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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Apr 30. 2020

오늘도 저 멀리 노을이 저물어간다.

일상의 흔적 108

4월 22일, 쌀쌀한 바람 뜨거운 햇빛. 오늘도 하루가 흘러간다.

어느새 하늘이 밝아졌다. 창 밖에는 바쁜 걸음의 사람들과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차들이 보인다. 여전히 오늘도 같은 곳에 있는 나를 돌아본다. 오늘이 가도 내일이 지나도 이번 주가 지나도록 이번 달이 끝나도 여전히 작은 내 방 속에 있다는 사실이 조금 답답해진다. 창밖의 풍경은 조금씩 바뀌어 가는데 나에겐 변화가 없다. 어제와 비슷한 오늘이 또 시작된다.


여유롭고 한적하던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함이 몰려온다. 편히 쉬자고 지금 상황을 기회라고 여기고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보자고 마음먹고 싶지만 쉽지 않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모두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데 나만 그러지 못하는 기분이다. 어제도 오늘도 제자리를 맴도는 내 모습에 점점 작아지기만 한다. 언제까지 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할까.


이런 생각들이 나를 갉아먹을 때면 훌쩍 떠나고 싶다. 목적지도 없이 길을 나섰다. 그저 핸들이 움직이는 대로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선택하며 멀리멀리 아무 생각 없이 달렸다. 나에게 낯선 길만을 골라 달리다 보니 처음 보는 동네가 나왔다. 낯설지만 익숙한 느낌의 동네 풍경에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 낯선 이 동네에서만큼은 내 감정이 얼굴에 보여도 괜찮을 것 같았다.


천천히 동네를 걷다 작은 카페를 발견했다. 돌담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카페,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니 따뜻한 햇살이 가득했다.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창밖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울컥,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왜.. 인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그저 바람에 흩날리는 나무, 그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서럽게 느껴졌다. 나를 빼놓고 모든 것이 다 아름답게 빛나는 것 같았다.


동그란 테이블 위로 커피 한잔과 작은 초콜릿이 놓였다. 서러움 가득한 눈으로 돌아보자 카페 주인분이 어깨를 토닥여줬다. 아무 말도 없이 가볍게 닿였던 손길이 나름 위로가 됐다. 차가운 커피를 입안 한가득 물고 눈물과 함께 꿀꺽 삼켰다. 차가움도 이유모를 서러움도 한낮의 풍경도 모두 한 번에 삼켜버렸다. 다시 창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바람에 하염없이 흔들리는 나뭇잎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서서히 햇살이 모습을 감춘다. 넓고 진하게 드리운 그늘도 점점 옅어진다. 이젠 다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도로를 달렸다. 저 멀리 노을이 진다. 차 안으로 가득 쏟아져내리는 노을빛에 서러운 마음을 모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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