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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Apr 14. 2021

가진 게 없어도 나눌 줄 아는 마음

일상의 흔적 132

4월 6일, 아직은 여전히 쌀쌀한 공기. 사람이라서 너그러워한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다. 얼렁뚱땅 내가 매장 오픈 멤버가 되어 매장 초기 운영에 약간의 도움을 주는 걸로 (대표 혼자) 이야기가 되었고 결국 정신 차려보니 매장 한쪽 테이블에 내 자리를 세팅하고 있었다. 근로계약을 작성했지만 그렇다고 노예계약도 아닌데 사전 협의 없이 이렇게 근무지나 업무, 근무시간까지 바꿔버리다니,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마음 한구석이 유쾌하지 않은 기분으로 가득한 채 매장 근무를 시작했다.


정식으로 오픈하거나 오픈 행사를 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새로 가게를 냈으니 개업 떡을 맞추자고 했다. 마침 엄마의 30년 단골 떡집이 있어서 그쪽에 떡을 부탁했다. 유쾌하진 않아도 일을 맡으면 알아서 움직이는 성격 탓에 이렇게 또 일을 자꾸 떠맡게 된다. 출근 전 떡을 찾으러 가면서도 퉁퉁 입이 나왔지만, 가까이 갈수록 고소한 참기름 냄새와 떡의 따뜻한 향이 솔솔 났다. 별거 아닌 거에도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어릴 때부터 다녔던 익숙한 떡집의 간판이 보인다. 내가 본 세월만 30년이지만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바뀌지 않는 모습에 괜히 마음이 몽글몽글하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추억이 그대로 자리한 모습을 보는 건 언제나 마음 한쪽이 울렁이는 기분이다. 아직 온기가 가득한 떡이 가지런히 포장되어 박스에 담겨있다. 우리를 발견한 사장님은 빠르게 다가와 작은 접시에 담아 놓은 떡을 얼른 엄마와 내 입에 넣었다.


따뜻할 때 주려고 남겼는데 식을까 봐 걱정했다며 웃는 사장님의 얼굴이 맑다. 출근까진 약간의 시간이 남았기에 떡집 구석에 앉아 엄마와 따뜻하고 쫀득한 떡을 나눠먹었다. 사장님이 내어준 따뜻한 차도 한잔 마실 때쯤 어디선가 참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작은 참새는 바쁘게도 날아다니며 떡집 구석구석을 다녔다. 그러다 쌀가루가 남아 있는 대야까지 가더니 쏙 들어가서 정신없이 식사를 시작했다.


이곳저곳을 휘젓는 참새가 걱정되어 사장님을 불렀지만, 우리 떡집 마지막 손님이 왔다며 쿨한 반응을 보여주셨다. 원래도 떡집 근처에 비둘기나 참새 같은 새들이 많았지만 안쪽으로 들어오진 않았는데 어느 날부터 용감한 참새 한 마리가 안쪽까지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신기한 건 바쁜 새벽에는 절대 오지 않고 이렇게 일이 다 끝나고 한가할 때 와서 바닥에 떨어진 쌀가루나 떡고물만 먹는다고 했다.


"사람이니까 이런 작은 생명에게 너그러워야지. 어차피 청소하면서 다 씻을 건데 이렇게 참새라도 배부르게 먹으면 좋잖아. 살면서 가진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손님에게 무엇이든 나눌 게 있다는 게 좋더라고. 우연히 들어온 거지만 얼마나 배고프면 여기까지 왔겠어, 이렇게 사람들이 있는데도. 혹시나 얘가 왔는데 먹을 거 없을까 봐 이제 청소도 뒤늦게 하고 그런다니까. 귀엽잖아 그렇지?"


매일 무겁고 뜨거운 떡판을 쥐고 나르느라 두꺼워진 손으로 얼굴을 쓱쓱 문지르던 사장님이 짓궂은 표정으로 웃었다. 매일 공짜로 먹는 손님이긴 하지만 귀여움으로 즐거움을 주니 돈을 아예 내지 않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사장님 말이 맞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높을 대로 높은 참새가 이 안까지 들어와서 먹을걸 구하는 이유가 다 있을 텐데, 내 것도 아닌 걸 가져갈까 봐 없어질까 봐 전전긍긍하다니. 괜히 머쓱해진다.


남은 떡을 입안 가득 밀어 넣고 가만히 참새를 구경했다. 쪼그만 몸으로 부지런히 떡집 곳곳을 날아다닌다. 사람이니까 너그러워야 한다는 사장님의 말이 귀에 맴돈다. 나는 그동안 나보다 작고 여린 생명에게 얼마나 너그러운 사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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