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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Nov 04. 2020

꿈은 꿈으로 남아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일상의 흔적 116

11월 1일 서늘한 공기 그렇지 못한 햇살, 하루하루 행복하다는 건 마음에 꿈을 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최근 들어 장기적인 목표나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이 많았다. 어릴 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했었다. 본인이 가진 재능을 갈고닦아 눈부신 꿈을 꾸는 그들이 멋있었다. 그들은 확고한 꿈이 있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과정이든 견디고 버틸 자신이 있었다. 꿈을 위해 현실을 살아가는 그 사람들의 단단한 꿈이 찬란해 보였다. 하루하루 정해진 일과가 아닌 꿈을 향해 가는 그들의 발걸음이 때론 나를 부럽게 만들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그랬다. 큰 욕심도 없어 갖고 싶은 것을 사달라고 조르거나 원하는 바를 부모님에게 매달려 얻어본 적이 없다. 책을 좋아해  책장에 가득 채우고 싶었지만 보수적인 아버지는 참고서 외에는 쓸데없다고 버렸고 배우고 싶은 분야가 있었지만 철없이 무작정 학원에 보내달라고 조를 수 없는 상황임을 빨리 깨달았다.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과정에 앞서 눈치를 보고 포기를 먼저 배웠다. 내 욕구와 꿈은 스스로 알아서 채우고 이룰 수 있는 작고 소소한 것으로만 가득했다.


물론 이런 생각을 갖고 자란 것에 대한 원망은 없다. 상황과 큰 욕심 없는 성향이 맞물려 하루하루 일과를 충실히 보내는 것에 더 중점을 두는 사람으로 컸을 뿐이다. 고등학생 때는 바라는 꿈이 없다는 것이 조금은 불편했다. 대학과 지망하는 과를 적고 이젠 결정해야 하는데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우연히 동아리 방송부 선배가 학교에 찾아왔고 그 선배는 신문방송학과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심어줬다. 나는 대학을 그렇게 결정했다.


대학에 가기 전까진 신문방송학과에 다니는 꿈을 꾸며 행복했다. 막연한 환상 속에 있던 과에 대한 로망을 키우며 공부하는 그 시간이 내겐 전혀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열심히 해서 들어간 대학은 내 환상과는 달랐다. 꿈은 이루어졌지만 내 일상에는 더 이상 꿈을 꾸며 행복했던 순간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대학생활의 하루하루를 열심히 보내고 내 현실 앞에 해결해야 할 일에 열심히 시간을 쏟았다.


그 후엔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막연하게 시작한 글에서 흥미를 느꼈고 멀리 소식을 전하고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인생을 엿보고 가치관을 담아내는 글을 써내는 일이 좋았다. 하지만 막상 꿈꾸던 글쓰기가 직업이 되고부터는 글 자체가 부담스러워졌다. 매일 자판기처럼 쏟아대는 글자에 스스로 지쳐갔고 즐거웠던 글이 어느새 스스로를 짓누르고 있었다. 꿈을 이뤘지만 행복하고 소중했던 취미가 사라졌다.


꿈을 이루고 나면 공허했다. 꿈을 꾸며 어떻게 이뤄나갈지 어떤 과정을 거쳐 꿈에 조금 더 가까이 갈지 고민하며 행복하던 순간이 사라져 버린 느낌이었다. 이젠 현실이 돼버린 꿈이 때론 안쓰러웠다. 버거운 현실에 꿈을 원망하기도 했으니까. 이런 현실이 스스로를 갉아먹을 때면 더 이상 꿈을 꾸고 싶지 않다. 벅찬 하루하루에 정신을 붙잡고 휩쓸리지 않고 버티는 것만도 힘들었다.


하지만 다시 여유가 생긴 요즘 꿈을 꾸며 행복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하루하루 행복했던 그 순간들은 마음에 언젠가 이룰 꿈을 품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막연했던 꿈이 점차 모양을 갖추고 더 섬세하게 만들어지는 그 순간의 열정을 다시 찾고 싶다. 이번엔 좀 더 오래 마음에 품고 바랄 꿈을 만들어봐야겠다. 좀 더 큰 욕심을 내어 바라고 바라는 꿈을 만들어 다시 행복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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