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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Jan 08. 2021

브런치로 돈을 벌진 않지만...

일상의 흔적 125

1월 7일, 겨울왕국 핀란드 부럽지 않은 눈.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그건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물론 호기롭게 시작한 처음만큼 자주 쓰진 못하지만 그래도 무엇인가 쓰고 싶을 때마다 쓰다 보니 차곡차곡 쌓인 글이 100개를 넘겼다. 아주 가끔 다음 메인에도 글이 걸리고, 브런치 홈에도 걸리다 보니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도 많이 생겼다. 그저 일기처럼 끄적이는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너무 좋다. 좋은 글도 많고 금손분들의 그림도 엿보고 사랑스러운 반려동물도 볼 수 있고 때론 응원도 보내주는 이곳이 좋다. 무엇보다 '세상은 아직 따뜻한 분들이 많아 살만하구나'를 느낄 수 있는 난로 같은 글을 읽을 때나, 내 글에 달린 댓글을 볼 때면 마음 한구석이 몽글몽글하게 차오른다. 좋은 글을 읽고 행복할 때면, 내 글도 누군가에게 이런 행복감을 줄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손끝부터 온기가 피어올랐다.


브런치에 글 쓰는 걸 아는 지인은 브런치를 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에 대해 물었었다. 신나게 이런저런 장점을 늘어놓았는데, 어쩐지 얼굴이 시큰둥하더니 결국 진짜 물어보고 싶은 건 따로 있었다.


"그래서 이걸로 돈을 벌 수 있는 거야? 용돈 정도라도? 블로그나 이런 건 부업으로도 하던데?"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 브런치를 통해 외주 원고 제안도 들어오고 혹은 출판 계약도 하는 분들도 있으니까. 근데 나는 취미로 일기처럼 끄적이는 정도고, 원고 제안을 주신 적도 있지만 근로계약상 따로 소득을 내는 일을 할 수는 없어서 딱히 브런치로 수익을 내 본 적은 없어."

"아... 그래? 근데 굳이 왜 여기에 글 쓰려고 해? 시간 아깝지 않나, 너한테 도움되는 것도 없는데."


브런치를 이용해 뭔가 나한테 이익이 되는 걸 생각하고 도전하진 않았다. 브런치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그런 능력도 없고). 회사일이기 때문에, 써야 하기 때문에 써야 하는 자판기에서 벗어나 온전한 '내 글'을 남기고 싶어서 브런치를 시작했다. 이곳에선 내가 클라이언트이자 담당자니까 어떤 글이든 어떤 방식이든 어떤 전개로든 내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으니까. 이곳에서 쓰는 글이 진짜 내 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힘이 쭉 빠질 때도 있다. 이익이 있어야만 가치 있는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면 살짝 영혼과 내 가치관을 내려놔야 한다. 그들과 아무리 내 가치관으로 대화하려고 시도해도 견고한 자본주의는 흔들리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선, (이해는 안되지만 들어줄 순 있으니까) 클라이언트용 얼굴을 덮어쓰고 영혼 없는 대답을 기게적으로 내뱉는다.


가치 있는 일의 기준은 사람들마다 다 다르다. 이익에 가치는 두는 사람이 틀렸다거나,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건 아니다. 그 사람에게 이익이 중요한 가치가 된 이유가 있을 테니까. 다만 나는 이익에 큰 가치를 두고 있지 않을 뿐이다. 속 편한 한량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어떤 것보다 가장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브런치 글 쓰는 것에 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전혀 아낍지 않다.


내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읽어주시는 분들이 보내는 공감에 더 큰 힘을 얻는다. 가끔 글 쓰는 것에 시큰둥해지는 순간이 오는데, 그럴 때면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더 열심히 읽는다. 좋은 글을 읽다 보면 나도 다시 글을 쓰고 싶어 진다. 그리고 내 글에 달린 댓글을 다시 읽어본다. 공감과 위로, 유쾌함의 흔적들을 돌아보면 다시 그 위로 다른 흔적을 남기고 싶어 진다.


브런치로 돈을 벌진 않지만 (혹은 못하지만) 대신 행복과 만족감은 넘치게 얻고 있다. 나에겐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최근에 우연히 지인을 제외하고 내 글을 읽은 독자분을 알게 되었다. 댓글로 하는 소통 말고는 실제로 내 글을 읽은 분과 얘기하는건 처음이라 신기하고 설레는 마음에 괜히 볼이 간질간질한 느낌이었다. 이런저런 일의 여파로 내 글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 떨어진 이 시기에 설탕처럼 달콤한 독자님의 응원을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독자님 덕분에 이 글을 쓰게 되었네요. 어떤 일을 하든 '내'가 주체가 되는 일이라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큰 힘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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