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랑은 늘 이렇게 한결같다

일상의 흔적 86

by 송송

9월 12일, 하늘 여전히 맑음. 엄마의 눈엔 여전히 챙겨줘야 할 어린아이.

엄마의 눈엔 오랜만에 만난 딸이 반갑기도 안쓰럽기도 했나 보다. 공항에서부터 계속 등을 쓸고 손을 토닥이는 와중에 배고프진 않냐고 거듭 물어왔다. 엄마의 눈엔 내가 못 먹은 사람처럼 메말라 보였나 보다. 왜 이렇게 살이 빠졌냐고 묻는 목소리와 눈에 걱정이 가득하다. 날이 갈수록 오동통 해지는 뱃살이 허리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나 보다.


집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엄만 이것저것 냉장고를 뒤적인다. 이미 밥을 먹고 와서 괜찮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내 입에 무엇이라도 음식이 들어가야 안심할 것 같은 눈빛에 졌다, 두 손을 먼저 든 것은 나다. 피곤함이 덕지덕지 붙은 입맛에 딱히 당기는 것은 없으니 엄마가 주는 거 아무거나 먹기로 하고 잠시 침대에 누웠다.


잠깐 눈을 감았다가 탁탁 도마 소리에 눈을 떴다. 슬며시 부엌으로 나가보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밤이 예쁘게 삶아져 냄비에 담겨있었다. 살며시 엄마에게 다가가니 엄만 밤 하나하나를 도마에 올려놓고 반으로 자르고 있었다. 아직 채 식지도 않아 김이 폴폴 나는 딱딱한 밤을 손끝으로 꾹 쥐고는 나를 보고 해사하게 웃었다.


"일어났어? 밤은 지금 먹어도 속 괜찮겠지?

너 이렇게 반으로 잘라서 파먹는 거 좋아하잖아.

엄마가 금방 해줄게, 앉아있어 우리 딸."


어릴 때부터 유난히 퍽퍽하지만 달콤한 밤이나 고구마를 좋아했다. 뜨끈하게 김이 피어오르는 밤이나 고구마를 칼로 반듯하게 쪼개고 숟가락으로 파먹는 걸 재밌어했다. 엄마는 늘 뜨거운 밤을 호호 불어가며 반으로 잘라주었고 난 그릇에 담아 엄마 옆구리에 꼭 붙어 하나씩 파 먹었다. 그러다 노랗게 단물이 듬뿍 든 걸 발견하면 숟가락에 가득 담아 엄마 입에 넣어주곤 했다.


조그마한 손에 가득하게 찼던 밤이 이제 손가락에나 겨우 잡힐 만큼 큰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엄만 그날처럼 밤을 잘라주곤 한다. 깨끗한 그릇에 소담하게 담아 작은 숟가락을 쥐어주고 우리 둘만 앉을 수 있는 작은 소파로 걸음을 옮겼다. TV를 틀고 엄마 옆구리에 몸을 기대 아직도 따뜻한 밤을 한 숟가락 먹었다.


밤 한 숟가락에 온 몸이 따뜻해진다.

이제 진짜 비로소 집에 돌아온 것 같다.

엄마의 사랑은 늘 이렇게 소소하다.

한결같은 마음은 늘 이렇게 감사하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