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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Aug 20. 2020

당신은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나요

일상의 흔적 110

8월 18일, 푸르게 빛나는 하늘, 사랑에 대한 표현의 차이 넌 날 사랑하니

7월의 끝자락, 오랜만에 부산에 갔었다. 큰 이유는 없었다. 그냥 보고 싶다는 포로리의 말 한마디에 가볍게 부산행을 결정했다. 오랜만에 가는 부산에 괜히 마음이 설렜다. 기간을 짧게 잡았기 때문에 꼭 만나고 싶었던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고 반가운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일정을 채웠다. 푸른 하늘이 맑게 빛났다.


추운 겨울날 마지막으로 봤던 포로리를 떠올리며 식당에 자리 잡았다. 날씨는 좋았고 여전히 부산 바다는 예뻤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포로리를 반갑게 바라봤는데 반가워하는 눈빛과 다르게 무언가 화난 얼굴로 나를 본다. 자리에 앉은 포로리는 나를 반가워하는 마음을 한껏 표현하더니 보노보노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번에도 무심한 보노보노의 말이 세심하고 감성적인 포로리의 가슴을 찔렀다. 무던한 이의 조금은 성급한 배려는 오히려 세심한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보노보노의 나름의 배려에 포로리는 오히려 무시받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음식이 나올 때쯤 달려온 보노보노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배어 있었다.


포로리의 편을 들며 보노보노를 구박했지만 사실 보노보노가 조금은 안쓰러워 보였다. 무심한 말을 툭툭 뱉지만 누구보다 포로리의 기분을 먼저 살피는 보노보노가 얼마나 당황스럽고 미안해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굳어있는 보노보노의 얼굴이 펴질 줄 몰랐다. 카페로 이동해 마저 이야기를 나눴지만 보노보노가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고 포로리는 그 모습에 더 큰 실망을 했다.


자리를 옮겨 보기로 했다. 헤어지긴 아쉬웠고 무엇보다 보노보노의 속마음이 궁금했다. 내가 보기엔 둘은 여전히 예쁜 커플이고 사랑스러웠지만 서로를 이해하기 힘든 작은 틈이 있어 보였다. 게다가 나도 이젠 궁금해졌다. 무덤덤해 보이는 얼굴 뒤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포로리에 대한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보노보노는 어떤 마음인 걸까.


와인 한잔을 앞에 두고 천천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보노보노가 얼마나 포로리를 사랑하고 아끼는지 알 것 같았다. 포로리가 답답해하는 느린 대답은 포로리에게 혹시나 상처를 줄까 봐 조심하는 마음이고 포로리에겐 무엇이든 신중하고 싶은 보노보노의 배려였다. 표현이 크고 생각이 빠른 포로리와 느리고 표현에 소극적인 보노보노는 그저 조금 다를 뿐이다.


포로리는 마음 가득 감정이 흘러넘치게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 좋을 땐 너무 좋아서 미울 땐 너무 미워서 감정이 마음을 넘어 늘 흘러넘친다. 보노보노는 마음 가득히 감정을 품고 있지만 넘치지 않도록 늘 신경 쓰는 편인 것 같다. 때론 포로리의 감정이 흘러넘쳐도 넘쳐버린 사랑에 마음에 빈 곳이 생겨도 보노보노는 늘 마음에 사랑을 가득히 품고 포로리를 안아준다.


그 일정하도록 잔잔한 감정의 물결이 오히려 얼마나 힘든 건지 알 것 같다. 상대방의 감정이 흘러넘쳐 나에게 밀려들어도 그래서 마음의 빈 곳이 보여도 늘 꿋꿋하게 내 마음 가득 언제든 사랑을 품고 있는 그 굳건한 단단함이 오히려 든든하게 느껴졌다. 포로리에게 보노보노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와 연인이 된다는 건 멀리 떨어진 섬에 꾸준히 견고한 다리를 쌓아나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마음이 닿아 멀리 떨어진 마음에 다리가 연결됐지만 처음부터 튼튼한 다리는 없다. 서로가 주고받은 마음이 쌓이고 신뢰가 덧붙여지고 사랑이 커지면서 다리도 단단해진다. 이런 과정이 없는 약한 다리는 서로의 섬에 오래도록 닿을 수 없다.


내가 보기엔 포로리는 보노보노의 섬을 오가며 빠르게 다리를 쌓고 싶어 하고 보노보노는 포로리가 올 때 다치지 않도록 천천히 늦지만 견고하고 단단한 다리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런 보노보노가 답답하겠지만 오히려 난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가끔 급하고 감성적인 포로리가 제풀에 넘어지거나 흔들리더라도 단단한 보노보노의 다리가 포로리를 지켜줄 테니까.


투닥거리면서도 손을 꼭 맞잡은 둘은 바라보다 문득 너무 잘어울려서 짜증이 났다. 투닥투닥 이러니 저러니해도 서로를 사랑하는게 눈에 보이는 예쁜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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