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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Jun 17. 2020

졸졸 내 뒤를 따르던 남의 집 강아지가 보고 싶다.

일상의 흔적 109

6월 17일, 여름을 알리는 비. 반려동물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다

생각 없이 휴대폰 사진을 뒤적이다 낯선 강아지 사진을 발견했다. 어디에서 찍어온 사진인지 한참을 고민하다 보니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발견한 어느 카페가 떠올랐다. 굽이굽이 시골길에 덩그러니 있던 카페가 신기해서 들어갔었는데 그 집 마당에서 놀던 강아지였다.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에 졸졸 따라다니며 내 발걸음을 같이 밟던 작은 강아지가 귀여워 한참을 마당에서 시간을 보냈다.


슬슬 목이 말라오고 햇살도 뜨거울 때쯤이 되어서야 카페에 들어섰는데, 문이 닫히는 그 순간까지 멍하니 바라보는 강아지의 시선이 신경 쓰여 몇 번이고 뒤를 돌아봤다. 그늘진 창가 자리에 앉아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 강아지를 보고 있었다. 나가면서 강아지 이름도 불러주고 조금 놀아줄 겸 카페 사장님께 물어보니 모찌라는 귀여운 이름을 알려주셨다.


그러고는 쿠키를 주시며 머뭇머뭇 조금은 아픈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모찌는 원래 카페에서 키우는 아이가 아니라 이웃주민분이 키우던 강아지로 사실은 유기견이었던 모찌를 입양하셨다고 했다. 그런데 원래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들이 모찌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매일 물리고 쫓겨나는 일이 반복되자 원래 주인분께서 카페 사장님께 부탁을 했다고 한다.


상황이 어쩔 수 없어 받아주기는 했지만 카페 사장님은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편이라 제대로 놀아주거나 만져주지는 못한다고 했다. 그저 마당에 집을 만들어 주고 밥이나 물, 간식 정도를 챙겨준다고 했다. 가끔 원래 주인분이 오거나 손님들이 올 때 모찌는 사람의 온기를 만날 수 있다고.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사람의 손길을 원하지만 유기견 시절의 경계심은 여전히 남아있어 갑자기 가까이 간다거나 손을 머리에 바로 올리면 도망간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곧 꼬리를 흔들며 사람에게 또 다가간다고 한다.


손님도 없는 비수기나 원래 주인분도 오지 않는 날에는 마당 한구석에서 멍하니 돌담만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작은 등을 더 작게 말고 눈이나 코는 꼭 바깥을 향한 채로 그렇게 움직이지도 않고 한 자리에 머물러 있을 때면 안타까운 마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둘 뿐인 그 카페에서 사장님과 얘기를 나누며 이런 귀여운 아이를 버린 첫 번째 주인을 힘껏 원망했다.


생명을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왜 데러 갔던 걸까. 창문 넘어 동그랗고 작은 까만 눈이 나를 보는 것이 느껴졌다. 저 작고 귀여운 소중한 생명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모찌는 어느새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같은 자리에서 하염없이 나를 바라만 보고 있다. 짖지도, 와달라며 채근 거리는 것도 없이 그저 나를 보고만 있는다. 저런 하염없는 기다림을 하루에 얼마나 반복할까.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에 익숙해 보이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소중한 생명으로 태어나 평생 사랑받고 반려인과 온기를 나누며 깊은 감정을 공유하는 걸로도 짧은 생이 금방 지나갈 텐데... 왜 모찌는 늘 누군가의 온기를 기다려야만 하는 걸까. 모찌를 보며 다시 한번 반려동물을 데려오는 데에 따르는 무거운 책임을 상기했다. 엄마와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반려견을 키워보자고 했던 말들을 후회했다.


가야할 시간이 되어 인사를 나누고 카페를 나섰다. 문을 열자 딸랑이는 종소리에 모찌가 토독토독 달려 나왔다. 모찌가 놀라지 않게 천천히 바닥에 앉아 손을 내밀었다. 충분히 냄새를 맡고 스스로 얼굴을 부빈 후에 충분히 모찌를 만져줬다. 복슬복슬한 털도 까만 코도 작은 몸도 예뻤다. 언제 또 내가 이곳을 오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 앞을 지나가게 된다면 꼭 모찌를 보러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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