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삶 1
어릴 때부터 기억나는 건 엄마의 뒷모습이다. 누군가의 삶이 평안하길 빌었고, 잘되길 빌었고, 건강하길 빌었고, 우리가 사실은 엄마의 딸인 내가 행복하길 빌었다. 엄마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 순간부터 무녀의 삶을 걸었고, 내 기억 속에 엄마는 언제나 무속인이었다. 나는 언제나 엄마가 무녀인 것이 자랑스러웠고 안쓰러웠고 멋있었다.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서도 엄마에 대한 글을 자세히 써 본 적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엄마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모든 이가 그렇듯 험난했던 삶, 때론 행복이 깃들어 웃으며 지냈던 삶, 뒤돌아봤을 때 후회는 남겠지만 부끄럽지 않은 삶을 딸이 기록해준다고 하니 새삼 감격스러웠다고.
엄마의 기억과 내 감정을 모아 칠순 선물로 드린다고 하니 엄마는 제목부터 정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나온 제목이 [나의 엄마는 작두 타는 무녀입니다]이다. 제목부터 마음에 들어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엄마 모습에 괜히 뿌듯해졌다. 조금 더 글을 잘 쓰는 딸이라면 더 멋있는 책이 나올 텐데, 아쉬운 마음이지만 꾸준히 글을 모아보려고 한다.
엄마도 누군가의 딸이었던 그날을 시작으로, 엄마의 다채로웠던 청춘을 만나고 엄마 또한 누군가의 엄마로 거듭났던 그날도,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던 가슴 아팠던 그날도, 엄마만의 행복을 찾아 다시 일어선 그날도, 차근차근 기록해보려 한다.
신의 길을 걸으며 무수히 흘렸던 눈물의 나날과 신의 곁에서 반짝였던 엄마의 순간을 나 또한 기억한다. 얇고 고왔던 손이 거칠고 투박해지고 무뎌지기까지의 엄마의 삶을 찾아서. 엄마의 삶을 이해하고 싶은 딸이 적어나가는 기록의 시작.
꽃보다 더 아름다운 나의 엄마에게 좋은 선물이 되길.