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수면 시간 7시간 이상 확보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 하다 보면 지키는 게 꽤 쉽지 않다.
일단 매일 저녁 10시에는 침대에 누우려고 노력한다. 침대에 눕기 전 마그네슘 한 알을 물과 함께 삼킨다. 마그네슘이 숙면에 도움을 준다고 해서 먹기 시작했다. 효과가 있는지는 글쎄, 잘 모르겠다. 먹은 날이나 안 먹은 날이나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은데 알게 모르게 뭔가 도움이 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매일 먹는다.
침대에 누운 뒤 바로 눈을 감고 잠들... 면 참 좋겠지만 휴대폰을 하지 않기란 어려우므로(...) 2~30분 정도는 휴대폰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이런, 어느덧 10시 40분이다. 10시 40분에는 수면 알림이 온다. 건강 앱에서 오는 알림 같은데 올 때마다 '내가 이런 걸 언제 설정했었나?' 하고 생각한다. 뭐, 알림이 온다고 무조건 강제적으로 잠에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알림이 오면 마음이 괜히 조급해진다.
"아아, 자야 돼."
아무도 잘 시간이라고, 휴대폰을 그만 보라고 강요하지 않지만 7시간 이상의 수면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괜히 입 밖으로 소리 내서 말한 뒤 휴대폰을 머리맡에 내려놓는다.
잠들기 전엔 늘 화장실에 한 번 다녀온다. 평소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라, 별생각 없이 벌컥벌컥 마셨다가 새벽에 깨서 화장실에 가는 일이 잦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자리에 눕기 전, 물을 딱 한 모금만 마셔야지 생각하며 자리에 눕는다. 침대 옆 협탁에는 늘 마실 물이 놓여 있다. 자기 전에는 많이 마시지 않으려 해도, 물 마시는 게 습관이 되어버려 조금만 마시겠다는 의식을 하지 않으면 자꾸 손이 간다.
방으로 돌아와 눕기 전 암막 커튼을 친다. 새벽녘 한줄기의 빛도 들어오지 않도록 꼼꼼하게. 그리고 켜두었던 조명을 모두 끈다. 언젠가부터 침실은 무드등 외의 조명은 전혀 켜지 않고 있다. 사실 잠잘 때가 아니면 침실에 머무는 일이 거의 없어서 밝은 조명이 필요하지 않다. 자기 전 책을 읽다 잠드는 것을 상상하며 바로 옆에 책꽂이를 마련해 두었지만 정작 침대 위에서는 책을 잘 읽지 않게 된다.
마지막으로 자리에 누워 협탁 위에 놓아둔 귀마개를 귀에 꽂는다. 흔히 볼 수 있는 주황색의 폭신폭신한 귀마개다. 귀마개를 하고 잠드는 생활도 거의 1년이 넘었다. 처음 하게 된 계기는 잘 때 가끔 코를 고는 H때문이었다. 물론 귀마개를 한다고 해서 모든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소리가 저 멀리 다른 공간에서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생각보다 괜찮았다. H가 회사 일로 집을 비워 혼자 잠들 때도, 그 고요함이 좋아서 가끔 귀마개를 끼고 자기도 한다. 처음엔 편의점에서 한두 개씩 사곤 했는데, 지난번에 인터넷으로 대량 구매를 해버렸다. 그런데 어느새 그것도 거의 다 써간다. 아무래도 매일 귀에 꽂고 잠들다 보니 자주 바꾸게 된달까.
그렇게 대충 11시 이전으로 잠이 든다. 다음날 중요한 일정이 있을 때는 잠을 자야 해, 얼른 잠들어야 해,라는 강박을 가져서 그런지 잠이 오지 않아 눈만 감은 채로 30분이나 1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대체로 금방 잠에 드는 편이다.
하지만 문제는 새벽에 꼭 여러 번 깬다는 것이다. 잠에 드는 것까지는 좋은데 아침에 알람이 울리기 전까지 거의 네다섯 번 정도는 잠에서 깬다. 물론 대부분 바로 잠에 들긴 하지만 밤에 여러 번 깬 것과 한 번도 깨지 않고 아침까지 내리 숙면을 취한 그다음 날은 컨디션부터 다르다.
알람은 5시 45분으로 맞춰놓았다. 대부분 알람이 울리고 한 번에 바로 일어나는 편이지만 전날 밤 여러 번 깬 경우라면 5분, 10분은 더 누워있는 것 같다. 11시부터 잠든 것으로 계산하면 7시간을 채 못 잔 셈이다. 밤에 깬 시간까지 다 제외하면 6시간을 겨우 넘기는 걸까?
나는 꽤 예민한 편이다. 특히 소리나 냄새, 빛 같은 것들에 더욱 그렇다. 내 엄마를 닮은 걸까? 엄마와 가끔 통화를 하면 엄마도 요즘 그렇게 잠을 못 자서 힘들다고 말씀하신다. 하루에 1~2시간도 겨우 주무신단다. 숙면을 위해 수면 유도제를 먹거나 숙면에 좋다는 것들을 챙겨도 쉽지 않으시다고.
눈만 감으면 잠이 들 때가 있었는데. 그때가 종종 그립다.
그 단순한 평온이, 지금은 참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