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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애옹 일기

구월 일기

2025. 09

by 송애옹

25.09.27

정말 오랜만에 야외러닝을 했다... 지만 내가 한건 러닝도 뭣도 아닌 것이었던 것 같은 기분.

한 달 넘게 운동을 전혀 하지 않다가 갑자기 해서 그런지 심박수도 미친 듯이 올라가고 페이스 조절도 안 돼서 3km도 채 뛰지 못했다.

몸은 참... 정직하다.



25.09.29

최근 약 2달 동안 거의 글을 쓰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글을 읽고 쓰는 행위를 포함한 대부분의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2달이 조금 안 되는 단기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일이 엄청나게 바빠졌기 때문이라고 하면 너무 변명 같을까.

신규 프로젝트에 투입되기 전까지만이라도 두 달간 내려놓았던 것들을 다시 원상복구 시켜둬야...

아무리 바빠도 절대 놓지 않는 그 무엇은 나의 일상이 아닌 다른 것이 될 수는 없는 걸까.



25.09.30

7:30 am

지금 현재 나의 자리에서 나는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지금 여기까지 오기 위해 내 노력이 부족했나? 그래도 꽤나 노력하며 살았던 것 같은데 그저 우물 안의 개구리일 뿐이었나?

바쁘고 정신없던 약 두 달간의 프로젝트가 끝나고 찾아오는 이 허무함은 나의 에너지를 분출할 창구가 다시 없어졌기 때문인 걸까.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거지. 사람은 누구나 여유가 없는 일상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었나. 나는 그렇지 않은 인간인가. 아니면 누구나 바쁜 것을 좋아하지만 아닌 척하는 건가. 진지하게 궁금하다.

역시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나의 쓸모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각각의 쓸모가 있다지만 오랜 시간 동안 그 쓸모를 일을 통해 자각해 온 나 같은 사람은 이런 상황이 생길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하다.


12:59 pm

대부분은 회사를 나서는 누군가를 배웅하는 입장에 놓여있었다. 퇴사를 하는 이들, 다른 사업으로 전환되어 건물을 나서는 이들에게 잘 지내라고 말하며 인사하는 입장. 그런데 반대로 내가 나가는 입장이 되어보니 어쩐지 상당히 묘하다.

함께 일을 해온 사람들에게 인사를 일일이 해야 할까. 인사를 한다면 어느 범위까지 해야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같은 것들. 나가는 사람은 난데 이런 상황에서도 타인의 기분을 살피는 마음이 조금은 어이가 없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떠올리다가도 결국엔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일들은 그냥 그 순간에 마음이 가는대로 하면 그걸로 된게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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