여품이다. 의식적이고 물리적 존재가 갖는 휴가 기간이라고 볼 수 있으며 언젠가 반드시 반환해야 한다.

휴가 기간에 우리가 가장 선망하거나 사랑하는 장소에 가는 것처럼 우리는 이 여행에도 끝이 있음을 알지만 휴가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궁극적으로 휴가가 영원히 계속되면 휴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겪어야 하는 역경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생이라는 휴가를 써야 하는 기회를 받았다. 자연히 그 자체를 인식하는 경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이것을 경험할 능력을 잃게 된다는 두려움이 이 경험을 망치기도 한다.

내가 인생에 대해 냉소하고 인생을 즐기지 못했던 이유는 대체로 이 죽음에 대한 의식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한다. 나는 줄곧 이 모든 생의 이면에는 죽음이 있고 우리 모두 무로 돌아가기 때문에 생에서 발버둥 치는 건 의미가 없고, 그저 모든 순간이 무를 향해가면서 장애물을 넘고만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무의 순간, 여행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여행에 끝이 있다는 생각 때문에 여행 중에는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역설적인 방식으로, 살아 있을 때 살아 있을 수 없다고 슬퍼하며 보낸 것이다.

(172Page)


올해 1월 경에 전자책으로 읽은 로버트 판다노의 마지막 기록

"서른다섯 젊은 소설가가 남긴 죽음과 삶에 대한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책


로버타 판다노에 대해 알아보면

Robert Pantano

165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Pursuit of Wonder〉와 같은 이름의 프로덕션 회사의 창업자이자 기획자이다. 〈Pursuit of Wonder〉는 철학, 과학, 문학에 바탕을 둔 주제와 단상을 짧은 이야기와 영상 에세이 안에 담아 소개하는 채널이다.(교보문고 설명 참조)

30대 중반에 악성 뇌종양 선고를 받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사색을 일기형식을 빌어 기록한 에세이를 남긴 작가이자 유투브 채널 크리에이터.


youtube.com/pursuitofwonder

pursuitofwonder.com


6학년으로 진급(?)을 하면서 5학년때보다 더 자주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러나 생각하는 시간만 많아졌을 뿐 깨달음을 얻게 된 건 아니었다.

시간의 허비! 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그저 걱정?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도 이미 읽었지만 내 것이 되기엔 아직 나의 정리는 많이 모자랐다.


그러다가 전자책 목록에서 죽음을 선고받은 사람, 더구나 젊은 작가가 쓴 글이라 손이 갔고 읽으면서 가슴에 깊숙이 꽂혔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가제트, 너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며? 관련 여러 책도 읽었다며? 그런데 진짜로 죽음이 코 앞에 닥쳐왔을 때 저 작가처럼 담담하게 삶과 죽음에 대해 사유할 수 있어? 저 정도로 정리된 생각을 글로 쓸 수 있어?

답을 하지 못했다.

책을 읽으며 많은 문장들에 밑줄을 그었지만 나에게 투영하지 못했다.


오늘 다시 그 밑줄 그은 문장들을 꺼내보면서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도 난 할 수 없다가 답이었다.

그것이 내 한계이다.

하지만 난 아직 살아있고 나만의 글을 쓰는 작은 행복을 누린다.

밑줄을 그은 문장들 가운데 위 문장을 가져온 이유다.

"삶이라는 여행에서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자"

그뿐이다.

내가 글을 고 있는 건......................................


이대 목동병원 응급의학과 남궁인 교수의 추천글로 맺는다.


서른다섯에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한 작가가 있다. 삶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는, 죽음이야말로 세상의 많은 일 중에 유일하게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일임을 깨닫는다.

타인과의 관계가 아니라 자신과의 관계 안으로 침잠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일기. 죽기 위해 필요한 것은 지금 살아 있는 나 자신뿐이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우리 또한 죽음을 앞둔 존재이기에 마지막까지 분투하는 그의 철학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삶과 죽음에 대해 죽기 전까지 깊은 사고를 한 젊은 작가의 생각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오마이포토에서 가져옴

  

매거진의 이전글 김종철의 <각별한 당신> 중 "홍순관"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