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4일 일요일
해 뜨는 시간이 부쩍 빨라졌다.
다음날이 휴일이라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면 일찍 잠에서 깨지 않기 위해 암막 커튼을 치고 잠에 든다. 커튼을 치지 않고 자면 다음날 5시면 잠에서 깰 것이 분명하다.
AM. 08:00
일주일에 한 번 숙직을 하는 H는 출근을 하기 위해 일어나 주섬주섬 준비를 한다. 30분 전부터 눈이 떠져 누워서 멀뚱멀뚱 눈만 뜨고 있던 나는 출근하는 H를 배웅하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AM. 08:30
미리 삶아서 냉장고 안에 넣어뒀던 삶은 계란 2개를 어젯밤에 미리 식탁 위에 꺼내두었다. 차가운 상태의 계란을 먹기 싫은 이유도 있지만 노른자가 주르륵 흐르는 반숙란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상온에 미리 꺼내뒀다가 먹고는 한다. 흰자와 노른자 겉 부분은 다 익고 노른자 속은 덜 익어서 흘러내리는 계란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역시 맛소금에 찍어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보통 아침으로 삶은 계란 2개만 먹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유산소 운동을 할 예정이라 고구마도 추가로 먹어주었다.
AM. 09:30
이것저것 무언가를 한다. 이 '무언가'에는 정해진 규칙이 없다. 잠시 후 입고 나갈 운동복을 챙겼다가 갑자기 택배를 뜯어 정리하고 어제 빨아서 널어두었던 수건을 개어서 서랍에 넣는다. 식탁에 앉아 며칠 전 서점에서 구입한 샘터 5월호를 한 페이지 정도 읽다가 덮어두고 어깨가 좋지 않아 병원에서 받아온 약과 영양제를 먹는다. 그리고 서서 휴대폰 게임을 한다. 내가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뭔가를 하다가 다른 할 일이 보이면 또 그것을 하고, 그것을 하다 보면 또 다른 할 일이 보이고 그러는 걸 어떡하리...?
AM. 10:30
헬스장을 갈까 실외에서 운동할까를 고민하다 날씨가 좋으니 오늘은 야외 운동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걷기만 하는 것은 운동량이 부족할 것 같아 오랜만에 인터벌 러닝을 할 예정이다. (심박수를 최대치까지 만들지는 않으므로 공식적인 의미의 인터벌 러닝은 아니지만 편의상 그렇게 부르기로 한다.) 이틀 전 얼굴에 점을 빼서 재생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상태이지만 그 외 부위에 선크림을 꼼꼼히 바르고 운동복으로 갈아입고는 스트레칭으로 몸을 충분히 풀어주고 이어서 플랭크도 1분 40초간 한다.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지 않고 달리면 무릎이나 발목도 아프지만 특히 고관절 부위에 통증이 있으므로 최대한 그쪽을 위주로 풀어주려고 노력한다. 스트레칭을 하며 생각한다. 오늘은 달릴 때 아픈 곳이 없었으면 좋겠다.
AM. 10:50
OO대학교가 집에서 약 2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종종 산책이나 운동을 하러 나가곤 한다. 오늘의 운동 스케줄은 15분간 걷기로 워밍업, 5km 인터벌 러닝 후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헬스장에서 인터벌 러닝을 하다가 무릎 통증이 심해져서 한동안 하지 않았는데 꽤 오랜만이다.
PM. 12:00
15분 1.23km를 걸은 뒤 47분간 인터벌 러닝을 했다. 1분 30초 뛰기, 2분 걷기로 타이머를 설정해 두고 운동을 하지만 대부분 2분 뛰고 2분 걷고를 반복했다. 총 5.48km를 달렸으며 평균 심박수는 141 BPM이다. 아마 최고 심박수는 160~170 정도일 테고 걸을 때의 심박수는 120~130 정도였을 것이다. 체력은 충분해서 더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욕심 내지 않기로 한다. 오늘은 딱 이 정도만 하기로.
PM. 12:30
집으로 돌아와서 플랭크를 1분 40초 동안 한번 더 한다. 원래는 1분도 겨우 했었는데 10초씩 늘려서 이제는 1분 40초까지 한다. 2분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플랭크가 끝나면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스트레칭을 한다. 하체 위주로 정적 스트레칭 후 폼롤러를 이용해서 충분히 스트레칭을 마저 해준다. 시원하다!
PM. 13:00
오늘의 점심은 우삼겹 채소찜. 얼마 전 사두었던 숙주 봉지를 오늘에야 뜯었다. 야채를 많이 먹으면 좋다는 걸 알지만 보관이 쉽지 않아서 한 번 먹을 양만 사두고는 한다. 그런 마음으로 숙주 300g짜리를 구입한 건데 그릇에 덜다 보니 저녁까지 먹기엔 좀 모자라다는 생각을 한다. 숙주 200g, 참타리 버섯 80g을 찜기에 넣고 냉동실에 소분해서 넣어둔 우삼겹 100g을 맨 위에 얹어 맛술 한 스푼과 후추를 충분히 뿌려준다.
전자레인지용 찜기이기 때문에 3분 30초 시간을 설정 후 시작 버튼을 누른 뒤 포트기에 커피물을 올린다. 얼마 전 신혼여행을 다녀온 동생네가 선물한 커피를 마실 생각이다. 밤에 수면이 힘들어서 가급적이면 카페인 섭취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오늘은 좀 마셔야겠다고 생각한다.
물이 충분히 끓으면 드립커피를 컵에 끼운 뒤 물을 천천히 부어가며 커피를 내린다. 커피를 내리는 사이 3분 30초가 끝나고 찜기 뚜껑을 열어 고기를 몇 번 뒤적인 뒤 뚜껑을 다시 닫아 3분 30초를 더 돌린다.
음식이 완성되면 따뜻한 커피와 함께 점심식사를 한다. 단백질은 29.5g으로 한 끼 섭취량으로 충분하다. 더 먹으려면 먹을 수는 있지만 40g이 넘어가면 속이 부글거리므로 가급적 한 끼에 섭취하는 단백질량은 제한을 두려고 노력한다.
PM. 14:00
식사 후 샤워를 마친다. 머리를 말리는데 동생에게서 전화가 온다. 엄마가 얼마 전 동생네 집으로 보내신 데친 후 냉동한 두릅과 반건조 생선을 갖다 주겠다고 한다. 동생네 집과는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여서 나가는 길에 잠깐 들러 집 앞에 놓고 가겠다고. 받고 보니 소고기와 참외도 있었다. 잘 먹겠다고 동생에게 메시지를 남긴다.
PM. 15:00
노트북을 켜서 브런치에 접속해 글을 쓴다. 글은 주기적으로 틈날 때마다 써서 저장해 두는 식으로 하고 있는데 출퇴근 중 전철과 같은 정신없는 상황에서 쓴 글은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엉망일 때가 많다. (그래도 계속 써야 한다.)
PM. 17:00
샘터 5월호를 이어서 읽는다. 분홍색의 벚꽃을 닮은 표지에 SAMTOH라고 쓰여있다. 서점에서 아무 생각 없이 겉표지를 보았을 때는 내가 아는 그 샘터 잡지인지 몰랐다. 예전의 그 올드하고 왠지 모르게 촌스러운 표지만 생각하고 있던 터라 '많이 예뻐졌네...' 하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잡지의 이름까지 영어로 변경하여 표시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도 함께 든다. 어쨌든 글 한 편씩 공을 들여 읽는다.
PM. 17:50
저녁 식사 시간이다. 오늘 저녁은 두부그라탕을 먹을 예정이다. 물론 전통적인 의미의 그라탕은 아니다. 다이어트 용으로 다른 사람들이 올린 레시피를 참고하여 내 마음대로 만드는 다이어트 요리다.
팬에 올리브유를 살짝 두르고 두부 150g을 으깨서 참타리버섯과 달걀 1개를 넣어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볶아준다. 수분 없이 고슬고슬해지면 그라탕 용기에 옮긴 뒤 위에 토마토 파스타 소스 4스푼 정도 올리고 (모차렐라 치즈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으니 아쉬운 대로) 체다치즈 한 장을 손으로 찢어서 위를 덮어준다. 그리고 전자레인지에 치즈가 살짝 녹을 때까지 돌려주기만 하면 끝이다.
탄수화물이 거의 없는 요리라 한 끼 식사로는 조금 부족하려나 싶었지만 다른걸 더 먹기에는 오늘 쓸데없는 군것질을 많이 했다. (참외, 제로 아이스크림 등...)
PM. 19:00
오늘은 저녁에 영화를 보기로 한다. TV앞에 앉아 구독 중인 쿠팡플레이와 넷플릭스를 켜고 리모컨을 연신 눌러가며 볼만한 영화를 찾는다. 집에 혼자 있으려니 적적하기도 하고 음산하고 우울한 영화는 왠지 보기가 싫어서 로맨스물인 <트와일라잇>을 보기로 한다. 회색 분위기의 영화인 것은 마찬가지지만 주인공이 잘생겼으니까. (...?) 오래전에 이미 봤던 영화이지만 봤던 거 또 보는 것 좋아한다.
영화가 시작하는데 이런, 위기가 찾아왔다. 입이 심심하다! 결국 머그 텀블러에 하이트제로 맥주를 한 캔 따라서 마시면서 본다. 음식을 먹기에는 부담스럽고 입은 심심하고 일반 맥주를 마시기엔 과음할 것 같아 망설여지는 상황에서 무알코올 맥주는 좋은 대안이 된다. 알코올 0.0보다 낮은 0.00%로 칼로리도 500ml에 18kcal인 하이트 제로 맥주는 맛은 좀 밍밍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확실히 덜 부담스럽다.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PM. 22:30
잠잘 시간이다. 쾌적한 수면을 위해 조명의 밝기를 낮추고 암막커튼을 친다. 요즘 들어 부쩍 잠들기가 어려워서 질 좋은 수면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데 밤에 자다가 자꾸만 깨는 증상은 좀처럼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다. 잠들어서 아침까지 한 번도 깨지 않고 자본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마그네슘도 매일 먹고 있는데 도움이 되는지는 글쎄.
20대 때는 말 그대로 눈만 붙이면 잤는데 그때의 내가 많이 그립다.
별거 없는 하루인 것 같은데도 글로 적고 보니 분량이 꽤 되는 것이 새삼 놀랍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이렇게 일일이 글로 적거나 영상 또는 사진으로 남겨두지 않는 한 '특별하지 않은 하루하루'는 곧 기억에서 잊히게 마련이다. 누군가 나에게 "오늘 아침에 뭐 먹었어?"라고 물어봤는데 순간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아서 '내가 뭘 먹었더라?' 하고 기억을 더듬었던 적도 있었다.
유튜브에 개인 일상 브이로그 같은 것들이 꾸준히 업데이트되는 것만 봐도 이렇게 별것 없는 하루하루를 남겨두고 싶은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그것을 일기로써, 이렇게 텍스트로써 남긴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이 글을 다시 읽는다면 2025년 5월 4일에 나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고 어떤 것을 쓰고 읽었구나 하고 떠올리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